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산밸리 록페스티벌에 라디오헤드와 스톤로지스가 온다는 소식에 벌써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은 눈 덮인 풍경을 넘어 7월의 여름 페스티벌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지산의 헤드라이너였던 스웨이드를 비롯해 오아시스, 블러, 콜드플레이 등 영국발 모던록에 유독 애정이 깊은 한국의 청자들에게 그야말로 ‘끝판왕’이 오는 셈이지요. 하지만 먼 여름을 바라볼 것도 없이 어떤 이들은 이번 주 토요일인 4일, 또 다른 영국발 ‘끝판왕’을 영접합니다. 메탈의 신, 제왕, 전설, 헤비메탈이라는 장르에 있어서만큼은 모든 수식어가 가능한 유일무이한 밴드 주다스 프리스트의 고별 공연을 앞두고, 이제는 체력에 자신 없는 3, 40대 메탈 마니아들은 두 시간 동안의 헤드뱅잉을 위해 목을 풀고 있는 중입니다.

아마 그들이 이번 공연에서 가장 기대하는 트랙 중 하나일 ‘Painkiller’의 날선 기타 리프, 보컬 롭 핼포드의 찢어지는 목소리는 이 장르의 이름이 왜 중금속(Heavy Metal)인지 보여줍니다. 특히 드러머 스캇 트래비스의 현란한 드럼 인트로는 공격적인 타성으로 듣는 이를 둘러싸며 세상으로부터 잠시 단절시킵니다. 금속처럼 단단한 소리의 벽. 서정적 멜로디와 멜랑콜리를 통해 마음을 감싸주는 동시대 영국 밴드들의 브릿팝이 종종 치유의 역할을 한다면 ‘Painkiller’의 그것은 제목 그대로 통증을 잊게 해주는 진통제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이들의 음악을 들을 땐 머리를 세차게 흔들 준비를 해야 합니다. 보컬과 기타, 드럼이 만들어내는 쇳소리, 그리고 쇠도 녹일 열기 안에서 잠시 모든 것을 잊고 카타르시스에 빠지고 싶다면요. 물론 약효가 떨어진 다음날 아침 찾아올 근육통이 두렵지만, 어떤가요. 순간의 환희란 언제나 후유증을 동반하는 법이지요.

글. 위당숙 기자 e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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