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장토론>, 토론이라는 이름이 민망합니다
다섯 줄 요약
tvN 수 밤 12시
새해를 맞아 직장인들의 현실적인 고민을 반영하기 위해 tvN <끝장토론>이 선정한 주제는처세의 필요성에 대한 것이었다. 하지만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다양한 문제를 논의할 수 있었던 이 토론은 ‘무엇이 처세인가’에 관한 발언대로 변질되었고, 처세 중심 인사에 반대하기 위해 출연한 권영준 교수는 “공감능력이 곧 처세”라며 불분명한 태도를 보였다. 같은 입장의 패널로 출연한 마광수 교수 역시 “예절이 최소한의 처세”라며 본격적인 비판에 이르지 못했다. 요컨대, 발언은 난무했으나 토론은 없었던 것이다.



리뷰
토론을 위해 선결되어야 할 것은 정확한 의제 설정이다. 그러나 <끝장토론>은 방송의 절반 이상을 용어의 해석과 이에 대한 입장 정리를 위해 소모해버렸다. 심지어 옹호와 비판론을 펼쳐야 할 양쪽 진영에서 주장한 근거들은 대부분 일반론으로 확장되기에 무리가 있는 개인적인 경험이었으며, 덕분에 토론은 첨예하기는커녕 양측이 서로의 의견을 합의하는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 아무리 다양한 설문조사를 통해 화두의 중요성을 강조해도 토론의 궁극적인 의의를 스스로 납득하지 못한 출연진들이 논지를 확장시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던 것이다. 토론으로서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 방송은 ‘쇼’로서의 정체성마저 지켜내지 못했다. 양쪽 진영이 대립의 긴장감을 갖지 못한 채, 1인의 발언이 필요이상으로 길어지자 패널들조차 지루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으며 방청객들의 의견판은 오히려 방송에 산만함을 더했다. 결국 방송이 입증한 것은 ‘처세’라는 행위가 능력과 시스템에 우위할 수 있는 현실의 위험성에 대한 대다수의 불감증일 뿐이다. 새해일 뿐 아니라, 새 정부가 조직되고 있는 시점에 썩 달갑지 않은 확인이었다.



수다 포인트
– 습관이란 게 무서운 건지, 지금도 토론만 보면 불현듯 궁금해지곤 합니다. 대체….. 소는 누가 키우나, 소는……
– 회의시간에 직원들이 말이 많아 고민인 부장님, 학생들이 떠들어서 곤란한 선생님, 기자들의 잡담이 멈추지 않아 속상하신 편집장님께 추천합니다. 발언을 멈추게 하는 백지연의 놀라운 주문 “자아-!”
– 직원의 그릇을 보면, 안다는 김영식 대표. 그 비결에 대해서는 차암 확실한데 설명할 방법이 없네, 방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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