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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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베니스 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손꼽히는 칸 영화제가 75회째 맞이, 개막을 앞두고 있다.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최고 권위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기까지, '칸'과 유난히 인연이 깊었던 한국 영화의 발자취를 따라가 봤다.

한국 영화는 1960년대부터 베를린 영화제, 베니스 영화제에 경쟁, 비경쟁 가리지 않고 초청받았다. 그런데 유독 칸 영화제는 한국 영화를 외면했다. 1984년, 뒤늦게 이두용 감독 영화 '여인 잔혹사 물레야 물레야'가 비경쟁 부분인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 칸에서 처음으로 주목받았다. 칸에서 수상하면 대통령이 반드시 축전을 보낸다. 그만큼 권위를 인정받는 영화제다.

칸에서 한국 영화의 존재감을 제대로 알린 건 '거장' 임권택 감독이다. 2000년 임권택 감독 영화 '춘향뎐'이 칸 영화제 장편 경쟁 부분에 처음 진출, 전 세계 관객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주연 배우 조승우가 극 중 '이몽룡' 차림으로 부채를 들고 레드카펫에 올랐던 것이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됐다.

이 해에는 '춘향뎐' 이외에 '오! 수정'(감독 홍상수·주연 이은주 정보석) 주목할 만한 시선 초청, '박하사탕'(감독 이창동·주연 설경구 문소리 김여진) 감독주간 초청, '해피 엔드'(감독 정지우·주연 전도연 최민식 주진모) 비평가주간에 초청 등 '여인 잔혹사, 물레야 물레야'(감독 이두영·주연 원미경)가 한국 영화 최초로 칸 영화제에 초청된 이후, 가장 많은 작품이 칸에서 거론됐다.

이어 임권택은 2002년 영화 '취화선'으로 또 한 번 칸 영화제 경쟁 부분에 초청, 한국 영화 역사상 최초로 감독상을 받았다. 이는 훗날 박찬욱, 봉준호 등이 칸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데 초석이 됐다.

'칸 영화제' 하면 박찬욱 감독을 빼놓을 수 없다.
박찬욱 감독./ 사진=텐아시아DB
박찬욱 감독./ 사진=텐아시아DB
2004년 박찬욱 감독 연출, 최민식 주연 영화 '올드보이'가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심사위원대상은 '칸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로 '황금종려상' 다음인, 2등에 해당하는 상이다.

'올드보이'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박찬욱 감독은 2009년 송강호·김옥빈 주연작 '박쥐'로 경쟁 부분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앞서 '올드보이'로 받았던 심사위원대상과는 다른상이다.

박찬욱 감독은 7년 만에 '아가씨'로 경쟁 부분에 또 초청받았다. 주요 부문에서 수상엔 실패했지만, '아가씨'에 참여한 류성희 미술감독이 기술 아티스트에게 수여하는 '벌칸상'을 한국 영화 최초로 수상했다.

그리고 박찬욱 감독은 다시 6년 만에 '칸' 비행기에 오르게 됐다. 박찬욱 연출, 박해일·탕웨이 주연 '헤어질 결심'이 제75회 칸 영화제 경쟁 부분에 초청돼 또 한 번 전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게 됐다.

이 외에 이창동, 홍상수, 고(故) 김기덕, 임상수 감독 등 '명장'으로 불린 이들이 여러 차례 경쟁 부분에 진출했지만 수상하지 못한 가운데, 봉준호 감독이 한국 영화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이뤘다.

봉준호 감독은 2008년 레오 카락스, 미셸 공드리 감독과 함께 만든 옴니버스 영화 '도쿄!'로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받았다. 이듬해에도 원빈·김혜자 주연 영화 '마더'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살인의 추억' '괴물' 등을 통해 흥행 감독이 된 봉준호 감독은 2017년 '옥자'로 처음 경쟁 부문에 진출, 2년 뒤 '기생충'으로 칸 영화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한국 영화 100년 역사를 다시 썼다.
영화 '밀양' 포스터
영화 '밀양' 포스터
한국 영화가 칸 영화제에서 이름이 거론된 지 40년이 다 돼가는 가운데, 한국 배우로는 유일하게 전도연이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2007년 이창동 감독 영화 '밀양'이 경쟁 부문에 진출, 극 중 남편을 잃고 밀양으로 내려온 신애를 연기한 전도연은 깊은 내면 연기로 관객들의 눈물샘을 터트렸다. 당시 전도연의 상대 배우는 송강호였다. 전도연은 여우주연상 수상을 통해 '칸의 여왕'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이번 칸 영화제에는 일본인 감독 고레이다 히로카즈가 한국 배우들과 호흡을 맞춘 '브로커'가 경쟁 부분에 진출한 상태다. '브로커'는 송강호, 강동원, 이지은(아이유), 배두나, 이주영 등이 출연, 송강호의 남우주연상 수상 여부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또한 가수로 데뷔해 배우로도 인정받은 이지은이 첫 장편영화로 첫 칸 영화제에 진출, 전세계 관객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 지 이목이 쏠린다.
영화 '브로커' 포스터./
영화 '브로커' 포스터./
'기생충' 이후에도 한국 영화는 계속해서 칸에 발자취를 남겼다. 2020년 임상수 감독 '행복의 나라로'와 연상호 감독 '반도'가 공식 초청됐고, 2021년에는 홍상수 감독 '당신 얼굴 앞에서'가 칸 프리미어 부문에, 한재림 감독 '비상선언'이 비경쟁 부분에 초청됐다. 코로나19로 영화제가 취소 및 축소되면서 크게 주목받진 못했다.

제75회 칸 영화제에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영화 '브로커', 박찬욱의 '헤어질 결심'이 경쟁 부문에 초청됐으면, 배우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 '헌트'가 비경쟁 부분에 초청됐다. 이에 따라 여러 한국 감독 및 배우들을 칸 영화제를 통해 볼 수 있게 됐다. '깜짝' 수상 소식이 들여올지, 칸을 향한 국내 영화 팬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칸 영화제는 오는 17일부터 25일까지 열린다.

노규민 텐아시아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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