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빈의 연중일기≫
40대 여배우 피습에 '누구냐' 신상 캐기
순간의 흥미에 피해자만 여러 명
2차 가해 및 또 다른 피해자 낳는 억측
최지우 장윤주
최지우 장윤주
≪우빈의 연중일기≫
우빈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의 기록을 다시 씁니다. 화제가 되는 가요·방송계 이슈를 분석해 어제의 이야기를 오늘의 기록으로 남깁니다.

연예인과 관련된 이슈는 경조사나 사건·사고와 관계없이 흥미롭다. 이름과 얼굴이 알려졌고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는 직업이라지만, 잘못된 관심은 버겁다.

우리는 종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연예인 A씨를 고발합니다' 같은 폭로성 글 혹은 뉴스에서 보도되는 연예인 A씨의 사건을 접한다.

이런 이야기들은 당사자의 항변권이나 사실관계는 중요치 않다. 흥미로운 이슈로 여기고 당사자 찾는다. 누구도 허가하지 않은 '네티즌 수사대'라는 이름 아래 신상 캐기가 시작되고 조회수 올리기에 급급한 이슈 유튜버들의 먹잇감이 된다.

뉴스와 이야기에서 나온 작은 정보들은 신상을 터는 조건이 돼 일의 경중이나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정보와 일치하는 연예인들은 무조건 타깃이 된다. 'A씨는 누구라더라'하는 카더라로 퍼지건 당연하고 누군가는 걱정이나 위로를 가장한 댓글로 호기심을 해결한다.
"40대 여배우 XXX'"…게임이 된 '신상 캐기', 걱정 가장해 호기심 해결 [TEN스타필드]
최근 연예계를 뒤집어 놓은 '40대 여배우 피습' 사건. 남편이 아내를 칼로 찔러 죽이려던 무서운 사건임에도 살인을 시도한 남자보다는 이 40대 여배우에 포커스가 맞춰졌다. 2차 가해이자 사건과 관계없는 피해자들이 만들어졌다.

40대 여배우가 슈퍼 모델 출신의 배우이며, 연하와 결혼했고 자녀 1명이 있다는 신상정보 일부가 공개되면서 피해자 찾기가 시작됐다. 유튜버들은 살인을 시도한 남자와 재혼한 사이이며 인터넷에 돌고 있는 연예인은 아니라며 방송을 이어갔다.

연하와 결혼해 자녀 한 명을 둔 40대 여배우라면 피해자가 됐다. 최지우부터 장윤주까지 카더라의 주인공이 됐다. 이들을 비롯해 40대 여배우들의 SNS에는 걱정과 관심을 가장한 사실확인 댓글이 이어졌다.
"40대 여배우 XXX'"…게임이 된 '신상 캐기', 걱정 가장해 호기심 해결 [TEN스타필드]
근거 없는 억측에 몇몇은 입장을 밝혔다. 연하의 작곡가와 결혼한 최지연은 남편과 찍은 사진을 올린 뒤 "아침부터 댓글들에 괜찮냐고,,뭐지?? 하는데 오늘 기사 보고 놀람. 저희는 잘 지내요"라고 적었다.

지난 2월 방송된 채널A '다시 뜨거워지고 싶은 애로부부'에 9살 연하 남편과 출연했던 배우 한민채도 오해받았다. 한민채는 "오늘 어떤 여배우의 사건 기사가 올라왔고 아마 몇몇 분들이 제가 그 여배우가 아니냐는 추측을 하신 것 같다. 사건이 좀 무서워서 기사 보고 저도 놀랐다. 아마 제가 연상연하 부부고 활동이 적은 여배우라 저로 추측하신 것 같은데 남편도 상처받은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저는 남양주 산다. 슈퍼모델 출신 아니다. 3일 전에 남편과 결혼식도 다녀왔고 전 아직 30대"라며 루머를 바로잡았다.

지난 2월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인터넷에 '88년생 3인조 걸그룹 멤버가 상간녀'라면서 자기 남편과 불륜을 저지르고 낙태 비용까지 청구했다는 다소 충격적인 폭로.
"40대 여배우 XXX'"…게임이 된 '신상 캐기', 걱정 가장해 호기심 해결 [TEN스타필드]
해당 글의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임에도 1988년생 3인조 걸그룹이라는 꽤 구체적인 정보로 인해 피해자가 생겼다. 상간녀 지목을 받은 이는 가비엔제이의 제니와 서린. 일부 유튜버는 사실 및 본인 확인을 거치지 않고 영상을 제작, 제니와 서린은 결국 직접 분노를 표출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신상 찾기의 순기능도 없는 건 아니다. 1세대 유명 아이돌 출신 대표에게 폭행당했다고 고발했던 남성은 당사자를 만나 오해를 풀고 사과받았다. 네티즌 수사대의 수사로 수사망이 좁혀지자 더 큰 논란을 피하려 급하게 수습한 것.

결과는 좋지만, 과정은 좋지 않았다. 작은 단서로 가해자를 찾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피해자도 생기기 때문. 호기심 해결을 위한 섣부른 신상 캐기. 순간의 흥미로 루머 가해자가 되지 않도록 주의하고 경계해야 한다.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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