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년이 속도나 시간의 단위가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기까지는 제법 시간이 걸렸습니다. 애니메이션 를 보고나서야, 그것이 거리를 뜻하는 것임을 완전히 알았지요. 너무나 멀어서 까마득한 사이를 빛의 빠르기를 빌어서 계산 한다는 것은 기발한 동시에 서글픈 일이기도 합니다. 빛보다 틀림없이 느린 우리들은 결코 그 거리를 정복할 수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물리적인 거리가 가까워진다고 해서 도달의 확률이 반드시 높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어쿠스틱 기타의 모델명인 ‘빅베이비’를 따서 ‘빅베이비드라이버’라는 이름을 쓰는 싱어송라이터 최새봄은 그녀의 앨범 < Big Baby Driver >를 통해서 품에 안은 기타와 자신의 사이를 계산해 봅니다. 그리고 간절하고 그리운 만큼 오히려 멀어지는 그 거리의 안타까움은 ‘38,000km 너머의 빅베이비’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목소리는 고즈넉하고, 손가락은 가뿐합니다. 아이를 달래듯, 연인을 위로하듯, 별을 동경하듯 빅베이비드라이버는 노래하고 연주합니다. 그리고 행성들처럼 멀었던 사람과 기타의 거리는 음표들이 오가는 속도에 의해 점점 가까워집니다. 가늠할 수 없어서 오히려 실감할 수 없었던 고독의 그늘을 지워내는 4분 남짓한 시간은 온유한 마술처럼 흘러갑니다. 겨우 기타 한대와 그녀의 목소리뿐입니다. 하지만 부족한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해하게 됩니다. 뮤지션과 리스너 사이의 거리는 진심이 오가는 속도로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을 말이죠.

글. 윤고모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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