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메의 문단속' 흥행 기념 인터뷰
'스즈메의 문단속' 500만 돌파
올해 국내 개봉 영화-역대 일본 영화 1위 등극
신카이 마코토 감독 /사진 = 조준원 기자 wizard333@
신카이 마코토 감독 /사진 = 조준원 기자 wizard333@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그룹 아이브의 음악을 듣고, 한국 영화 거장 봉준호 감독과 작업하게 됐다는 동료의 말에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지난 27일 오후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용산에서 '스즈메의 문단속' 흥행 관련 인터뷰에 나섰다.

이날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스즈메의 문단속'이 500만 관객 돌파를 앞둔 것과 관련 "한국에서 이렇게 많이 봐주실지 상상 못해 매우 놀라고 있다"며 미소 지었다. '스즈메의 문단속'의 실사 영화 제작에 대한 질문에 그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는 "굉장히 부끄러운 일이긴 한데 인간 배우에게는 그렇게 큰 흥미를 갖고 있지 않다"며 "제가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건 좋아하지만, 인간 배우들의 이름을 외우지 못한다. 바로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서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제가 아이브의 최신 싱글 '아이엠'을 최근에 가장 많이 듣고 있어요. 일주일 전부터 매일 듣고 있는데, 그 그룹 멤버의 이름은 단 한 명도 알지 못합니다. 아름답다, 예쁘다, 파워풀하다는 생각은 갖고 있는데 멤버들의 이름은 알지 못합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배우들에게 관심이 없는 이유를 묻자 "제가 실사 영화 감독이라면 항상 배우들에게 관심을 가질 거 같은데 애니메이션 감독이다보니 인간 배우에게는 관심 없다"며 "애니메이션은 배우가 없어도 제로부터 캐릭터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고 미소 지었다.

신카이 감독은 또 한국과의 협업에 대한 질문에 나오자 "지금까지는 그런 협업 제안 받은 적 없어서 아직 예정에 없지만 저와 함께한 프로듀서가 봉준호 감독과 함께 일한다고 자랑하더라"며 "구체적으로 어떤 영화를 만드는지 모르겠지만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마코토 감독은 한국과 일본 사이 존재하는 정치적 대립각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철저히 '문화'와 '콘텐츠'에 집중했다. 콘텐츠를 좋아하고 소비하는 데에는 정치적인 요소가 배제되고 있는 추세라고 봤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 /사진 = 조준원 기자 wizard333@
신카이 마코토 감독 /사진 = 조준원 기자 wizard333@
"일본도 한국 드라마와 케이팝을 좋아하고 많이 소비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최근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즈메의 문단속' 등 정말 많이 봐주고 계신데 그게 비단 일본의 것이라서 생각하지 않아요. 콘텐츠와 관련해 나라는 상관 없다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재미있는 것을 즐기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한국 K팝이 큰 인기인데, 그게 한국의 것이라서라기 보다 '곡이 좋다', '가수가 예쁘다'라는 관점에서 콘텐츠를 즐긴다고 생각합니다. 서로에 대한 문화적 장벽이라는 게 없어졌다는 걸 실감하고 있습니다."

신카이 감독은 한국에서 일본 애니메이션이 큰 사랑을 받는 것에 대해 '기쁘고 좋은 일'이라고 했다. 그는 "'스즈메의 문단속', '더 퍼스트 슬램덩크', '명탐정 코난' 등을 가리지 않고 일본 애니메이션 전체를 많이 봐주시고 힘을 얻고 있는 건 행복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며 "K팝과 K드라마가 어떤 장르로서 인기를 얻고 있는 것처럼 일본 애니메이션도 하나의 장르로 인정받고 있는 현상은 매우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별히 "아시아의 애니메이션이 세계에서 인정받기를 바란다"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일본, 한국, 중국, 태국 등 아시아에서 발신하는 콘텐츠가 힘을 가졌으면 좋겠다. 아시아의 애니메이션 힘이 강해지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전해 눈길을 끌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 /사진 = 조준원 기자 wizard333@
신카이 마코토 감독 /사진 = 조준원 기자 wizard333@
신카이 마코토 감독에게 진짜 라이벌은 SNS였다. 그는 "라이벌에 대해서 생각하자면 다른 애니메이션이나 실사 영화가 아니라 인터넷에 올라온 동영상 아닌가 생각한다"며 "유튜브, 틱톡 등 SNS 그 자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인터넷 콘텐츠의 스피드와 템포가 빠른데, 그것에 지지 않는 정보량이 많은 애니메이션 만들려고 생각합니다. 제 작품은 스토리 전개에 있어서 다른 애니메이션에 비해 빠른 거 같아요. 어쩌면 그런 점이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부분 아닐까 생각합니다. 댜만, 스피드 전개가 빠른 게 싫다고 하시는 분도 계시기 때문에 이것은 장점이자 단점인 거 같아요."

신카이 감독은 자신의 애니메이션이 일본 전통 애니메이션의 방식을 따르고 있다며 1초에 24장의 컷을 삽입한다고 했다. 이 방식은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지난 50년 동안 바뀌지 않고 있는 기술이라고.
신카이 마코토 감독 /사진 = 조준원 기자 wizard333@
신카이 마코토 감독 /사진 = 조준원 기자 wizard333@
그는 "최근 '아바타2'나 할리우드의 애니메이션 작품들은 프레임수를 더 많이 올리고 있더라. 1초에 60장까지 올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것들이 상영되고 최신 기술이 쓰이는 걸 보면 우리도 변해야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런 시도는 아직 해본적이 없다. 일본 애니메이션이 옛날부터 하던 방식, 원시적이면서 장인적인 방식으로 만들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기술적인 면에서 새로운 게 없을지 모르지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 각본, 스토리보드 등이 다른 애니와 다를 수 있다"고 자신의 작법에 대해 설명을 덧붙였다.

신카이 감독은 또 국내에서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스코어를 이긴 것과 관련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솔직히 말하면 기뻤다"고 말하며 "일본에서 실제로 '슬램덩크'와 '스즈메'가 라이벌이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슬램덩크' 다음에 '스즈메'가 나왔어요. 이 순서에 대해서 고맙게 생각합니다.
한국 관객분들이 '슬램덩크'를 보면서 일본 애니메이션이 재미있다고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더 관심을 가지고 좋아해주신 거 같아서 '슬램덩크' 덕분에 이렇게 좋은 결과가 있었던 거 같아요. 중국에서는 개봉 순서가 반대였어요. '스즈메'가 개봉 후 1위를 하고 있었는데, '슬램덩크'가 개봉했고, 지금 쫓기고 있는 상황입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 /사진 = 조준원 기자 wizard333@
신카이 마코토 감독 /사진 = 조준원 기자 wizard333@
'스즈메의 문단속'은 우연히 재난을 부르는 문을 열게 된 소녀 스즈메가 일본 각지에서 발생하는 재난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문을 닫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는 동일본 대지진에서 발생한 일본 관측 사상 최대 규모 9.0의 대지진을 가장 주요한 소재로 삼았다.

일본에서 천만 관객을 동원한 '스즈메의 문단속'은 26일 기준 497만530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장기 흥행하고 있다. 이 영화는 올해 국내 개봉작 중 흥행 1위를 달리고 있으며, 국내 개봉 일본 영화 중에서도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너의 이름은.'(2017, 381만 명), '날씨의 아이'(2019, 74만 명)에 이어 '스즈메의 문단속'으로 재난 3부작을 완성한 신카이 마코도 감독은 작품적 호평과 동시에 대중적 흥행을 이루며 신카이 마코토의 대표 시리즈가 됐다. 이중 '너의 이름은.'과 '스즈메의 문단속'은 국내 개봉 역대 일본 영화 흥행 TOP3에 등재되기도 했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지난 3월 8일 개봉, 장기 흥행하며 지난달 30일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