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정국, 로제/사진제공=하이브, 더블랙레이블
가수 정국, 로제/사진제공=하이브, 더블랙레이블
《이민경의 사이렌》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가 급속도로 발전하는 연예 산업에 사이렌을 울리겠습니다. 보이지 않는 문제를 지적하고, 연예계를 둘러싼 위협과 변화를 알리겠습니다.


K-푸드 수출액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그룹 블랙핑크 로제가 '매운 새우깡'을, 방탄소년단 정국이 '불닭 소스'를 샤라웃 하면서 오른 인기는 '한국'이라는 브랜드를 해외에서 오남용하기에 이를 정도다.
가수 로제, 정국/사진=텐아시아 사진DB
가수 로제, 정국/사진=텐아시아 사진DB
최근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과자류 수출액이 처음으로 약 1조원 규모를 넘어섰다. 전년 동기보다 16.5% 증가한 수치다. 2018년 연간 수출액이 6305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K-라면에 대한 세계적 관심 역시 높다. 신라면으로 대표되는 농심의 미주법인 매출은 2023년 기준 5억 3800만 달러(한화 약 7885억원)다. 미국 내 라면 시장 점유율은 25.4%로 시장 2위 수준이다. 또한 류은애 KB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농심의 라면 수출 매출은 2023년부터 2026년까지 연평균 27.9% 성장할 전망이다. 라면의 유럽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수출 전용 공장을 개설하고 유럽 시장에 본격 진출하는 등 시장이 확대된다는 분석이다.

불닭볶음면을 판매하는 삼양식품은 의외로 해외 라면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지 못했다. 높은 해외 수요 대비 공급을 부족하게 내놓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화투자증권의 한유정 연구원은 "지난 7월 유럽 법인을 설립하면서 시장 확장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며 향후 실적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누적 유럽 수출 금액이 1461억원으로, 2023년 전체 수출액 1210억원을 초과할 만큼 성장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매운 감칠맛'이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음은 지난해 부상한 단어 'Swicy'(스와이시)로도 알 수 있다. 이 단어는 '달콤한'(sweet)과 '매운'(spicy)을 결합한 신조어다.
방탄소년단 정국/ 사진 제공=빅히트 뮤직
방탄소년단 정국/ 사진 제공=빅히트 뮤직
이렇게 K푸드가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기까지 K팝 아티스트들의 역할이 컸다. 정국은 2023년 3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요리 레시피라며 '불닭 마요 들기름 막국수' 레시피를 공개했다. 그의 레시피가 공개된 직후 온라인 플랫폼 X 실시간 트렌드 1위에 'JUNGKOOK LIVE'가 올랐다. '불닭 소스', '막국수 레시피' 등 관련 키워드도 총 155개 국가 실시간 트렌드에 랭크되기도 했다. 정국의 언급 이후 실제 불닭 소스의 해외 매출도 올랐다. 2022년 삼양식품의 불닭 등 소스 수출액이 119억원이었던 데 비해 2023년에는 161억원으로 성장했다.

로제는 최근 자신이 좋아하는 K푸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지난달 영국 유튜브 채널 'LADbible Entertainment'에서 영국과 국내 과자를 비교하는 영상에 등장해 농심의 '매운 새우깡'과 '오리온 초코파이'를 자신이 좋아하는 과자로 꼽았다. 이에 두 식품에 대해 글로벌 팬들의 관심이 쏠렸다.

로제는 해당 영상에서 매운 새우깡에 대해 "이거 정말 좋아요"라며 "먹을수록 매운맛이 나중에 올라온다. 다른 과자면 모르겠는데 이건 못 이긴다"라고 칭찬했다. 또 초코파이에 대해서는 "연습생 시절 돈이 별로 없어 누군가의 생일이면 초코파이를 쌓아 올려 초를 꽂고 '해피버스데이'(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며 관련된 추억을 회상하기도 했다.

이를 본 해외 팬들은 "대체 매운새우깡이라는 게 무슨 맛인지 너무 궁금하다", "우리나라에도 출시해 줬으면 좋겠다", "소리가 바삭해서 맛있어 보인다"라며 반응했다.
로제 정규 1집 'rosie' 앨범 커버/사진 = 더블랙레이블
로제 정규 1집 'rosie' 앨범 커버/사진 = 더블랙레이블
이처럼 K팝 아티스트가 식품업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자 해외에서 의도적으로 '한국', 'K팝'이라는 우리 브랜드를 오용하는 사례까지 생겨났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라면 1위 브랜드 인도미가 '한국라면'이라는 상품을 판매하며 그룹 뉴진스를 광고에 등장시켰다. 해당 라면은 매운 감칠맛을 특징으로 할 뿐, 인도미 측에서 제작돼 한국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

이에 "인도미가 한국의 상표권을 침해한 것 아니냐"며 한 네티즌이 국민 신문고를 통해 특허청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특허청은 "현지에서 판매 중인 '한국라면'이 현지 소비자로 하여금 한국산으로 오인·혼동될 여지가 있다"면서도 "다만 동 사안이 제재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는 보다 전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답했다.

K팝, K-푸드의 높아지는 인기에 걸맞은 국내 산업의 발 빠른 대처가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오른 수요에 걸맞은 공급을 제공하고 국내 브랜드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 2min_ro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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