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정시우 기자]
배트맨 대 슈퍼맨
배트맨 대 슈퍼맨
공개날짜: 3월 22일(화) 오전 10시
공개장소: CGV 왕십리
감독: 잭 스나이더
배급: 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개봉: 3월 24일

줄거리: 슈퍼맨(헨리 카빌)과 조드 장군의 격렬한 전투로 인해 메트로폴리스는 쑥대밭이 된다. 무고한 사람들이 이 과정에서 목숨을 잃는다. 무너져 내리는 건물들 속에서 이 광경을 허망하게 지켜본 브루스 웨인/배트맨(벤 애플렉)은 슈퍼맨을 위험한 존재로 규정한다. 정의에 대한 가치관이 다른 배트맨과 슈퍼맨이 서로를 향해 세운 칼날은, 기업가 렉스 루터(제시 아이젠버그)에 의해 점점 예민해진다.

리뷰: 종합능력과는 별개로, DC 슈퍼맨이 마블 아이언맨보다 확실히 한 수 아래인 게 있다. 바로 시민안전에 대한 인식이다. 지난해 개봉한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아이언맨은 흥분한 헐크와 싸우는 와중에도 파괴될 건물 안에 사람이 있는지 (인공지능 프로그램 자비스를 시켜)점검하고, 시민들이 없는 곳으로 헐크를 유인하려 애썼다. 민간인 안전에 대한 강박은 어벤져스팀의 리더 캡턴 아메리카도 매우 투철해서, 그는 늘 인명피해가 최소화 되는 방향으로 전술을 짜고 팀원들에게 이를 독려했다.

잭 스나이더의 전작 ‘맨 오브 스틸’(2013)에서 슈퍼맨이 보여 준 패착 중 하나는 여기에서 기인한다. 그는 조드 장군과 싸우는 피날레 액션 장면에서 도시가 처참하게 파괴되는 모습이나 시민의 생명에 큰 관심이 없는 것처럼 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슈퍼맨의 행동에 대한 논란은 ‘맨 오브 스틸’ 자체 영화가 지닌 결함과 더불어 한동안 적지 않은 아쉬움을 남겼다.

잭 스나이더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은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이하 ‘배트맨 대 슈퍼맨’)은 이러한 논란에 대한 ‘후처방’ 같은 인상이 짙다. 잭 스나이더는 자신이 전작에서 저지른 실수를 ‘배트맨 대 슈퍼맨’의 철학적인 물음으로 가지고 온다. ‘배트맨 대 슈퍼맨’의 초반부는 ‘맨 오브 스틸’의 마지막 액션 씬과 중첩된다. 다른 게 있다면 ‘맨 오브 스틸’이 슈퍼맨의 입장에서 그의 행동을 영웅으로 그려냈다면, ‘배트맨 대 슈퍼맨’은 우주인들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지구인들을 무력하게 지켜봐야 했던 배트맨의 시선을 담아낸다. 배트맨에게 슈퍼맨은 영웅 대접을 해 주기엔 너무나 위험한, 어쩌면 인류를 파멸로 몰고 갈 수 있는 판도라의 상자 같은 존재인 셈이다.

배트맨과 슈퍼맨이 왜 대립할 수밖에 없는가를 초반부에 확실히 심고 달리는 영화는, 그러나 단순히 두 히어로의 대결로만 흐르지는 않는다. 이 영화의 오리지널 타이틀 ‘Batman v. Superman: Dawn of Justice’에서 대결을 의미하는 VS 대신 V가 자리한 이유는 여기에 있을 것이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배트맨과 슈퍼맨이 ‘싸워서 누가 이기느냐’가 아니라, 그래서 그들은 ‘왜 싸워야만 했는가’다. 자신을 향한 대중의 이중적 태도로 인해 딜레마에 빠진 슈퍼맨, 어린 시절 눈앞에서 부모를 잃은 자괴감으로 아파하는 배트맨, 여기에 ‘히어로에게 인간의 윤리성을 들이밀어야 하는가’라는 정치인들의 토론이 맞물리며 대립구도가 다층화 된다.

혼란에 빠진 주인공들의 딜레마를 정면으로 바라보려는 진중한 분위기에서 ‘다크나이트’ 크리스토퍼 놀란의 그림자가 감지된다. 문제는 잭 스나이더 감독에겐 크리스토퍼 놀란이 지닌 어떤 ‘감’이 결여돼 있다는 점이다. 이 영화에서 ‘진중함’은 종종 ‘과시-과잉’과 동전의 양면처럼 아슬아슬하게 움직인다. 무엇보다 배트맨과 슈퍼맨이 관계의 전환을 이루기 위한 동기나 감정선이 놀라울 정도로 허약하다. 벤 애플렉이 “배트맨은 미국의 햄릿”이라고 말한 이유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소득 외에는 크게 없다.

이 영화의 액션은 눈길을 끌지만, 그것이 배트맨과 슈퍼맨(심지어 원더우먼까지)을 한 화면에서 보고 있다는 두근거림에서 오는 것이지, 액션 시퀀스 자체의 재미는 아닌 것 같다.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나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가 선보였던 창의적인 액션 신을 떠올리면, 이 영화의 액션은 다소 1차원적이다. 분명 잭 스나이더는 이 영화에서 무엇인가를 놓치고 있다. 그것은, 부담감과 과욕과 예술성 머금은 블록버스터에 대한 강박에서 오고 있다고 추측해 본다.

그렇다면 ‘배트맨 대 슈퍼맨’은 실패한 영화인가. 적어도 이 영화는 DC코믹스가 나아갈 ‘저스티스리그’(2017)를 향한 첫 주자로서의 임무는 다한다. DC영웅들은 ‘저스티스의 리그’에서 뭉친 후 ‘원더우먼’(2017), ‘플래시’(2018년), ‘아쿠아맨’(2018년), ‘사이보그’(2020) 등으로 뿌리를 뻗어갈 계획이다. 적어도 “숨어있는 영웅들을 규합할 때가 됐다”는 배트맨의 대사에 흥분할 관객에게 ‘배트맨 대 슈퍼맨’은 놓칠 수 없는 쇼타임이다.

관람지수: 10점 만점에 7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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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우 기자 siwoorain@
사진제공. 워너브러더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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