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차가 슈퍼가 뒤쫒는 추격 코미디 '스텔라' 주인공
"슬랩스틱 많아 역동적인 재미와 웃음"
"'상대역' 자동차와 호흡 좋아, 오히려 내가 부족"
"대출금으로 차 선물해줬던 형"
"아버지의 무게 생각하게 하는 작품"
배우 손호준 / 사진제공=CJ CGV
배우 손호준 / 사진제공=CJ CGV
유쾌하고 수더분한 생활 연기에 일가견 있는 배우 손호준이 추격 코미디 영화 '스텔라'로 힐링과 웃음을 선사한다. 심장을 요동치게 하는 엔진소리, 화려한 드리프트와 고속 질주 없이도 유쾌하고 뜨듯하다.

'스텔라'는 차량담보업체 직원 영배(손호준 분)가 빚에 허덕이던 절친이 훔쳐 팔아넘긴 3억짜리 슈퍼카를 찾기 위해 분투하는 이야기. 극 중 영배는 절연한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에 시골집에 내려갔다가 아버지가 타던 1987년식 자동차 스텔라를 발견하고, 이 스텔라를 타고 친구의 행방을 찾아다닌다. 손호준은 "코로나 이전에 촬영이 끝났는데, 코로나로 인해 개봉이 지연돼 걱정이 많았다. 다행스럽게도 선보이게 돼서 기대되고 설렌다"고 개봉 소감을 밝혔다.
영화 '스텔라' 스틸 / 사진제공=CJ CGV, CJ ENM
영화 '스텔라' 스틸 / 사진제공=CJ CGV, CJ ENM
손호준은 드라마 '응답하라 1994', '고백부부' 등을 통해 익살스럽고 차진 코믹 연기를 선보여왔다. 그는 '스텔라'만의 매력에 대해 "기존에 제가 보여드렸던 코미디와는 조금 다른 것 같다. 표현이 크고 슬랩스틱이 많이 들어간 편인데, 슬랩스틱만의 역동적인 재미와 웃음이 있어서 제게도 재밌고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코미디 작품 안에서도 사람들마다 웃음 포인트가 다르잖아요. 어떤 분은 크고 역동적인 동작에 재미를 느끼는 반면 또 어떤 분은 언어유희에 웃음을 터트리기도 하죠. 이번 영화의 코믹 연기는 이 둘 사이에서 접점을 찾는 데 신경 썼어요. 사람마다 웃음 포인트가 다르다는 게 코믹 연기의 어려운 점인데, 코믹 연기를 많이 하다 보니 저만의 노하우는 좀 쌓인 것 같아요."
배우 손호준 / 사진제공=CJ CGV
배우 손호준 / 사진제공=CJ CGV
손호준은 영화 내내 낡은 스텔라와 함께했다. 상대역이 사람이 아닌 자동차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 극 중 스텔라는 문짝도 제대로 열리지 않는데다 에어컨에서는 더운 바람이 나오고 내비게이션은 낭떠러지 길로 안내한다. 제멋대로 오디오가 켜지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 촬영 때는 기특하게도 큰 고장 없이 '열연'을 해줬다고 한다. 손호준은 "스텔라와 호흡은, 스텔라한테도 물어봐야겠지만 저는 좋았다"며 웃었다.

"30년 넘은 올드카인 걸로 아는데, 고장 한 번 없이 잘해주더라고요. 스텔라와 둘이 촬영하는 데 별로 어려움은 못 느꼈어요. 오히려 제가 부족하지 않았나 싶어요. 하하. 영화에서 스텔라에게 대화하듯 혼잣말하는 장면들이 있는데, 리액션, 피드백 없이 혼자 해야 한다는 점은 좀 어려웠어요. 대사 톤이나 감정 조절 등에 있어서 피드백이 없는 상대에게는 어떻게 연기해야겠구나, 공부가 됐죠."

손호준은 차와 얽힌 과거 추억담을 꺼내놓기도 했다. 그는 오디션을 보러 다니던 시절, 대출까지 받아 자신에게 차를 선물해준 형에게 고마워했다.

"'응답하라 1994'를 만나기 전이었는데, 갈 곳이 없어서 인천의 형 집에 잠깐 살았어요. 오디션이 강남에서 잡히면 인천이다 보니 새벽부터 일어나고 준비하고 지하철을 타야 했는데, 형이 그런 제 모습을 안쓰러워한 것 같아요. 대출을 끌어다 저한테 차를 사줬죠. 다행히 형이 차를 사주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응답하라 1994'에 캐스팅됐어요. 수입이 생겨서 형 대출금을 갚아주고 형이 사줬던 차도 다시 형한테 선물했죠."
배우 손호준 / 사진제공=CJ CGV
배우 손호준 / 사진제공=CJ CGV
극 중 영배는 아버지의 유일한 유품인 스텔라를 통해 뒤늦게 가족을 향한 아버지의 사랑을 깨닫게 된다. 손호준은 "아버지의 무게, 속마음을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영화"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부모님께 잘하고 싶지만 부모님이 우리를 키워주신 것만큼은 아직 다 못하면서 살고 있다"면서 자신이 꾸리고 싶은 가정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나이 들어가면서 결혼도 생각하게 되죠. 어렸을 때는 막연히 빨리 결혼하고 싶다고만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결혼하려면 경제적인 부분이나 마인드 면에서 내가 준비돼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느 한쪽이 양보하는 부분도 있어야 할 거고, 상대방에게 맞춰달라고 하는 부분도 있을 겁니다. 저 자신이 뭔가를 내려놓고 포기할 수 있는 때가 돼야만 결혼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저희 아버지가 퇴직하고 조리사 자격증을 따시길래 저는 아버지가 식당을 차리시려나 싶었어요. 그런데 아버지 말씀이 '35년 동안 엄마가 아빠 밥을 해줬으니 이제는 아빠가 엄마 밥을 차려줘야 하지 않겠나' 하시더라고요. 아버지는 제가 되고 싶은 아버지상을 보여주세요. 저도 저희 아버지와 같은 가정을 꾸리고 싶어요."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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