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
9월 6일 개봉
9월 6일 개봉
가장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어떨까. 영화 '잠'은 수면 장애를 겪고 있는 남편으로부터 시작된 신혼부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가장 단란해야 할 시기에 찾아든 불안과 공포는 아이를 출산하기 직전의 아내 수진에게는 무엇보다도 두려운 상황이다. 신인 감독의 재기발랄한 생각으로 완성된 '잠'은 아무도 모르게 스며든 공포를 좇아가면서 관객들을 빠져들게 할 준비를 마친 듯하다.
18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잠'(감독 유재선)의 언론배급시사회가 열렸다. 행사에는 감독 유재선, 배우 이선균, 정유미가 참석했다.
'잠'은 행복한 신혼부부 현수(이선균)와 수진(정유미)을 악몽처럼 덮친 남편 현수의 수면 중 이상행동, 잠드는 순간 시작되는 끔찍한 공포의 비밀을 풀기 위해 애쓰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그렸다. 유재선 감독은 단편영화 '부탁'을 통해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서 판타스틱 단편 작품상을 수상했다. 이어 '은밀하게 위대하게'와 '옥자'의 연출부, '버닝'의 영문 자막 번역 등 다양한 이력을 쌓고 그가 직접 각본을 쓰고 만든 첫 장편영화인 '잠'을 만들어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되기도 했다.
첫 장편영화를 연출하고 칸 영화제에 초청된 소감에 관해 "칸에서 인상적이었던 순간은 '잠'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박수를 받은 것이 기억에 남는다. 초대받아서 기쁘기도 했지만, 두려움도 공존했다. 관객들의 반응이 어떨지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다행히 영화가 끝나고 좋은 반응을 보여주셔서 엄청난 안도감을 느꼈다"라고 답했다.
봉준호 감독은 '잠'을 보고 "최근 10년간 본 공포영화 중에 가장 유니크한 작품"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유재선 감독은 "슬프게도 '최근 10년간 본 공포영화 중에 가장 유니크하다'라는 말을 직접 듣지 못했다. 봉준호 감독님은 영화인으로서 너무 닮고 싶은 롤모델이다. 아마 보시기만 해도 기뻤을 텐데, 호평까지 해주셔서 좋았다. '긴장감이 끝까지 놓쳐지지 않아서 좋았다. 두 사람의 연기가 소름 돋는다'라고 봉준호 감독이 전화를 주셨다. '소름 돋는다'라고 하셨는지 '미쳤다'라고 하셨는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그런 기억이 난다"라고 당시를 회상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어 "여담이지만, 봉준호 감독께서도 엔딩에 대해 누설하지 말라는 팁을 주셨다. '관객에게 즐거움을 주는 하나의 방식이다'라고 하시더라"라고 덧붙였다. '몽유병'을 소재로 한 이유에 대해 유재선은 "처음에는 몽유병에 대해서 피상적인 관심이 있었다. 괴담 식으로 몽유병 환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을 것 같다. 수면 중에 운전하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해치는 등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자극적인 소재가 될 수 있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다. 이후 몽유병 환자에 대한 일상이 궁금해졌고, 배우자나 가족의 일상은 어떨까 하는 점에서부터 시작했다. 몽유병이라는 소재의 흥미로운 점은, 장르 영화의 경우에 주인공이 공포에 대상으로부터 멀어진다. '잠'의 경우는 공포의 대상이 사랑하는 대상이기 때문에 자의적으로 같이 있어야 하는 점인 것 같다. 그 점이 만들고 싶었던 점인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영화 '잠'을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무엇이었느냐고 묻자 "'잠' 시나리오 및 준비 과정 내내 제1의 철칙은 재밌는 장르 영화를 만들자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집필했을 당시에 오래된 여자친구와 결혼이 임박했었다. 당시의 결혼에 관한 화두들이 시나리오에 많이 들어간 것 같다. 주인공도 결혼한 부부로 설정하고, '올바른 결혼 생활이란 무엇인가. 결혼한 부부는 문제에 닥칠 때 어떻게 해야 하나'를 생각했다. 이런 화두에 대한 대답을 얻어내고자 무의식적으로 쓴 시나리오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3장으로 나눠서 '잠'을 기획한 이유에 대해 "'수진'과 '현수'의 상황이 극적으로 변화하는 시기를 3장으로 나누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 부분도 고민했었다. 각 장 사이마다 시간 텀이 많이 지난다. 지나간 시간마다 큼직한 일도 많이 발생한 것에 대해 추측하는 재미도 있는 것 같다. 연출적으로도 강점이 됐던 전략이었던 것 같다. 각 장의 상황과 인물의 심리에 맞게 미술 세팅을 변화해줄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라고 답변했다.
'잠'은 극 중에서 수진과 현수를 감싸는 시각적인 공포만큼이나 사운드 적으로 풍성해 공포감을 안기는 작품. 사운드를 많이 신경 쓴 것 같다는 질문에 유재선은 "음악 감독님과 사운드 믹싱 대표님이 좋아하실 것 같다. 운이 좋게도 '잠'을 연출하기 전, 연출팀 시절에 '옥자'의 믹싱과 회의에 참관할 수 있었다.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에서도 감독님과 사운드 감독님이 이야기를 나누는 기록을 하는 역할을 했었다. 그때 그 시절의 기억이 체화돼서 100장이 넘는 문서를 하나씩 쥐여주었다. 그것을 기반으로 전문성과 천재성을 섞어서 나온 결과물이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언제나 문서를 드리면 웃음으로 맞이해주시지만, 아마도 혀를 내두르지 않았느냐는 생각이 든다"라고 이야기했다. 배우 정유미는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남편 ‘현수’의 수면 중 이상행동으로 가장 신뢰하던 존재가 매일 밤 끔찍한 위협을 가하는 대상으로 변하게 된 공포스러운 상황에 부닥친 인물 '수진' 역을 연기했다.
남편의 이상행동으로 고통받는 수진을 연기한 정유미는 "힘든 점은 딱히 없었다. 매일 감독님이 찍어야 할 것들을 이야기를 해주시고 그날마다 감독님의 머릿속에 있는 생각대로 연기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하게 됐다"라고 언급했다. 영화 '첩첩산중'(2009), '옥희의 영화'(2010), '우리 선희'(2013)에 이어 네 번째로 이선균 배우와 호흡을 맞춘 정유미는 "세 작품을 같이 했지만, 회차가 많지 않았다. 길게 연기를 해보고 싶었는데 '잠'을 통해 이선균 배우와 호흡을 맞출 수 있어서 좋았다. 이선균 배우가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점을 동경하고 존경하고 있어서 너무 좋은 시간이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동안 홍상수, 연상호 등 베테랑 감독들과 호흡을 맞췄던 정유미는 신인 감독 유재선에 대해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어떻게 찍으실지 많이 궁금했었다. 현장에서도 정확한 디렉션을 주셔서 하다는데로만 했던 것 같다. 오히려 정확하게 디렉팅을 주시는 것이 편했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배우 이선균은 자기도 모르게 벌어지는 ‘수면 중 이상행동’으로 인해 잠들기 두려운 남편인 '현수' 역을 맡았다. “누가 들어왔어”라는 낯선 목소리와 함께 초점 없는 눈빛으로 공포를 자아낸다.
영화 '탈출: PROJECT SILENCE'(감독 김태곤)에 이어 '잠'까지. 두 작품으로 칸 영화제를 방문한 이선균은 "운 좋게 칸 영화제 초청을 두 작품이나 받아서 기분이 좋다.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은 설레고 벅차다. 칸의 좋은 기운을 받고 시작을 했기 때문에"라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이어 정유미와 네 번째 연기 호흡을 맞춘 것에 관해 "정유미 배우와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서 호흡을 많이 맞췄었다. 10년 전부터 드라마나 영화에서 호흡을 맞춰보고 싶다고 이야기를 한 적이 많았다. 유재선 감독님도 이전의 일상적인 연기를 보고 캐스팅을 하신 것 같다. 영화 자체도 일상적인 소재에서 시작하는 장르영화이다 보니 캐스팅을 해주신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선균이 맡은 현수는 수면 중에 이상행동을 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특히 몽유병 증상 중의 하나인 냉장고를 열어서 음식을 마구 꺼내 먹는 장면에 관해 "초반에 감정적으로 힘든 연기는 정유미 씨가 많이 해서 시나리오를 보고 그 장면만 잘 준비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어릴 때 봤던 영화 '고래사냥'을 보고 안성기 배우가 생닭을 먹는 장면을 먹는 장면을 떠올렸다. 기괴하게 찍었으면 했는데 결과적으로 보니까 더럽지 않게 앵글을 잡아주셔서 잘 나온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당시 촬영을 회상하며 이선균은 "위생 상태가 좋은 것으로 준비를 해주셔서 촬영을 잘 했다. 생선을 찔릴까 봐 절인 생선으로 주셔서 씹는 데 문제가 없었다"라고 말해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이에 유재선 감독도 "어떻게 하면 안전하고 먹을만한 맛인가를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연출팀과 제작팀이 직접 먹어봤다"라고 답변했다.
극 중에서 현수의 직업은 크게 활약하지 못하는 무명 배우로 등장한다. 이에 이선균은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며 "지금은 내가 유명한 배우가 되어있지만, 단역부터 시작한 배우라서 '현수'의 입장이 공감이 많이 된다. 아직도 내가 등장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잘 못 본다. 실제로 모니터링할 때, 신인 시절의 숨고 싶던 것이 공감이 가서 그런 부분이 더 나온 것 같다"라고 언급했다.
신인 감독인 유재선과 합을 맞춘 것에 관해선 "세대 차이는 크게 느끼지 못했다. 같이 영화를 찍는 사람이다 보니 소통이 잘 된 것 같다. 봉준호 감독님 밑에서 일한 경험이 있었다 보니 콘티도 시나리오도 깔끔하더라. 심플하고 컴팩트하신 것이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영화 '잠'은 오는 9월 6일 개봉한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18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잠'(감독 유재선)의 언론배급시사회가 열렸다. 행사에는 감독 유재선, 배우 이선균, 정유미가 참석했다.
'잠'은 행복한 신혼부부 현수(이선균)와 수진(정유미)을 악몽처럼 덮친 남편 현수의 수면 중 이상행동, 잠드는 순간 시작되는 끔찍한 공포의 비밀을 풀기 위해 애쓰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그렸다. 유재선 감독은 단편영화 '부탁'을 통해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서 판타스틱 단편 작품상을 수상했다. 이어 '은밀하게 위대하게'와 '옥자'의 연출부, '버닝'의 영문 자막 번역 등 다양한 이력을 쌓고 그가 직접 각본을 쓰고 만든 첫 장편영화인 '잠'을 만들어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되기도 했다.
첫 장편영화를 연출하고 칸 영화제에 초청된 소감에 관해 "칸에서 인상적이었던 순간은 '잠'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박수를 받은 것이 기억에 남는다. 초대받아서 기쁘기도 했지만, 두려움도 공존했다. 관객들의 반응이 어떨지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다행히 영화가 끝나고 좋은 반응을 보여주셔서 엄청난 안도감을 느꼈다"라고 답했다.
봉준호 감독은 '잠'을 보고 "최근 10년간 본 공포영화 중에 가장 유니크한 작품"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유재선 감독은 "슬프게도 '최근 10년간 본 공포영화 중에 가장 유니크하다'라는 말을 직접 듣지 못했다. 봉준호 감독님은 영화인으로서 너무 닮고 싶은 롤모델이다. 아마 보시기만 해도 기뻤을 텐데, 호평까지 해주셔서 좋았다. '긴장감이 끝까지 놓쳐지지 않아서 좋았다. 두 사람의 연기가 소름 돋는다'라고 봉준호 감독이 전화를 주셨다. '소름 돋는다'라고 하셨는지 '미쳤다'라고 하셨는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그런 기억이 난다"라고 당시를 회상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어 "여담이지만, 봉준호 감독께서도 엔딩에 대해 누설하지 말라는 팁을 주셨다. '관객에게 즐거움을 주는 하나의 방식이다'라고 하시더라"라고 덧붙였다. '몽유병'을 소재로 한 이유에 대해 유재선은 "처음에는 몽유병에 대해서 피상적인 관심이 있었다. 괴담 식으로 몽유병 환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을 것 같다. 수면 중에 운전하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해치는 등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자극적인 소재가 될 수 있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다. 이후 몽유병 환자에 대한 일상이 궁금해졌고, 배우자나 가족의 일상은 어떨까 하는 점에서부터 시작했다. 몽유병이라는 소재의 흥미로운 점은, 장르 영화의 경우에 주인공이 공포에 대상으로부터 멀어진다. '잠'의 경우는 공포의 대상이 사랑하는 대상이기 때문에 자의적으로 같이 있어야 하는 점인 것 같다. 그 점이 만들고 싶었던 점인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영화 '잠'을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무엇이었느냐고 묻자 "'잠' 시나리오 및 준비 과정 내내 제1의 철칙은 재밌는 장르 영화를 만들자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집필했을 당시에 오래된 여자친구와 결혼이 임박했었다. 당시의 결혼에 관한 화두들이 시나리오에 많이 들어간 것 같다. 주인공도 결혼한 부부로 설정하고, '올바른 결혼 생활이란 무엇인가. 결혼한 부부는 문제에 닥칠 때 어떻게 해야 하나'를 생각했다. 이런 화두에 대한 대답을 얻어내고자 무의식적으로 쓴 시나리오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3장으로 나눠서 '잠'을 기획한 이유에 대해 "'수진'과 '현수'의 상황이 극적으로 변화하는 시기를 3장으로 나누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 부분도 고민했었다. 각 장 사이마다 시간 텀이 많이 지난다. 지나간 시간마다 큼직한 일도 많이 발생한 것에 대해 추측하는 재미도 있는 것 같다. 연출적으로도 강점이 됐던 전략이었던 것 같다. 각 장의 상황과 인물의 심리에 맞게 미술 세팅을 변화해줄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라고 답변했다.
'잠'은 극 중에서 수진과 현수를 감싸는 시각적인 공포만큼이나 사운드 적으로 풍성해 공포감을 안기는 작품. 사운드를 많이 신경 쓴 것 같다는 질문에 유재선은 "음악 감독님과 사운드 믹싱 대표님이 좋아하실 것 같다. 운이 좋게도 '잠'을 연출하기 전, 연출팀 시절에 '옥자'의 믹싱과 회의에 참관할 수 있었다.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에서도 감독님과 사운드 감독님이 이야기를 나누는 기록을 하는 역할을 했었다. 그때 그 시절의 기억이 체화돼서 100장이 넘는 문서를 하나씩 쥐여주었다. 그것을 기반으로 전문성과 천재성을 섞어서 나온 결과물이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언제나 문서를 드리면 웃음으로 맞이해주시지만, 아마도 혀를 내두르지 않았느냐는 생각이 든다"라고 이야기했다. 배우 정유미는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남편 ‘현수’의 수면 중 이상행동으로 가장 신뢰하던 존재가 매일 밤 끔찍한 위협을 가하는 대상으로 변하게 된 공포스러운 상황에 부닥친 인물 '수진' 역을 연기했다.
남편의 이상행동으로 고통받는 수진을 연기한 정유미는 "힘든 점은 딱히 없었다. 매일 감독님이 찍어야 할 것들을 이야기를 해주시고 그날마다 감독님의 머릿속에 있는 생각대로 연기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하게 됐다"라고 언급했다. 영화 '첩첩산중'(2009), '옥희의 영화'(2010), '우리 선희'(2013)에 이어 네 번째로 이선균 배우와 호흡을 맞춘 정유미는 "세 작품을 같이 했지만, 회차가 많지 않았다. 길게 연기를 해보고 싶었는데 '잠'을 통해 이선균 배우와 호흡을 맞출 수 있어서 좋았다. 이선균 배우가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점을 동경하고 존경하고 있어서 너무 좋은 시간이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동안 홍상수, 연상호 등 베테랑 감독들과 호흡을 맞췄던 정유미는 신인 감독 유재선에 대해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어떻게 찍으실지 많이 궁금했었다. 현장에서도 정확한 디렉션을 주셔서 하다는데로만 했던 것 같다. 오히려 정확하게 디렉팅을 주시는 것이 편했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배우 이선균은 자기도 모르게 벌어지는 ‘수면 중 이상행동’으로 인해 잠들기 두려운 남편인 '현수' 역을 맡았다. “누가 들어왔어”라는 낯선 목소리와 함께 초점 없는 눈빛으로 공포를 자아낸다.
영화 '탈출: PROJECT SILENCE'(감독 김태곤)에 이어 '잠'까지. 두 작품으로 칸 영화제를 방문한 이선균은 "운 좋게 칸 영화제 초청을 두 작품이나 받아서 기분이 좋다.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은 설레고 벅차다. 칸의 좋은 기운을 받고 시작을 했기 때문에"라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이어 정유미와 네 번째 연기 호흡을 맞춘 것에 관해 "정유미 배우와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서 호흡을 많이 맞췄었다. 10년 전부터 드라마나 영화에서 호흡을 맞춰보고 싶다고 이야기를 한 적이 많았다. 유재선 감독님도 이전의 일상적인 연기를 보고 캐스팅을 하신 것 같다. 영화 자체도 일상적인 소재에서 시작하는 장르영화이다 보니 캐스팅을 해주신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선균이 맡은 현수는 수면 중에 이상행동을 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특히 몽유병 증상 중의 하나인 냉장고를 열어서 음식을 마구 꺼내 먹는 장면에 관해 "초반에 감정적으로 힘든 연기는 정유미 씨가 많이 해서 시나리오를 보고 그 장면만 잘 준비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어릴 때 봤던 영화 '고래사냥'을 보고 안성기 배우가 생닭을 먹는 장면을 먹는 장면을 떠올렸다. 기괴하게 찍었으면 했는데 결과적으로 보니까 더럽지 않게 앵글을 잡아주셔서 잘 나온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당시 촬영을 회상하며 이선균은 "위생 상태가 좋은 것으로 준비를 해주셔서 촬영을 잘 했다. 생선을 찔릴까 봐 절인 생선으로 주셔서 씹는 데 문제가 없었다"라고 말해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이에 유재선 감독도 "어떻게 하면 안전하고 먹을만한 맛인가를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연출팀과 제작팀이 직접 먹어봤다"라고 답변했다.
극 중에서 현수의 직업은 크게 활약하지 못하는 무명 배우로 등장한다. 이에 이선균은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며 "지금은 내가 유명한 배우가 되어있지만, 단역부터 시작한 배우라서 '현수'의 입장이 공감이 많이 된다. 아직도 내가 등장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잘 못 본다. 실제로 모니터링할 때, 신인 시절의 숨고 싶던 것이 공감이 가서 그런 부분이 더 나온 것 같다"라고 언급했다.
신인 감독인 유재선과 합을 맞춘 것에 관해선 "세대 차이는 크게 느끼지 못했다. 같이 영화를 찍는 사람이다 보니 소통이 잘 된 것 같다. 봉준호 감독님 밑에서 일한 경험이 있었다 보니 콘티도 시나리오도 깔끔하더라. 심플하고 컴팩트하신 것이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영화 '잠'은 오는 9월 6일 개봉한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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