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정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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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인은 인지도나 그 인기에 비해 스크린 성적이 그리 좋은 배우는 아니다. 오해는 하지 말자. 여기엔 그의 작품선택에 대한 기준이 크게 작용했으니. 유아인은 줄곧 팬들로부터 “멋져!” 소리를 들을 법한 영화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속 깊게 할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해 왔고, 그것이 옳다고 믿어왔고, 지금도 그러하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2007)에서 ‘완득이’(2011)에서 ‘깡철이’(2013)에서 유아인이 자신의 얼굴을 일그러뜨리는데 주저하지 않은 이유일 것이다.

그래서 ‘베테랑’은 유아인에게 각별한지 모른다. ‘베테랑’은 유아인이 자신의 작품 선택에 대한 철칙을 버리지 않은 가운데, 팬들로부터도 크게 환영받은 경우다. 물론 유아인이 ‘베테랑’을 선택한 데에는 류승완과 황정민이라는 이름이 주는 어떠한 기대가 있었음을 완전히 부인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단순히 흥행이나 이미지 관리 차원으로 해석하면 틀렸다. 그의 말대로 이미지를 생각했다면, 악역 조태오를 연기하지는 않았을 테니까. 유아인은 흥행에 목이 말라 장르/상업영화 ‘베테랑’을 선택했다기보다, 악인이라 했을 때 떠오르는 전형적인 이미지를 그만의 식으로 풀어내고 싶은 욕망에 이끌려 새로운 길에 들어섰다.

유아인 본인은 조태오를 연기하는 내내 불안했다고 말하지만, 영화를 보면 그가 얼마나 신명나서 연기를 했을지가 감지 된다. 뼛속까지 배우이고 싶은 유아인은 카메라가 ‘컷’ 하고 돌아가는 순간, 자신의 이미지 따위 생각하지 않고 조태오를 최대한 비굴하고 파렴치한 악인으로 몰아갔을 테다. 그의 연기를 현장에서 지켜보던 정두홍 무술감독이 “쟤, 정말 한대 때려주고 싶다”고 말한 것은 처음으로 악역을 연기한 배우에겐 최고의 찬사일 것이다.

결과적으로 ‘베테랑’은 흥행에 성공했다. ‘베테랑’이 그에게 남긴 건 흥행만이 아니다.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 주효하게 먹혀들지, 명감독-명배우들 사이에서 겉돌지 않을지, 내 색깔로 그 곳에 있을 수 있을지, 신선하게 연기 하겠다 했어도 행여 전형화 된 부분은 없는지, 사람들은 신선하게 느낄지…정말이지 오만가지를 신경썼다”는 유아인은 자신의 또 다른 패(牌)로 판을 뒤집는데 성공했다. “새로운 모습으로 조금 더 단단해지고 신뢰를 만들어 낼 수 있었으면 했다”는 그의 바람이 정확하게 명중한 것이 바로 ‘베테랑’인 셈이다.

유아인은 종종 “배우만큼 사람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그것들을 사랑하는 사람도 드물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잘 극복하면 좋은 사람이 될 수밖에 없는 게 배우”라고 확신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지도. 그의 차기작은 송강호와 함께 하는 ‘사도’다. ‘사도’에서는 또 어떤 패를 꺼내 보여줄지. 올해 서른. 유아인의 30대 출발이 좋다.

[축! 베테랑①] “판 뒤집혔다” 쌍천만
[축! 베테랑②] “쪽팔리게는 살지말자!” 류승완
[축! 베테랑③] “가오가 없냐” 황정민♥오달수

정시우 기자 siwoorain@
사진제공.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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