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타임’-‘천국의 문’ 표절 논란, 제작사 측 “시기상 불가”

관계자 “창작자, 자기 검열 목숨처럼 여겨야”

[텐아시아=이은호 기자]
태양의 후예
태양의 후예
잘 나가던 KBS2 ‘태양의 후예’ OST에 적신호가 들었다. 표절 논란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논란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가요계에서는 고질병이 또 터졌다는 반응이다.

‘태양의 후예’의 인기에 힘입어 OST도 막강한 파워를 자랑했다. 발표되는 곡들마다 줄줄이 차트 1위에 안착했고, 쉽게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십센치, 로꼬 등의 음원 강자가 등장하며 잠시 빈틈을 보였지만, 여전히 발표곡 대부분을 차트 최상단에 올려놓은 상태.

그런데 의외의 곳에서 문제가 터졌다. 바로 ‘표절’ 논란이다. 엑소 첸과 펀치가 함께 부른 ‘에브리타임(Everytime)’이 문제가 됐다. 누리꾼들 사이에서 에릭남 ‘천국의 문’과 멜로디 진행이 비슷하다는 의견이 일더니, 급기야 원작자까지 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OST 제작사 뮤직앤뉴 측은 “작곡가인 로코베리, 조영수, 이어어택에게 확인한 결과, 작곡 과정에서 투빅의 ‘오늘 같은 밤이면’과 흡사하다는 의견이 있었고, ‘오늘 같은 밤이면’ 작곡가인 조영수에게 샘플 사용을 허락받고, 최종적으로 공동 작곡가로서 세 명의 이름을 올리게 됐다”고 입장을 밝혔다. 문제가 된 ‘천국의 문’과 관련해서는 “샘플링된 ‘오늘 같은 밤이면’은 2012년 출시된 곡으로, 현재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에릭남의 ‘천국의 문’보다 앞서 발매됐다. 시기상 ‘오늘 같은 밤이면’이 ‘천국의 문’을 표절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청춘
청춘
드라마 혹은 영화 OST 상의 표절 논란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지난해 인기리에 방영된 tvN ‘응답하라 1988’ OST 김필의 ‘청춘’은 밴드 민트그레이의 ‘안녕’과 멜로디 진행이 비슷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별다른 대응 없이 논란은 무마됐다.

명확한 해결점이 없기에, 표절 논란은 언제나 뜨거운 감자다. 업계 관계자들이 지적하는 문제점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창작자의 역량이 도마 위에 올랐다. 가요 관계자 A씨는 “그 때 그 때 유행하는 코드 진행이라든지, 작곡가 개인이 선호하는 멜로디 라인이 있을 것이다.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표절로 비춰질 수 있는 세태가 전반적으로 깔려 있다”면서 “표절 논란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다. 근본적으로 창작자들이 자신의 음악적 소양을 키워야 할 문제이다. 유행만 좇을 것이 아니라 다른 각도에서 창작에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표절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없다는 것 또한 문제다. 1990년대까지 ‘2소절(8마디) 이상 유사하면 표절’이라는 기준이 있었으나 2000년대부터 이 같은 준거도 없어졌다. 때문에 법적으로 표절을 밝혀내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그러나 그에 비해 원저작자에 돌아가는 배상액이 턱없이 적다. ‘의혹’이 있더라도 쉽게 행동을 취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불통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도 있었다. 가요 관계자 B씨는 “작곡가나 제작자들이 의도적으로 표절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곡의 유사성 문제와 관련해 원작자와의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아쉽다”면서 “특히 인디 신에 있는 친구들은 대응 방식을 잘 몰라, 의혹이 있어도 어영부영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C씨 역시 “논란이 생겼을 때 당사자들이 자꾸 숨으려는 경향이 있다. 불통의 상황이 문제를 더욱 키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뮤직앤뉴,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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