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뮤지컬 데뷔 10주년을 맞은 가수 겸 뮤지컬 배우 김준수 /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올해로 뮤지컬 데뷔 10주년을 맞은 가수 겸 뮤지컬 배우 김준수 /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10년 전 어느 날, 뮤지컬계에서 완벽한 모차르트가 탄생했다. 들으면 '딱 김준수'인 특유의 허스키하고 청아한 음색과 가창력은 물론이고 기교와 표현력, 연기력까지 뭐 하나 빠짐이 없었다. 그 누구도 김준수를 뮤지컬 무대에 처음 오르는 신인 배우라고 여기지 않았다. 관객의 눈에 김준수는 모차르트 그 자체였다. 모차르트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봤기 때문일까, 김준수는 자신이 가진 모든 걸 쏟아내 모차르트의 드라마틱한 삶을 진정성 있게 완성했다. 톱 아이돌이었고 최고의 보컬리스트 중 한 명이었지만 뮤지컬은 그에게도 맨땅에 헤딩. 김준수는 모든 부정적인 시선을 이겨내고 뮤지컬 배우로 당당하게 세상에 나왔다. 그런 김준수에게 어떤 수식어가 필요할까. 김준수는 김준수일뿐이다.

김준수는 2010년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일대기를 그린 뮤지컬 '모차르트!' 국내 초연에서 모차르트 역에 캐스팅돼 처음으로 뮤지컬 무대에 올랐다. 그는 '모차르트!' 전 회차 매진을 기록하면서 그해 모든 뮤지컬 시상식의 신인상을 휩쓸었고, 이후에도 출연한 모든 작품에서 흥행불패 신화를 쓰고 있다. "프레스토 비바체!"를 외치며 붉은 코트가 든 박스를 들고 무대로 달려 나오는 김준수의 모습이 엊그제 같은데 올해로 벌써 뮤지컬 데뷔 10주년을 맞았다. 그리고 운명처럼 데뷔작 '모차르트!'의 10주년 기념 공연 제안을 받아 똑같은 배역으로 똑같은 장소에 오르고 있다. 10년 전보다 무르익은 목소리와 감정으로 모차르트를 노래하지만, 그때와 같은 감동을 받는 건 김준수가 여전히 모차르트의 모습과 닮아있기 때문이다. 지난 30일 서울 종로구 한 호텔에서 김준수를 만나 10년을 함께 돌아봤다.

10. 2010년 국내 초연이었던 '모차르트!'로 데뷔한 후 10년 만에 '모차르트!'를 또 만났어요. 뮤지컬 데뷔 10주년이기도 하지만, '모차르트!' 10주년 기념 공연이죠. 큰 두려움과 무서움을 딛고 했던 작품이라 다시 만난 소감이 남다를 것 같아요.
김준수 :
10년 전과 같은 장소에서 배우들과 얼굴을 보면서 노래를 하다 보면 짜릿함이 있어요. 시간은 흘렀는데 내 눈 앞에 호흡을 하고 있는 배우들이 똑같아서요. (웃음) 10년 전의 김준수는 정제되지 않은 날 것의 배우였어요. 관객들도 그런 제 모습을 좋아해 주셨고요. 시간은 흘렀지만, 노래와 연기 모두 10년 전의 마음으로 하고 싶었어요. '그때 그 감정을 떠올리면서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역시 음악이 주는 힘은 대단해요. 하하. 지금도 '황금별'이나 작품 속 노래들을 들으면 울컥해요. 10년 전의 나인 것 같고, 10년 전과 이어서 연기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죠.

10. 10년 전 '모차르트!' 시나리오를 읽었던 그때의 순간이 기억나나요?
김준수 :
10년 전 '모차르트!'를 하게 된 건 약간의 '동병상련'이었어요. 물론 제가 모차르트처럼 천재는 아니지만, 그 당시 저의 감정들이 '모차르트!' 시나리오에 있었죠. 뮤지컬의 뮤도 몰랐을 때라 기술적으로 완성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뮤지컬 무대에 설 수 있었던 건 아마도 모차르트 자체에 있던 것 같아요. 뮤지컬 배우로 다가갔으면 못 했을 것 같아요. '모차르트!'가 내 이야기 같았고, 내가 느끼고 있던 감정이 대본에 있었기 때문에 할 수 있었죠.
올해로 뮤지컬 데뷔 10주년을 맞은 가수 겸 뮤지컬 배우 김준수 /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올해로 뮤지컬 데뷔 10주년을 맞은 가수 겸 뮤지컬 배우 김준수 /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10. 동병상련을 느꼈던 배역이었기 때문에 '모차르트!' 10주년 공연 제안을 받았을 땐 처음과 또 다른 느낌이었을 것 같아요. '모차르트!'와 함께 뮤지컬 배우 김준수가 탄생했기 때문에 무조건 해야겠다는 결심도 섰을 것 같은데요.
김준수 :
안 할 이유가 없었어요. 운명 같은 느낌. 내 인생에 대한 길을 생각하게 하고 용기를 준 작품이었어요. 작품 안에서 모차르트가 하는 말들이 저한테 해주는 말 같았고, 제 이야기를 보여주는 듯했죠. 세상에 대고 외치고 싶은 이야기요. 모차르트가 '나를 천재로 봐주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봐줘'라고 하는 것처럼, 저도 연예인 김준수가 아니라 사람 김준수로 보고 인정하고 사랑해달라고 외쳤어요. 그런 마음으로 노래하면서 많은 울분들이 씻겨 내려갔고, 위로와 위안을 받았거든요. 그랬던 작품이라 할 수밖에 없었죠.

10. 응어리진 마음을 풀 수 있던 작품이라 설레기도 했겠지만, 10년 동안 많은 작품에 섰기 때문에 처음보다는 더 여유로웠을 것 같기도 해요. 어떤 마음으로 무대에 올랐나요?
김준수 :
와, 오랜만에 떨렸어요. 제가 잘 떠는 성격이 아닌데 긴장 이상의 오랜만의 떨림을 느꼈어요. 10년 전 김준수표 모차르트를 기억하는 분들이 계실 거고, 잠시 저에 대한 팬심을 내려놓으셨던 분들도 10년 전을 떠올리며 오셨다고 들었거든요. 그때를 회상하고 느끼게 해주고 싶은 욕심에 떨렸어요. 10년 동안 뮤지컬을 하면서 기술적으로 많이 발전했지만, '모차르트!'는 기술과 기교로 덮고 싶지 않았거든요. 25살 그때처럼 밝고 명랑한 모차르트를 할 수 있을까, "프레스토 비바체!"를 귀엽게 외칠 수 있을까 걱정 속에 무대에 올랐죠.

10. '모차르트!'가 노래도 많고 외워야 할 양이 독보적이라 박효신, 박강현 등 많은 배우들이 체력적으로 힘든 작품 중 하나로 꼽죠. 다시 해보니 어땠나요?
김준수 :
진짜 힘들어요. 땀 닦을 시간이 없는 뮤지컬은 아마 '모차르트!'가 유일할 거예요. 하하. 뮤지컬을 하면 힘드니까 살이 빠지는데 '모차르트!'는 오히려 살이 쪄요. 체력적으로 힘들고 땀을 쏟아내니까 2막 중간에 허기가 지더라고요. 모차르트가 마지막에 죽으니까, 농담으로 죽어가는 느낌으로 하고 있다고 해요. (웃음) 그렇게 쏟아내고 끝나면 뿌듯하죠.

10. '모차르트!'가 탄생을 함께 했기 때문에 '모차르트!'가 주는 의미는 다른 작품들과 조금 다를 것 같아요.
김준수 :
제가 한 모든 뮤지컬들이 다 소중한 작품이고 배역인데 '모차르트!'는 저를 뮤지컬 배우로 이끌어준 데뷔작이라 남다르죠. '모차르트!'의 시나리오와 노래가 내 마음을 이끌지 않았더라면 '과연 내가 뮤지컬을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사람의 일은 모르는 거라 다른 작품으로 뮤지컬에 섰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결과적으로 봤을 때 '모차르트!'는 뮤지컬 배우라는 새로운 꿈을 꾸게 해 준 작품이라 '모차르트!'만큼 저에게 중요하고 소중한 작품은 없을 것 같아요.
올해로 뮤지컬 데뷔 10주년을 맞은 가수 겸 뮤지컬 배우 김준수 /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올해로 뮤지컬 데뷔 10주년을 맞은 가수 겸 뮤지컬 배우 김준수 /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10. '모차르트!'는 모든 넘버가 명곡인데, 특히 '황금별'을 최고의 넘버로 꼽는 관객들이 많아요. 김준수의 '황금별'은 그때그때 감정들이 다 다르게 느껴진다는 평이에요.
김준수 :
저도 '황금별'을 들을 땐 감정이 조금 달라요. 울컥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너무 행복하기도 하고 반항아처럼 화가 날 때도 있고 애원하고 싶어 질 때도 있어요. 매번 달라요. 그래서 관객들도 시각이 달라지고 받아들이는 감정이 각각 다른 것 같아요. 그게 뮤지컬의 묘미죠.

10. '황금별'은 남작부인이 아버지의 욕심으로 집에 갇혀 곡만 쓰는 모차르트에게 '세상을 향해 나아가라'며 불러주는 노래죠. 10년 전은 여러 상황들로 힘들었던 시기인데, 자유와 성장으로 이끄는 이 곡이 그때의 김준수에게 위로가 됐을 것 같아요.
김준수 :
그렇죠. (그룹 활동 후) 첫 행보로 뮤지컬을 한다는 건 정말 부담이 됐어요. 당시에는 아이돌이 뮤지컬계에서 환영받지 못했던 시기였기 때문에 비난을 받을 것도 알고 있었고 그런 걱정들이 많아서 처음엔 뮤지컬을 하기 힘들겠다고 생각했어요. '모차르트!'가 아니라 다른 작품이었다면 제안을 감사하지만 죄송하다고 거절했을 것 같아요. 근데 '황금별' 노래 가사에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내가 이걸 무대 위에서 잘 해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 노래를 듣고 연기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위안이 되고 행복하겠다는 생각에 용기를 얻었죠.

10. 10년 전 뮤지컬 데뷔를 했을 땐 논란도 있었고 우려의 시선도 있었지만 실력과 완성형 무대로 인정을 받았죠. 지금은 아이돌이 뮤지컬로 진출을 하는 게 굉장히 자연스러워졌는데. '1세대 뮤지컬돌'로서 뿌듯하기도 하고 기특할 것 같기도 해요.
김준수 :
제가 뮤지컬이라는 매체로 진출을 할 땐 아이돌이 뮤지컬계에서 환영받지 못했던 시기였어요. 관객 연령층도 40대 혹은 50대 중장년층이 많았죠. 지금은 달라요. 1, 20대의 비중도 많고, 아이돌도 잘생긴 친구가 드라마나 영화를 찍듯 보컬들이 좋은 작품에 섭외를 받고 뮤지컬로 오는 게 자연스러워졌어요. 그런 친구들을 보면 뿌듯해요. 이런 질문 자체도 감사하고요. 뮤지컬 시장이 더 커지면 아이돌이 뮤지컬로 진출을 하는 것에 거리낌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10. 심적인 부담감, 체력의 한계 등을 극복하고 무대에 설 수 있게 한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김준수 :
팬들에 대한 감사함인 것 같아요. 저는 매번 최선을 다해요. 단 하나의 실수 없이 하려고 했고, 그렇게 해왔어요. 대사의 토시 하나, 걸음걸이부터 제스처, 표정 단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공연이 끝난 후 '모든 걸 쏟아냈다'라고 생각해요. 단 하나의 작품도 편하게 한 적 없고, 단 한 번도 대충 하지 않았어요. 뮤지컬을 보기 위해 찾아와 주신 분들을 생각하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어요. 특히나 요즘 같은 시기에 공연장을 찾는다는 건 진짜 응원하는 마음이잖아요. 내가 할 수 있는 건 좋은 무대로 돈이 아깝지 않은 공연으로 보답하는 거죠. 숙명이라고 할까요. 적어도 내가 배우로서 해야 할 건 아낌없이 최선을 다하려고 하는 마음이죠.
올해로 뮤지컬 데뷔 10주년을 맞은 가수 겸 뮤지컬 배우 김준수 /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올해로 뮤지컬 데뷔 10주년을 맞은 가수 겸 뮤지컬 배우 김준수 /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10. 모든 걸 쏟아내서 연기한다는 건 어떤 걸까요?
김준수 :
(신) 영숙 누나가 '너는 내일이 없이 한다. 발화될 것처럼 한다'는 말을 해주셨어요. 처음엔 신인 배우가 열심히 하니까 기분 좋으라고 해주는 말인 줄 알았는데, 영숙 누나 외에도 다른 배우들도 비슷한 말들을 하더라고요. 어떤 배우는 저한테 다른 배우들에게 느끼지 못했던 걸 느꼈대요. 모든 배우들이 자신을 쏟아내서 한다는 데 저한테는 '김준수만의 것'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매번 그런 소리를 듣다 보니까 저만의 뭔가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웃음)

10. 11년 차 배우가 됐어요. '내가 뮤지컬 오래 했구나'라는 걸 느낄 때가 있나요?
김준수 : 되돌아보니 좋은 작품을 했고 좋은 필모그래피를 쌓았다는 뿌듯함에서 오는 것도 있는데 피부로 와 닿는 건 후배가 많아졌다는 거죠. 예전에는 제가 형, 누나를 불렀는데 이젠 제가 오빠와 형이 되어 있더라고요. 하하. 중간에서 조금 위나 중간 연차가 됐어요.

10. 8월 23일 마지막 공연까지 3주 정도의 시간이 남았어요. 팬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김준수 :
뮤지컬이 한 번의 공연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최소 한 달 반에서 4~5개월 하기 때문에 컨디션이 중요한데,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면서 안전하게 끝내고 싶어요. 이러한 시국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이 안전에 주의하면서 공연장을 찾아주시기 때문에 폐를 끼치지 않고 마지막까지 아무런 문제 없이 해내고 싶습니다. 공연을 하면서 같은 대사여도 다른 느낌으로 한다거나, 자유롭게 노래하게 되는데 보시는 분들도 각자의 시선에 맞게 인물들의 이야기와 스토리를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우빈 기자 bin0604@tenasia.co.kr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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