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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은 했지만 정말로 무시무시한 연주였다. 존 맥러플린을 필두로 게리 허즈번드(건반, 드럼), 에띤느 음바페(베이스), 란짓 바롯(드럼)이 팀을 이룬 포쓰 디멘션은 마치 한 몸인 것처럼 정확하거나 긴장감 넘치는 연주를 쏟아 부었다. 박자를 세다보면 머리가 아파왔다. 이들은 모두 뇌가 두 개 이상은 되는 것 같았다. 화려한 앙상블에 존 맥러플린의 온화한 미소가 더해지면 감탄은 감동이 됐다.

지난 20일 마포아트센터에서 존 맥러플린 & 포쓰 디멘션의 내한공연이 열렸다. 존 맥러플린은 알 디 메올라, 파코 데 루치아와 함께 한 기타 트리오, 리멤버 샥티(Remember Shakti), 그리고 칙 코리아, 케니 가렛, 크리스찬 맥브라이드, 브라이언 블레이드와 함께 했던 올스타 밴드 파이브 피스 밴드(Five Peace Band)로 내한한 바 있다. 이번 공연은 이미 전설이 된 ‘살아있는 기타의 신’ 존 맥러플린의 현재를 살펴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존 맥러플린은 우리 나이로 일흔셋이 됐지만 나이가 든 느낌은 전혀 들지 안았다. 훤칠한 몸매, 꼿꼿한 자세를 지닌 은발의 미중년이었다. 존 맥러플린은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여유 있게 인사를 건넨 뒤 곧바로 새 앨범 ‘나우 히어 디스(Now Here This)’에 담긴 ‘기타 러브(Guitar Love)’를 연주했다. 연주가 시작되자 곧바로 엄청난 에너지가 공연장을 감쌌다.

존 맥러플린은 마치 젊은이처럼 표독스러운 솔로잉을 펼쳐보이기 시작했다. 다른 연주자들도 절제하지 않는 미덕을 발휘하며 화려한 연주를 들려줬다. 양손에 장갑을 끼고 베이스를 치는 에띤느 음바페는 때로는 맥러플린을 위협할 정도로 초절기교의 베이스 연주를 들려줬다. 괜히 조 자비눌과 함께 한 연주자가 아니었다. 건반을 맡은 게리 허즈번드는 존 맥러플린과 유니즌 플레이를 선보이며 풍성한 사운드를 만들어갔다.

이어진 블루스 곡 ‘리틀 미스 밸리(Little Miss Valley)’에서는 더욱 공격적인 연주가 이어졌다. 단순한 블루스 진행도 포쓰 디멘션이 해석하면 우주로 가더라. 존 맥러플린은 라비 샹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더니 ‘아바지(Abbaji)’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프로그래밍이 깔린 상태에서 타이트한 협연이 이어졌다. 곡 중간에 존 맥러플린이 내레이션을 하자 영적인 느낌까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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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쓰 디멘션의 연주는 여타 재즈 록·퓨전처럼 현란한 연주에 그치지 않고 매우 미세한 표현력까지 보여줬다. 이들은 마치 하나의 생물체처럼 물 흐르는 듯한 앙상블을 선보였다. 존 맥러플린이 이제껏 해왔던 재즈, 록, 라틴, 인도음악 등의 어법들이 자유자재로 튀어나오되 어지러운 법이 없었다.

드럼 연주자이기도 한 게리 허즈번드는 곡 중간에 드럼에 앉아 란지 바롯과 함께 더블 드럼 연주를 선보였다. 또한 란지 바롯은 입으로 타악기 소리를 내며 관객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보였다. 이를 처음 보는 관객들은 이 ‘입 드럼’을 당황스럽게 받아들였을 수도 있겠다. 이 입 드럼 연주는 리멤버 샥티의 타악기 연주자 셀바가네쉬 비나야까람이 먼저 선보였던 것으로 상당한 숙련을 필요로 하는 테크닉이다. 이 또한 존 맥러플린의 밴드이기에 만나볼 수 있는 연주였다.

존 맥러플린은 공연 중간 곡 설명을 하다가 파로아 샌더스의 이름이 생각이 안 나 잠시 생각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때서야 그가 일흔을 넘긴 노인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물론 기타만 잡으면 젊은이로 돌변했지만 말이다. 이러한 연주는 존이 공연 전 인터뷰에서 말했듯이 기타에 대한 무한한 사랑 때문에 가능한 것이리라. 앵콜에서는 마하비시누 오케스트라 시절의 곡 ‘유 노우 유 노우(You Know, You Know)’가 흘러 팬들을 즐겁게 했다. 특히 이날 공연에는 존 맥러플린과 20년 넘게 함께 하고 있는 스벤 호프너가 함께 해 훌륭한 사운드를 들려줬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플러스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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