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정 주연 영화 '만남의 광장' 연출
쇼핑몰 '시크헤라'로 성공 신화
데니안 소속 커즈나인 엔터 설립
미디어와 커머스 융합한 新 사업 계획중
김종진 커즈나인 엔터테인먼트 대표./ 사진=조준원 기자
김종진 커즈나인 엔터테인먼트 대표./ 사진=조준원 기자


≪노규민의 영화人싸≫
노규민 텐아시아 영화팀장이 매주 수요일 오전 영화계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배우, 감독, 작가, 번역가, 제작사 등 영화 생태계 구성원들 가운데 오늘뿐 아니라 미래의 '인싸'들을 집중 탐구합니다.


꼼데가르송 시그니처 로고가 포인트인 흰색 셔츠에 일자핏으로 딱 떨어지는 검정색 슬랙스를 매치했다. 단추 하나를 풀어 쿨하고 프리한 면모를 드러냈고, 캐주얼한 타이로 포인트를 주며 댄디한 매력을 더했다. 징이 박힌 로퍼를 신고 성큼성큼 다가와 인사를 건네는 김종진(46) 커즈나인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타일리시 했다.

그룹 god 출신 데니안, 아역배우 출신 박지빈, 배우 이주현, 개그맨 이병진, 그리고 이재우, 한윤지, 한정우, 신혜지, 이도하, 이혜영, 류예리, 오수혜, 서희선, 오승준 등 미래가 기대되는 신인배우들을 이끌고 있는 신생 커즈나인 엔터테인먼트의 수장이자, 연매출 200억을 달성한 여성 의류 쇼핑몰 시크헤라(CHICHERA)를 운영하고 있는 김종진 대표를 용산구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 대표의 이력은 그의 스타일만큼이나 화려하다. 영화 감독으로 시작해 13년 동안 여성 의류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 엔터테인먼트를 차려 배우들을 양성하고 영화, 드라마 등 제작도 준비중이다. 김 대표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야망이 묻어 있었고, 철저하게 계획하고 계산한대로 실행에 옮기는 치밀함도 보였다. 빛좋은 개살구가 아니라 속이 꽉 찬, 단단함이 느껴졌다.

시작은 영화 감독이었다. 30살 젊은 나이에 입봉작 '만남의 광장'(2007)을 스크린에 걸었다. 당시 배우로서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임창정과 박진희가 주연을 맡은 이 영화를, 30살 신인 감독이 지휘했다. '만남의 광장'은 어떻게 만나게 된 걸까.

"영화의 시작을 이야기 하기엔 조금 쑥쓰럽네요. 남들처럼 어렸을 때부터 영화를 좋아하고, 동경한 것은 아니었어요."

1993년 성균관 대학교에 입학한 김 대표는 의도치 않게 운동권 선배들과 친해지면서 데모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제가 제주도에서 올라 왔다. 미처 몰랐던 사회적 부조리가 상당하더라"라고 떠올렸다. 한참을 그쪽에 빠져 있던 김 대표는 어느 날 F로 도배 된 성적표를 확인하고, 그제서야 현실을 직시했다. 그는 "'이럴려고 대학에 온 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로를 세팅해야 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이왕이면 부조리한 사회를 향해 목소리를 내고 싶었다"라고 했다.

김 대표는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는 "글을 잘 쓴 편이어서 소설이나 시를 써 볼까도 생각 했다. 그러다 '영화'가 떠오르더라. 영화만큼 목소리를 내기 위한 수단으로 좋은 것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중앙대학교 영화과에 입학한 김 대표는 점점 영화의 매력에 빠져 들게 됐다. 그는 "하다보니 재미있는 거다. '수단'으로 접근 했는데 그 마음을 버리고 영화의 본질을 파고 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김대표는 감독을 꿈꿨고, 영화판으로 뛰어 들었다.
[노규민의 영화인싸] '만남의 광장' 감독→연200억 매출 쇼핑몰 CEO…김종진 커즈나인 엔터 대표의 '멈추지 않는 도전'
신은경 주연 영화 '조폭마누라'(2001년, 조진규 감독), 장동건 주연 '해안선'(2002년, 故 김기덕 감독) 연출부로 시작했다. 20대 혈기로, 그 누구보다 열심히 뛰면서 현장을 경험했다. 김 대표는 고 김기덕 감독을 떠 올렸다. 그는 "김 감독님은 배움에 대한 열정이 많았다. 처음엔 액션 장면에서 카메라 렌즈도 제대로 선택하지 못하셨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만났을 때 촬영, 편집까지 혼자 다 하시더라. 습득이 굉장히 빠르고, 감각적인 사람이었다"라고 떠올렸다.

영화판에 뛰어든 지 3년도 채 안 됐을 때 김 대표는 영화 '위대한 유산'(2003년, 오상훈 감독) 조감독으로 참여할 기회를 얻게 됐다. '위대한 유산'은 CJ의 외주제작 첫 작품 이었다. 그러다보니 시스템이 완벽하게 구축되지 않은 상태였고, 조 감독이 자유롭게 나서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었다. 이런 가운데 배짱있고 추진력이 좋은 김 대표가 제작사 대표의 눈에 들었고, 그에게 더 큰 기회가 찾아 오게 됐다.

"입봉작 '만남의 광장'은 아픈 손가락 입니다. 제 스스로 떳떳하지 못한 작품이에요."

단 세 편의 영화에 참여한 김 감독은 생각보다 빠르게 메가폰을 잡게 됐다. 애초 '남북전쟁'이라는 액션 영화를 준비 했지만, 배우 캐스팅 등 신인인 김 감독이 투자자의 요구를 충족 시키는 일이 쉽진 않았다. 여기서 '남북전쟁'은 강남과 강북이 싸우는 이야기 였단다.

그러다 좀 더 작은 규모로 시선을 돌리자 했는데, 배우 최성국이 아이디어를 건네면서 코미디 영화 '만남의 광장'을 만들게 됐다. 이후 임창정이 시나리오에 만족감을 표하고, 쇼박스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일사천리로 제작이 진행 됐다.

김 대표는 "한 번 어그러질뻔한 작품의 판을 다시 짜다보니, 후다닥 찍게 됐다. 촬영도 30회차에서 끝났다. 준비가 덜 될 상태로 진중하지 못하게 접근 했고, 더 깊은 애정을 가지고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후회 된다"라고 고백했다.
영화 '만남의 광장' 포스터./
영화 '만남의 광장' 포스터./
그러면서 김 대표는 젊은 나이에 데뷔해 자신에게 '자만심'이 있었다며 자책했다. 겉멋도 들어가 있었다고 인정 했다. 그는 "지금 똑같은 선택을 하라고 하면 '만남의 광장'을 하지 않았을 것 같다. 아니면 더 철저하게 준비해서 시작 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만남의 광장'은 손익분기점 130만 명에 아슬아슬하게 도달 했다. 관객 동원에서 '폭망'은 아니었다.

이후 2년 동안 홍콩영화 '천장지구' 리메이크 작품을 준비했다. 원작 감독, 배급사, 모두 이야기가 끝났고, 배우까지 윤곽이 잡히면서 순탄하게 진행되는 듯 했으나 어느순간 제작에 차질이 생기면서 김 대표는 손을 떼게 됐다.

영화 감독의 길은 순탄치 않았다.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던 김 대표는 오픈 마켓을 이용한 의류 판매로 눈을 돌렸다. 온라인 쇼핑이 지금보다 훨씬 더 각광받던 시절, '돈'을 벌겠다는 일념 하나로 겁없이 뛰어들었다. 3개월 동안 매일 동대문 새벽 시장을 찾아, 꼬박꼬박 인사만 하고 다녔다. 쇼핑몰끼리의 경쟁이 심하던 시기여서, 제대로 된 물건을 매입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이 필요했다.

열심히 옷을 사서, 열심히 사진을 찍어 올렸다. 그런데 사는 사람이 없었다. 멘붕에 빠졌던 김 대표는 오픈 마켓이 속도와 가격이 중요하다는 걸 금새 깨달았다. 마켓에서 1등 하고 있는 상품을 남들보다 싸게 팔기 시작했더니 판매율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주요 오픈 마켓에서 매출 순위 1위를 찍었고, 연 매출 100억원을 달성했다. 그렇게 몸집을 키워 '시크해라'라는 여성 쇼핑몰을 론칭했고, 연매출 200억원을 돌파했다.

9년 째 '시크해라'를 운영하고 있는 김 대표는 벌어들인 돈으로 영화 감독의 꿈을 이어가지 않았다. 대신 지난해 엔터테인먼트를 차렸다. 그는 "쇼핑몰을 시작하고 데이터를 근거로 움직이다 보니 계산기를 잡게 되더라. 계산기를 잡는 순간 '난 영화 감독으로는 못 돌아가겠구나' 싶었다. 제작이나 투자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라고 했다.

김 대표는 처음 목소리를 내기 위한 '수단'으로 영화를 시작했고, 좋아하는 예술로서 영화를 경험했다. 그리고 이젠 산업으로 영화를 바라보고 있다.
김종진 커즈나인 엔터테인먼트 대표./ 사진=조준원 기자
김종진 커즈나인 엔터테인먼트 대표./ 사진=조준원 기자
특히 김 대표는 쇼핑몰로 벌어들인 돈으로 '엔터'를 지원하고, 예술보다 오락성 위주의 컨텐츠를 생성해 철처하게 산업적인 측면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계획이다. 지속적으로 시나리오를 쓰고 있고, 작품을 기획하고 있다.

또한 김 대표는 "주제넘을 수 있지만 제가 엔터와 커머스를 둘 다 하고 있지 않나. 양쪽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이를 믹스해서 핸들링할 수 있다면 미친 퍼포먼스가 완성 될 것이다"라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미디어와 커머스를 융·복합 시키는 모델을 만들고 있는데, 가능할 것 같다. 현실화 된 다면 최초일 것이고, 엄청난 퍼포먼스를 가진 회사가 되는 것이다"라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진행중인 시나리오를 구체적으로 이야기 해줬다. 반짝거리는 김 대표의 눈이 인상적이었다.

이와는 별개로, 김 대표는 "처음 영화 감독이 되려고 했을 때 '친구'(2001년, 곽경택 감독) 같은 감성의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지금도 액션 영화에 대한 로망이 있다"라며 "최민수, 유오성 같은 배우들과 함께하고 싶다. 그들은 액션 영화에서 어떤 눈빛으로 카메라를 바라봐야 하는 지 아는 분들이다. 감독이 아니라 제작자로 참여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막 닻을 올린 엔터테인먼트로 함께 항해 하는 배우들에 대한 애정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최근에 박지빈 배우를 영입했다. 굉장히 잘 컸더라. 보이에서 맨으로 가는 중간쯤의 모습인데, 누나로서 지켜주고 싶은 느낌과 섹시하고 귀여운 분위기를 복합적으로 가지고 있다. 잘 키워서 멋지게 컴백 시키려고 준비중이다. 우리 커즈나인 엔터의 모든 남자 배우들은 왕자를, 여배우들은 공주를 만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관객이 좋아할 영화를 만들 것입니다. 그리고 대중이 원하고 좋아하는 배우를 키워나갈 것 입니다. 그것이 제가 하고 있는 일의 근본 이니까요."

노규민 텐아시아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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