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규민의 영화人싸≫
하마구치 류스케, 거장 구로사와 기요시 제자
'우연과 상상' 베를린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드라이브 마이카' 칸 영화제 각본상
봉 감독 "하무구치 류스케, 후배지만 존경…귀한 창작자"
하마구치 류스케, 거장 구로사와 기요시 제자
'우연과 상상' 베를린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드라이브 마이카' 칸 영화제 각본상
봉 감독 "하무구치 류스케, 후배지만 존경…귀한 창작자"
≪노규민의 영화人싸≫
노규민 텐아시아 영화팀장이 매주 일요일 오전 영화계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배우, 감독, 작가, 번역가, 제작사 등 영화 생태계 구성원들 가운데 오늘뿐 아니라 미래의 '인싸'들을 집중 탐구합니다.
"일본영화에서 흔히 접할 수 없는 힘과 에너지, 그리고 놀라운 집중력을 가진 귀한 감독이다. 선후배를 떠나 그를 존경한다."
영화 '기생충'으로 칸 영화제부터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휩쓴 세계적인 명장 봉준호 감독이 일본의 신예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을 향해 엄지를 치켜 세웠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연출작 '우연과 상상'으로 올해 열린 제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고, '드라이브 마이 카'로 제74회 칸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하며 전세계 영화팬들의 관심을 독차지 했다. 한 해동안, 세계 3대 영화제 중 두 곳에서 각각 다른 영화로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는 2010년대 이후 가장 주목받는 일본 영화계 신예로 꼽히며, 거장 구로사와 기요시를 잇는 차세대 감독으로 불린다.
도쿄대학에서 문학을 전공, 이후 영화사에서 일하던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도쿄예술대학에서 대학원 과정을 밟던 중 거장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을 만난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에게 지도를 받은 하마구치 류스케는 2008년 졸업작품이자 데뷔작인 '열정'을 찍어 자신의 저력을 확인 시켰다.
한일합작영화 '심도' 등 꾸준하게 작품을 만들었지만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하던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2015년 영화 '해피 아워'가 스위스 로카르노 영화제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는 등 호평을 받았고, 배우 문소리도 이 영화를 칭찬하면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후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첫 상업영화 '아사코'로 세계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시바사키 토코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아사코'는 제71회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 됐고, 같은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 돼 상영 됐다. 2019년 3월 개봉, 같은해 '기생충'으로 신드롬을 일으킨 봉준호 감독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봉 감독은 "2019년 가장 인상 깊었던 영화 중 하나다"라고 칭찬했다.
'아사코'로 존재감을 뚜렷하게 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스승인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 영화 '스파이의 아내'(2020) 각본에 참여했다. 이 영화는 제77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 하마구치 류스케는 칸에 이어 베니스까지 진출하며 점점 더 높이 떠 올랐다. 봉준호 감독이 '아사코'를 본 후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에게 빠져들었을 때 쯤, 그 역시 '기생충'을 보고난 후 "봉준호 감독이 내가 갖고 있는 영화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꿔놨다. 봉 감독으로 인해 영화에 대한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지난 7일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현장에서 의미있는 만남이 펼쳐졌다. 서로를 '팬'이라 여기던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과 봉준호 감독이 만났다. 두 사람은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영화 '우연과 상상' '드라이브 마이카'를 놓고 대담을 가졌다.
이날 봉 감독은 '살인의 추억'을 만들 때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스승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영향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봉 감독은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큐어'를 생각하며 연쇄살인마를 그려냈다고 했다. 봉 감독은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과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팬클럽 회장직을 놓고 사투를 벌일 것"이라며 특유의 입담을 뽐내기도 했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역시 대부분의 작품이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영향을 받았다면서도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감독"이라고 존경심을 표했다.
특히 봉 감독은 "저는 불안감이 많은 사람이다. 기본적으로 영화 만드는 모든 과정이 불안감의 표현이다. 그런데 관객들이 '좋다, 재밌다, 이상하다, 특이하다, 독창적이다'라고 해석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며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에게 "자긴 어때?"라고 물었다.
그러자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저 또한 불안하다.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 이것저것 막 해보는 것이다.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애를 쓴다거나 리허설을 반복적으로 해나간다거나 기본적으로 불안감을 낮추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 점에서 불안 덩어리다"라고 했다.
이를 들은 봉 감독은 "거짓말"이라고 말해 좌중을 폭소케 했다.
봉 감독은 "선후배를 떠나 존경한다"라며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그래비티'를 보면 지구 밖 공간에서 지구로 돌아온 주인공이 중력을 받으며 흙을 밟기까지의 여정을 물리적으로 체험하게 해준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도 인간의 마음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을 함부로 축약하거나 편집해버리지 않는다. 우리가 몰랐던 사람의 마음을 마침내 알게 되기까자의 과정을 체험하게 해주는 것 같다. 그런 마음의 체험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귀한 감독, 창작자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노규민 텐아시아 기자 pressgm@tenasia.co.kr
노규민 텐아시아 영화팀장이 매주 일요일 오전 영화계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배우, 감독, 작가, 번역가, 제작사 등 영화 생태계 구성원들 가운데 오늘뿐 아니라 미래의 '인싸'들을 집중 탐구합니다.
"일본영화에서 흔히 접할 수 없는 힘과 에너지, 그리고 놀라운 집중력을 가진 귀한 감독이다. 선후배를 떠나 그를 존경한다."
영화 '기생충'으로 칸 영화제부터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휩쓴 세계적인 명장 봉준호 감독이 일본의 신예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을 향해 엄지를 치켜 세웠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연출작 '우연과 상상'으로 올해 열린 제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고, '드라이브 마이 카'로 제74회 칸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하며 전세계 영화팬들의 관심을 독차지 했다. 한 해동안, 세계 3대 영화제 중 두 곳에서 각각 다른 영화로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는 2010년대 이후 가장 주목받는 일본 영화계 신예로 꼽히며, 거장 구로사와 기요시를 잇는 차세대 감독으로 불린다.
도쿄대학에서 문학을 전공, 이후 영화사에서 일하던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도쿄예술대학에서 대학원 과정을 밟던 중 거장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을 만난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에게 지도를 받은 하마구치 류스케는 2008년 졸업작품이자 데뷔작인 '열정'을 찍어 자신의 저력을 확인 시켰다.
한일합작영화 '심도' 등 꾸준하게 작품을 만들었지만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하던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2015년 영화 '해피 아워'가 스위스 로카르노 영화제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는 등 호평을 받았고, 배우 문소리도 이 영화를 칭찬하면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후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첫 상업영화 '아사코'로 세계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시바사키 토코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아사코'는 제71회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 됐고, 같은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 돼 상영 됐다. 2019년 3월 개봉, 같은해 '기생충'으로 신드롬을 일으킨 봉준호 감독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봉 감독은 "2019년 가장 인상 깊었던 영화 중 하나다"라고 칭찬했다.
'아사코'로 존재감을 뚜렷하게 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스승인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 영화 '스파이의 아내'(2020) 각본에 참여했다. 이 영화는 제77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 하마구치 류스케는 칸에 이어 베니스까지 진출하며 점점 더 높이 떠 올랐다. 봉준호 감독이 '아사코'를 본 후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에게 빠져들었을 때 쯤, 그 역시 '기생충'을 보고난 후 "봉준호 감독이 내가 갖고 있는 영화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꿔놨다. 봉 감독으로 인해 영화에 대한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지난 7일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현장에서 의미있는 만남이 펼쳐졌다. 서로를 '팬'이라 여기던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과 봉준호 감독이 만났다. 두 사람은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영화 '우연과 상상' '드라이브 마이카'를 놓고 대담을 가졌다.
이날 봉 감독은 '살인의 추억'을 만들 때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스승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영향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봉 감독은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큐어'를 생각하며 연쇄살인마를 그려냈다고 했다. 봉 감독은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과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팬클럽 회장직을 놓고 사투를 벌일 것"이라며 특유의 입담을 뽐내기도 했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역시 대부분의 작품이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영향을 받았다면서도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감독"이라고 존경심을 표했다.
특히 봉 감독은 "저는 불안감이 많은 사람이다. 기본적으로 영화 만드는 모든 과정이 불안감의 표현이다. 그런데 관객들이 '좋다, 재밌다, 이상하다, 특이하다, 독창적이다'라고 해석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며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에게 "자긴 어때?"라고 물었다.
그러자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저 또한 불안하다.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 이것저것 막 해보는 것이다.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애를 쓴다거나 리허설을 반복적으로 해나간다거나 기본적으로 불안감을 낮추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 점에서 불안 덩어리다"라고 했다.
이를 들은 봉 감독은 "거짓말"이라고 말해 좌중을 폭소케 했다.
봉 감독은 "선후배를 떠나 존경한다"라며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그래비티'를 보면 지구 밖 공간에서 지구로 돌아온 주인공이 중력을 받으며 흙을 밟기까지의 여정을 물리적으로 체험하게 해준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도 인간의 마음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을 함부로 축약하거나 편집해버리지 않는다. 우리가 몰랐던 사람의 마음을 마침내 알게 되기까자의 과정을 체험하게 해주는 것 같다. 그런 마음의 체험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귀한 감독, 창작자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노규민 텐아시아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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