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 아류인가…5년 만에 부활한 '냉부해'의 숙제[TEN스타필드]
《김지원의 까까오톡》
까놓고, 까칠하게 하는 오늘의 이야기.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 이슈를 까다로운 시선으로 비평합니다.



요리 서바이벌 '흑백요리사'가 한바탕 예능계를 휩쓸고 간 자리에는 새로운 요리 예능들이 쏙쏙 솟아나고 있다. 그 가운데 JTBC '냉장고를 부탁해'(냉부해)도 5년 만에 부활을 알렸다. 큰 인기를 끌었던 만큼 반가움도 있지만, '흑백요리사'의 아류 버전이 되지 않을지 우려스러운 대목도 있다.

'냉부해'는 2014년 11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방영된 요리 예능. 스타들의 냉장고를 그대로 가져와서, 셰프들이 냉장고 안의 재료들을 이용해 제한 시간 15분 안에 요리를 만들어 대결을 펼치는 프로그램이다. 쿡방의 유행을 선도한 '쿡방 원조'. 이연복, 최현석, 오세득, 정호영 등 1세대 스타 셰프들도 탄생시켰다.

'냉부해'는 냉장고 털기, 일명 '냉털'이라는 날 것의 매력으로 시청자들의 호감을 샀다. 평범한 이들과 다를 바 없는 스타들의 냉장고 안을 들여다보는 재미, 대수롭지 않은 식재료들을 짧은 시간 내에 근사한 요리로 탄생시키는 셰프들의 능력, MSG를 가미하듯 입담으로 분위기를 살리는 MC들까지. 여러 재미가 골고루 버무려졌다는 것이 시청 유발 포인트였다.
사진=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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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부해'의 인기에 '냉부해'를 벤치마킹한 수많은 요리 예능들이 생겨났다. '냉부해'로 탄생한 스타 셰프들은 다른 요리 예능들로 이탈이 일어났다. 반복되는 소재, 내용, 인물의 여러 쿡방은 시청자들에겐 점차 지루해졌다. '냉부해'의 입지는 줄어들었고, 쿡방의 전체적인 인기도 시들해졌다. '냉부해'가 종영에 다다르게 된 과정이다.

결정적으로 '냉부해'만의 서민적 매력이 떨어진 것이 크게 작용했다. 초반에는 그야말로 평범하고 잡다한 식재료들이 등장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트러플, 샤프란, 캐비어 등 식재료들은 호화스러워졌다. 마치 냉장고 속 식재료들이 연출된 것 같은 위화감을 줬다. 시청자들이 '나도 할 수 있겠다'고 느꼈던 매력점이 변질된 것이다.
사진제공=JTBC, 넷플릭스
사진제공=JTBC, 넷플릭스
하지만 올해 '흑백요리사'의 대히트를 계기로 '냉부해'도 방송이 재개된다. 첫 방송은 다음달이다.

사실 '냉부해'와 '흑백요리사'는 친척 관계라 할 수 있다. '흑백요리사' 제작사인 스튜디오 슬램은 중앙그룹 산하 콘텐츠 제작사 SLL의 예능 레이블이다. 스튜디오 슬램의 대표이자 '흑백요리사' 기획자 윤현준 대표는 JTBC에서 예능 PD로 일했다. '냉부해'가 방영되는 JTBC는 모기업이 중앙그룹이다. '흑백요리사'와 '냉부해'가 겹쳐 보이는 이유다.
사진=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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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요리사'로 화제가 된 최강록과 에드워드 리는 '냉부해' 시즌2에 합류하기로 했다. 최강록은 '마스터 셰프 코리아' 출전 이후 미디어 노출이 거의 없었던 인물. 에드워드 리는 해외에선 유명하지만 국내 평범한 시청자들에겐 '흑백요리사'로 이제 갓 알려진 인물이다. 새로운 인물의 투입이 시즌2에 신선함을 불어넣을 수도 있지만, 그 신선함이 얼마나 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흑백요리사'나 시즌1의 동어 반복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다 보면 비슷한 길로 가게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시즌2 연출을 맡은 이창우 PD는 "'냉장고를 부탁해'의 오리지널리티를 살리면서도 출연자를 포함한 구성에 변화를 시도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제작진도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롱런할 수 있는 시즌2가 되기 위해선 과거의 흥망을 거울 삼아 탄탄한 준비가 필요하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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