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화 '리바운드' 포스터
/사진=영화 '리바운드' 포스터
농구 팬이 아니라도 한 번쯤은 '농구는 신장이 아니라 심장으로 하는 것이다'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초월 번역된 말이지만, 영화 '리바운드'(감독 장항준)는 이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다.

'리바운드'는 2012년 전국 고교농구대회,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최약체 농구부의 신임 코치와 6명의 선수가 쉼 없이 달려간 8일간의 기적 같은 이야기를 담았다. 2012년 대한농구협회장기 전국 중, 고교농구대회에서 부산 중앙고가 일궈낸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과거 전국대회에서 MVP를 차지했던 강양현(안재홍 역)은 공익근무요원으로 모교인 부산 중앙고에서 근무 중이다. 그러던 중 폐부 위기에 빠진 농구부 코치를 맡게 됐다. 교장은 체면치레를 위해 강양현을 코치로 임명했지만, 별 기대가 없다. 다만 청춘과 열정 그리고 패기를 믿지 않으니 학생 관리나 잘하라고 큰소리를 친다.
/사진=영화 '리바운드' 스틸
/사진=영화 '리바운드' 스틸
부산 중앙고 농구부원으로 남아 있는 학생은 4명이었다. 그중 1명이 성적을 핑계로 탈퇴했고, 또 다른 한 명이 그 뒤를 따라나선다. 농구부원은 순식간에 2명이 됐다. 강양현의 일은 이제 시작이었다. 부족한 선수들을 스카우트해야 하는 것. 강양현은 축구 선수를 꿈꾸는 순규(김택 역), 길거리 농구를 하던 강호(정건주 역), 천재 가드라 불렸지만, 슬럼프에 빠진 기범(이신영 역), 길거리 내기 농구를 전전하던 규혁(정진운 역)을 차례로 모았다.

그렇게 팀을 결성한 이들의 첫 대회는 군산시배였다. 첫 상대는 농구 명문으로 이름을 알린 용산고였다. 그러나 팀워크가 무너지며 몰수패를 당한다. 6개월 출전 정지를 받게 됐지만, 강양현은 자기의 태도와 생각을 바꾼다. 심기일전한 강양현은 전과 180도 달라진 팀으로 만들기 위해 선수 개인 맞춤 훈련을 지시한다. 여기에 신입생 재윤(김민 역), 진욱(안지호 역)이 합류했다. 다시 한 팀이 된 이들의 첫 목표는 전국 대회 본선 진출이다. 강양현과 여섯 아이는 전국 대회에서 일을 낼 수 있을까.

실화를 바탕으로 한 '리바운드'이기에 이미 결과는 나온 상태다. 결과를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은 별반 차이가 없다. 물론 결과를 모르고 본다면 더욱 극적인 감동과 울림을 느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결과를 알고 봐도 감동이 없는 것은 아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흥행함에 따라 농구에 대한 열기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실화 바탕의 '리바운드' 등장은 또 다른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안긴다.
/사진=영화 '리바운드' 스틸
/사진=영화 '리바운드' 스틸
눈에 띄는 건 앤드 원, 풀 코트 프레스 등 농구 용어를 자막으로 설명해준다는 점이다. 이에 룰을 몰라도 이해하기에 큰 어려움이 없다. 농구 룰을 알고 '리바운드'를 보는 사람이라면 본인이 아는 용어가 등장하고, 모르고 본다면 농구 룰을 배울 수 있다. '리바운드'에서 강조되는 건 리얼리티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 그렇게 느껴지는 건 아니다. 11년 전 경기장의 모습, 선수들이 신은 신발, 강양현 코치를 연기한 안재홍이 착용한 안경이라든지 붉은색 및 푸른색 카라 티셔츠 등을 똑같이 재현했다.

자막과 리얼리티뿐만 아니라 경기장에 가야만 느낄 수 있는 현장감을 적극적으로 담아냈다. 공이 림에 빨려 들어가 그물을 통과하는 소리라든지 선수들이 농구화를 신고 코트 위를 뛰어다니며 내는 '삑' 소리, 작전을 지시하는 선수의 목소리가 그 예다.

흔히 중계로 보는 것과 직관은 다르다고 하지 않나. '리바운드'는 코트 석에서 경기를 보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그만큼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는 뜻이다. 농구 중계로 인해 익숙한 얼굴인 조현일 해설위원과 캐스터로 등장하는 박재민은 귀에 박히는 해설로, 현역 선수로 뛰고 있는 허훈, 강상재의 이름은 재미와 반가움을 더한다. 장항준 감독과 서울예대 동문인 개그맨 김진수, 배우 박상면의 출연도 눈길을 끈다.
/사진=영화 '리바운드' 스틸
/사진=영화 '리바운드' 스틸
농구 만화 '슬램덩크'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말은 '리바운드를 지배하는 자가 경기를 지배한다'다. 절대적이지 않지만, 농구에서 리바운드는 중요하다. 선수들이 '박스 아웃'에 힘을 쏟는 이유가 다 있다. 바로 리바운드 하나로 인해 한 번의 실패가 득점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영화 '리바운드'는 실패를 경험 삼아 다시 일어나는 청춘에게 힘을 불어넣어 준다.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면 된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뿐만 아니라 후회 없이 오늘을 즐기면 언젠가 한 번의 찬스는 온다고 격려해준다. 특히 삽입된 Fun.의 'We Are Young'은 가사처럼 희망차고 밝은 태양이 기다리고 있는 내일을 기대하게 한다.

감동과 재미 그리고 웃음이 있는 '리바운드'는 '농구는 신장이 아닌 심장으로 하는 것'과 닮아있다. 장항준 감독이 전달하는 메시지는 의지와 열정이 있다면 제한적인 요건을 뛰어넘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농구 팬이라면 자꾸 떠오르는 얼굴이 있을 터. 그 부분과 경기 중에 등장하는 기술 하나를 제외하면 편하게 즐길 수 있다.

4월 5일 개봉. 러닝 타임 122분. 12세 관람가.

강민경 텐아시아 기자 kkk39@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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