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혜교의 도전은 식을 줄 모른다.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 이후 장르물도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은 송혜교가 이번에는 오컬트 영화 '검은 수녀들'로 대중을 만난다. '검은 수녀들'은 강력한 악령에 사로잡힌 소년을 구하기 위해 금지된 의식에 나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송혜교는 굽히지 않는 기질과 강한 의지를 지닌 유니아 수녀 역을 맡았다.
이번 영화는 송혜교에겐 데뷔 이후 첫 오컬트다. 검고 긴 수녀복과 베일로 몸을 감싼 송혜교. 얼굴보다 연기에 더 집중했다는 송혜교이지만 숨겨도 숨겨지지 않는 비주얼에 한 번, 외모가 뛰어난 배우에 그치지 않고 연기력까지 갖췄다는 점에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어렸을 땐 연기보다 '얼굴 예쁘게 나왔나'가 첫 번째였던 것 같아요. 지금도 당연히 예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그땐 그게 가장 중요한 나이잖아요. 이제는 제 얼굴이 예쁘게 나오느냐보다 내가 표현한 게 잘 담겼는지를 더 중요하게 봐요. 구마 장면의 경우에는 제가 이전엔 경험해본 적 없었는데, 연기하면서 '이런 표정이 있었네' 싶었죠."

"20대였을 때 들어온 영화 중 흡연 장면이 있는 작품이 있었어요. 담배 때문에 안 했어요. 어린 마음에 그 연기를 하기는 싫었던 것 같아요. 저는 술은 하는데, '나쁜 거 하나만 하면 되지 뭘 2개나 해' 그런 마음이 있거든요. 하하. 처음 '검은 수녀들' 시나리오를 받고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도 했고, 흡연신을 빼달라고 할까도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걸 빼버리면 자유로운 유니아의 성격이 잘 표현되지 않을 것 같았어요. 흡연자는 흡연신을 보면 가짜인지 진짜인지 바로 안다더라고요. 영화가 흡연하는 유니아의 모습으로 시작하잖아요. 그게 가짜가 되면 관객들이 유니아의 모든 걸 가짜라고 느낄 것 같았어요."

"제가 컴퓨터도 잘 못 만져서 못 할 것 같아요. 좀 귀찮기도 하고요. 잘 다루면 할 텐데 정말 못 해요. 하하. 이렇게 반응이 좋을 줄, 관심을 가져줄 줄 몰랐어요. 저도 좋은 에너지를 받았습니다. 행복했어요. 두 편으로 나왔기 때문에 괜찮았던 게 아닐까 해요. 아쉬울 때 끝내는 게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하하."

"나이 먹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전혀 없어요. 저만 늙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같이 늙잖아요. 하하. 제게도 20대, 30대 시절이 있었어요. 지금은 40대죠. 두려움은 없지만 얼굴을 보이는 일을 하니 최대한 열심히 관리해서 나이 먹는 속도를 더디게 하려고 해요. 현재 제 모습과 상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어요."
인생의 중반을 지나고 있는 송혜교. 이제는 남들보다 자기 자신을 살피는 삶에 집중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더 충만하게 사랑하게 됐다. 송혜교는 "저는 신념이 없다. 꿈도 없다. 과거는 지나갔고 미래도 별로 궁금하지 않다. 현재가 가장 중요하다. 현재 주어진 것을 열심히 하고 인간으로 지혜롭게 산다면 좋은 미래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항상 남의 시선, 주변 친구들, 가족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보다 더 우선순위였어요. 그들이 행복하면 제가 손해봐도 좋았죠. 어느 순간 '뭐지' 싶었어요. 내가 나를 최우선으로 두고 살아본 적이 없었던 거죠. 그래서 기준을 '나'에 둬보기로 했어요. 엄마도 두 번째로 두고요. 하하. 어떤 일을 할 때든 어떤 상황에서든 '나'를 최우선순위로 두기로 했어요. 그렇게 하니 내가 좀 더 커진 느낌이 들었어요. 덕분에 주변 사람들에게는 두 배로 사랑을 줄 수 있게 됐죠."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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