가수 아이유/사진 = EDA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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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예의 별몇개≫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가 가요 콘텐츠를 나름대로 해석하고 별점을 매깁니다.

아이유 월드투어 '허'(HER) 서울 콘서트 별몇개 = ★★★☆

어느덧 32살이다. 가수 아이유의 나이다. 최근 바뀐 계산법으로 따지면 30살이지만, 과거부터 연속성을 고려하면 2년 전 서른의 문턱을 밟은 아이유다. "나는요, 오빠가 좋은 걸 어떡해"라며 뭇 오빠들의 애간장을 녹였던 소녀 아이유는 어느덧 어엿한 서른둘의 아티스트로 무르익었다.
가수 아이유/사진 = EDA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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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서울 송파구 KSPO DOME에서 열린 아이유 월드투어 '허'(HER) 서울 콘서트 4회차 무대에 오른 아이유는 장장 4시간 20분에 걸쳐 목이 터지라 노래하고 살랑살랑 춤을 췄다. 다양한 감정을 주제로 한 다채로운 장르의 무대 속에서 아이유의 목소리는 힘이 있었다. 여전했다. 아이유는 변함없이 무대 위에서 진심을 쏟았고, 후회를 조금도 남기지 않으려는 듯 부단히 애썼다.

10여 년 전에도 아이유의 무대에서 이런 감정을 느낀 적이 있다. 서강대 메리홀의 소극장이었다. 갓 20대에 접어든 아이유는 볼살이 살짝 오른 말간 얼굴로 김광석의 '꽃', 이문세의 '사랑이 지나가면'을 불렀다. 여린 목소리에 얹어진 감성이 결코 가볍지 않았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단과 에너지가 극장 곳곳을 채웠다. '좋은 날'의 3단 고음도 '분홍신'의 스윙재즈도 없었지만 그때의 아이유 콘서트는 기억에 크게 남았다.

이번 '허' 콘서트는 '딱 한 발짝…그만큼만 더'와 비교선상에 두고 봤을 때 규모나 구성면에서 양극단에 있다. 아이유는 4회차 콘서트를 통해 6만 관객을 불러 모았으며, 원형 무대에서 리프트를 타고 입체적인 사각 조형물을 오르내렸다. 화려한 조명과 역동적인 댄서들이 무대 위 휘몰아쳤다. 아이유는 4개의 챕터를 통해 총 23곡의 무대를 소화했고, 10곡 이상의 앙코르곡을 불렀다. 360도로 둘러진 전광판과 화려한 무대장치가 오감을 자극했다.
가수 아이유/사진 = EDA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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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같은 감정이 피어올랐다. 외피는 분명 달라졌지만, 머금고 있는 가치가 같아서일까. 아이유는 4개의 챕터에 담은 여러 곡을 하나의 주제로 꿰어냈는데, 각 노래에 담긴 메시지가 허투루 느껴지지 않고 묵직하게 다가왔다. 특히, 애정을 듬뿍 나타낸 '밤편지'에는 당시 아이유가 절실히 느꼈던 진짜 사랑의 감정이 전해지는 듯했다. 또, '홀씨'와 'Shh..' 무대에선 그가 이번 앨범을 통해 꼭 하고 싶은 말과 도전이 촘촘하게 느껴졌다.

국내 여성 솔로 가수 중 가장 스펙트럼이 넓다고 꼽히는 아이유 음악의 진수는 가사 속 메시지에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올라운더로 불리며 장르를 가리지 않는 아이유는 네 번째 EP 앨범 'CHAT-SHIRE'(챗-셔, 2015) 이후로 거의 대부분의 곡을 직접 작사하는데, 그 덕에 곡의 장르와 상관없이 아이유만의 지문이 찍힌다. 아티스트 본인이 직접 느낀 감정이 담긴 가사는 발라드, 댄스 등 어떤 모양에 담겨도 제 역할을 하며 청자에게 울림을 주는 것이다.

서울 콘서트를 마친 아이유는 걸음을 세계 무대로 옮긴다. 여성 솔로 아티스트로서는 최초로 12개국 18개 도시에서 27회 공연 규모로 월드투어에 나서는 것. 이번 아이유의 월드투어는 굵직한 K팝 그룹의 규모를 웃도는데다 여성 솔로 아티스트로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게다가 이날 아이유는 다가오는 9월 현재 국내 최대 규모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앙코르 공연을 예고하며 "30대 들어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하고 싶은 게 많아 갈팡질팡하는 영리한 '스물 셋' 소녀는 10년의 세월이 흘러 '승리'(The Winning)을 외치는 아티스트가 됐다. 그러나 음악과 무대를 대하는 태도만큼은 10년 전의 모습 그대로였다. '서른 둘'이 된 아이유의 도전이 어디까지일지는 모르겠다. 다만, "71세까지 공연장을 꽉 채우고 싶다"는 바람 속 음악과 무대, 팬을 향한 사랑이 가득하다는 것만은 확실히 알 것만 같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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