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 류승완 감독 인터뷰
류승완 감독 /사진 = 출처_(주)외유내강
류승완 감독 /사진 = 출처_(주)외유내강
노란색 스트라이프 피케 셔츠를 입은 류승완 감독(49)은 재치 있고 호탕하며 겸손했다. 호평받고 있는 '밀수'의 모든 공을 빠짐 없이 배우들에게 돌리며 "나는 많이 웃었고, 좋은 컷에 OK했을 뿐"이라며 미소 지었다.

류승완 감독은 26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한 카페에서 영화 '밀수'(감독 류승완) 관련 인터뷰에 나섰다. '밀수'는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면서 휘말리는 해양범죄활극이다. 류승완 감독은 '베테랑'(2015), 엑시트'(2019), '모가디슈'(2021) 등 다채로운 흥행작을 내놨다.

류 감독이 1970년대 '밀수'라는 소재에 마음을 두게 된 것은 어린 시절 기억 때문이었다. 당시 귀했던 바나나, 캐러멜 등이 모두 밀수품이었다고 돌아봤다. 또 당시 밀수를 다룬 박재식 작가의 단편집을 보고서는 "이거 재미있겠다 생각했다. 못 봤던 장면을 펼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특히, 물 속 액션신은 류 감독을 강렬하게 끌어당긴 매력 포인트였다. 중력의 지배를 덜 받고 물의 저항을 많이 받는 물 속의 움직임을 찍는 것은 짜릿했고, 그 속에서 펼치지는 추격과 액션은 성별에 구애를 받지 않아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봤다.

"물 속에서 벌어지는 장면은 여러 액션 영화에서도 있죠. 하지만 '밀수'에서는 맨몸으로 비무장 상태에서 해녀들이 펼치는 액션이잖아요. 훈련된 사람들이나, 스노클링을 하면서 물 속 액션을 펼치는 건 있었지만, 이런 액션은 더 좋게 느껴졌어요. 또, 여성과 남성이 육체적인 대결을 벌인다고 했을 때 사실 물 위에서는 아무리 여성이 액션을 잘해도 마초들을 이기는 게 부자연스러워요. 그러나 물에서는 숙련이 잘 된 사람들이 이기는 거죠."

물 공포가 있었던 배우 염정아, 물을 보면 공황장애 증세가 나타나는 김혜수가 훈련과 연습을 통해 물 속에서 연기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류 감독에게 큰 감격이었다고.
류승완 감독 /사진 =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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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이 다 수영 못하고 공포와 공황까지 있었는데, 그들이 물에 들어가서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싱크로나이즈 선수들처럼 움직일 때 되게 감격스러웠어요. 춘자가 갈고리하고 마지막 대결할 때, 둘이 붕붕 뜬 상태에서 몸이 엉키는 장면, 춘자와 진숙이 수직으로 크로스하는 것들은 물에서만 할 수 있어서 더 짜릿했죠. 독특한 움직임을 찍어낼 수 있어 좋았어요. 아쉬움은 없습니다."

류 감독은 김혜수, 염정아에 대해 아낌없는 애정과 팬심을 나타냈다. "김혜수, 염정아 배우는 저에겐 나이가 없어요. 제가 좋아하는 배우들은, 스타들은 저한테는 나이가 의미가 없습니다. 우리가 그렇지 않나. 우리가 사랑하는 스타들은 매번 그 영화 속의 배역 이미지로 존재하는 거지 실재하는 나이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이 영화는 출발부터 나이대를 고려하지 않았어요. 해녀들 이야기인데 여자 배우가 필요했고, 그 중심에 김혜수와 염정아 두 배우가 있으면 좋겠다는 게 애초부터 있었던 생각이었습니다."

류 감독은 남달랐던 '밀수' 현장에 대해 언급하며 "원체 분위기가 무슨 '김혜수-염정아의 주부노래 교실' 같았다. 컷하면 막 박수치고, 시끄러워 죽겠는데 '다시 찍어야 하나?' 하는데 배우, 스태프들이 다 너무 좋아하니까 'OK인 것인가?'라는 생각을 했다"며 웃었다.

"그러니까 '나는 여기에 왜 있는 것인가', '내 역할은 무엇인가' 자괴감에 빠질 때도 있었죠. 하하! 제가 한 거라고 한다면 잘 웃은 거예요. 제가 웃음을 못 참아요. 깔깔대고 잘 웃어요. 저도 잘 몰랐는데 제가 막 웃으면 좀 옆에서 창피해하고 그러더라고요. 그래도 제가 현장에서 잘한 것은 깔깔대고 잘 웃어준 거, 그리고 OK를 하면 좋아서 한 거, 그것밖에 없어요. 지금 생각하면 좀 저도 약간 배우들한테 말렸던 거 같아요. 막 신났죠."
류승완 감독 /사진 = NEW
류승완 감독 /사진 = NEW
류승완 감독 /사진 =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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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감독은 "지금 신고 있는 신발도 김혜수 배우가 선물해 준 것"이라며 "저뿐만 아니라, '밀수' 팀 모든 스태프에게 선물한 것이다. 저는 현장에서 신는 게 너무 아까워서 영화 끝나고 홍보 기간부터 신겠다고 했다"며 미소 지었다. 그러면서 "김혜수 배우는 집에도 안 가고 현장에서 운다. 모니터 보면서 '얘 너무 잘하지 않아?'라면서 칭찬만 했다"며 김혜수의 '밀수' 사랑을 증언했다.

'밀수' 권상사 역의 배우 조인성에 대해서도 아낌없는 애정을 표했다. "저하고 외모가 비슷하지 않느냐"고 농을 던진 류 감독은 "제가 진짜 조인성을 좋아한다. '모가디슈'를 하면서 그 배우의 연기력 뿐만 아니라 사람의 인품에 너무 반했다"고 강조했다.

"제가 '모가디슈' 하면서 조인성 배우의 외모를 너무 망가뜨리지 않았나. 그런데 '모가디슈'를 같이 했던 크루들이 이번에 '밀수'에서 또 같이 하게 되니까 모두가 마음의 부채가 있었죠. 이렇게 멋있는 사람을 가르마를 흐트러 놓고 이랬다니. 조인성과 작업하면서 촬영, 조명 쪽 스태프들이 정말 좋아했어요. 배우의 미모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왔다면서. 저도 뭔가 빚 갚는 느낌? 커트 하나 찍을 때마다 원금을 하나씩 까는 느낌이었죠. 하하!"

"시사회 때 조인성 얼굴을 보고는 원금 다 털어낸 거 같은 느낌이었다"는 류 감독은 "조인성 배우는 점점 멋있어 지는 거 같다. 사람 자체가 그릇이 커지고 깊어지고"라며 "정말 좋은 스타가 될 거 같다 지금도 스타지만, 정말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스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하며 애정을 뽐냈다.

류 감독은 자신 연출의 장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제가 연출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건 장점이다, 단점이다'고 얘기하긴 어렵다"면서도 조심스럽게 자신의 소신을 전했다.
류승완 감독 /사진 =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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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제가 연출하면서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건 '언제든 내가 실수할 수 있다', '내가 놓치는 게 분명히 있을 수 있다'는 것이에요. 또 하나는 현장에서 가만히 있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죠. 어쨌든 계속 뛰고 움직여요. 모니터와 카메라 사이의 그 거리에서 오는 휘발되어지는 것들이 있어서 그 간극을 줄이려고 합니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것들이나 사람들의 상태, 이런 것들에 대해서 놓치지 않으려고 하죠. 어떤 때는 모른 척 하고 있어야 할 때도 있어요. 그렇지만 알면서 모르는 척 하는 것과 진짜 모르는 건 다르잖아요."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어려웠던 영화 시장도 회상했다. 류 감독은 2년 전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절, '모가디슈'를 선보이며 침체됐던 극장에 심폐소생을 한 바 있다. 류 감독은 "대단한 사람이라 사명감을 갖고 그런 건 절대 아니다. 사실 코로나 때는 약간 큰일 나겠다 싶었다. 잊어버렸을 수도 있는데 당시 7시 이후 티켓 판매를 못했고, 두 칸씩 띄어 앉았었다. 지금의 3분의 1 정도 적은 관객을 대상으로 해야 했다. 다만, 영화 업계 밥을 먹고 산지 오래 됐으니, 2년 전엔 저라도 나선 것이다. 그렇게 안 했으면 정말 큰 일 날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여름 극장 첫 주자로 나선 소감에 대해선 "첫 주자를 하고 싶어서 하는 건 아니다"라며 "영화계를 대표해서 첫 주자로서 말씀드리는 건 아니고, 그냥 '밀수' 감독으로서 말씀을 드리면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이 좋은 기분을 가지고 만족도가 높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밀수가 잘 되면 시즌2'도 나올 수 있느냐는 질문에 류 감독은 "이 캐릭터들이 사랑스러우니까 80년대로 옮겨지면 더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지 않을까 싶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26일 개봉.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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