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나오는 일은 좋은 일이고 열심히 한만큼 홍보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부정적으로 비치거나 폐를 끼치고 싶은 마음은 없어서 저도 이 영화를 향한 마음에 집중해서 기쁘게 (홍보 활동을) 하고 있어요."
수현은 개인사로는 이혼이라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했지만, 배우 커리어로는 한국 영화 첫 작품이라는 기쁜 소식을 알렸다. 수현은 오는 16일 개봉하는 '보통의 가족'에서 지수 역을 맡았다. 헤르만 코흐의 소설 '더 디너'가 원작인 '보통의 가족'은 형제 부부가 자녀들의 범죄 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수현이 연기한 지수는 전 부인과 사별한 재완(설경구 분)의 두 번째 아내로, 아기를 낳은 지 얼마되지 않은 인물이다.
"영화를 오랫동안 원했어요. 허진호 감독님 작품이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거기에서 마음이 많이 열렸어요. 배우는 결국 캐릭터인데, 그간 제안 받은 캐릭터는 저와 안 맞는 옷 같았죠. 일상적 캐릭터, 공감할 수 있는 젊은 여성 캐릭터여서 호감 갔어요. 원작과 어떻게 새로운 캐릭터가 나올 수 있을까 궁금증도 생겼죠. 앞서 제안 받았던 캐릭터들은 '눈으로 봤을 때 좋은 캐릭터들'이 많았다. 어찌 보면 '야한 캐릭터'라고 해야 할까요. 아무리 간절했어도 그런 캐릭터는 원하지 않았어요." 극 중 아이들의 범죄 현장이 담긴 CCTV를 본 뒤 '자수냐, 침묵이냐'를 두고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는 주인공들. 수현이 연기한 지수는 그 중 사건을 비교적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바라본다. 다른 인물들이 감정적으로 사건을 대처해가는 것과 달리, 지수의 관찰자적 한 마디 한 마디는 의외성과 공감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처음 리딩 때 선배님들(설경구, 장동건, 김희애)을 향한 팬심, 설렘이 컸고, 현장에서는 '나만 할 수 있고 내가 잘 아는 인물'이라는 자세로 임했어요. 저도 프로페셔널해야 하잖아요. 뚫고 가기 어려웠다는 건, 지수의 대사가 적었는데, 한 줄 대사들이 뜬금없이 껴있었어요. 이걸 어떻게 하면 살릴 수 있을까가 어려웠죠. 너무 뜬금없으면 말이 안 될 것 같았어요. 감정이 섞이지 않으면서 큰 의미없이 툭 뱉은 것 같은데 '생각해보니 쟤 말이 맞네?' 이걸 어떻게 해야하나 싶었죠. 은근히 저한테는 챌린지였던 점이, '튀지 않는데 어떻게 튈 수 있을까'였어요. 연경(김희애 분) 못지않게 상대 여자 캐릭터로서 팽팽한 걸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을까. 한 명은 울고 소리 지르는데 다른 한 명은 어떻게 조용하게 에너지를 받아칠까, 거기에 초점을 뒀죠."
극 중 지수는 나이는 많지만 손아랫사람인 동서 연경(김희애 분)에게 은근히 무시 당한다. 지수는 연경에게 "언니라고 불러도 되냐"고 하지만 연경은 단칼에 거절하며 "동서라고 해라"고 한다. 연경은 지수를 부를 때 '형님'이 아닌 "저기요"라고 한다. 동서지간의 묘한 기싸움은 영화의 또 다른 재미다.
"어떻게 보면 제가 지수와 실제로 비슷한 게, 그런 호칭을 잘 모르기도 해요. 하하. '그냥 언니, 오빠 하면 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스타일이에요. 저도 지수처럼 '언니라고 불러도 되냐'고 했을 것 같아요. '동서~'라고 했을 때는 천진난만함이 있어요. 한 방 먹이는 느낌이 아니라 귀엽고 천진난만하고 장난기가 있죠. 제 성격도 녹아들어있지 않나 싶어요." 극 중 3번의 저녁 식사 장면이 나오는데, 인물들의 태도와 감정 변화를 엿볼 수 있다. 수현은 "3~4일에 걸쳐 찍었는데, 체감을 일주일은 찍은 것 같다"며 웃었다. 또한 세 번째 식사 장면 촬영 후 엔딩신까지 이어서 찍었다고 한다.
"힘들었는지 (엔딩신) 들어가기 직전에 하필 코피가 났다. 시간에 쫓기니 찍긴 찍어야 하는데 '잠시만요, 코피 좀 닦고요' 그랬죠. 하하. 급하게 찍은 부분도 있지만, 집중해서 하는 분들이라 저희 표정이 다 좋았다고 (감독님이) 말씀하시더라요."
영화 속 식사 자리에서 인물들은 날 서있고 예민하다. 자녀들의 인생이 달린 문제, 도덕과 법의 문제 사이에서 자기 자신과, 그리고 상대와 갈등을 겪는다.
"집중력의 싸움 같았어요. 긴장과 집중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썼죠. 말싸움, 기싸움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졌어요. 초집중한 상태로 상대방의 말을 듣고 리액션했죠. 기(氣)로 그 방을 채웠어요. (카메라가 꺼진 촬영장에서는) 다들 웃으며 찍었어요. 재밌었어요. 제가 거기서 밝음을 맡았나 봐요. 지수 캐릭터도 그랬고. 하하." 나이대도 비슷하고 어린 아기의 엄마라는 점 등 공통점이 있어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을 것 같았다는 수현. 실제로는 4살 딸에게 어떤 엄마일까.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에서 입었던 드레스 피팅도 딸과 함께 갔었다고 한다.
"친구같은 엄마가 아닌가 싶어요. 아이가 워낙 말을 잘하기도 하고. 제가 무슨 일을 하는지도 잘 알고 있어요. 제가 나온 방송 몇 장면을 같이 본 적도 있고, 제가 준비하는 과정을 놀러와서 본 적도 있어요. 친구처럼 공유하려고 해요. '나 드레스 입었는데, 드레스 사진 볼래?' 같은 식으로요."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작품 활동을 해온 수현은 "몸이 10개였으면 좋겠다. 바쁜 것도 힘들지 않고 재밌게 느껴진다. 연기가 자꾸 더 재밌고 작품을 놓치지 않고 하고 싶다"며 열의를 드러냈다. 또한 "한국 작품을 연속으로 해오면서 외국 작품을 포기한 것도 있다. 아쉬움도 있었는데, 요즘은 글로벌하게 공개되지 않나"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저는 어디까지나 뿌리가 한국이고 한국 사람이고 한국에서 일을 시작했다. 사람들이 외국에 산다고 오해하지만 저는 여기에서 커리어가 더 중요하다. 좋은 역할만 있다면 한국에서 작품을 놓치지 않고 계속 하고 싶다. 중간 중간 외국 작품도 놓치지 않고 하고 싶다"고 말했다.
"늘 새롭고 틀을 깨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여성이나 외모에 대한 편견 같은 게 아직 우리 사회에 있는데, 저는 안 된다고 하는 걸 너무 싫어해요. 안 된다고 하면 더 하고 싶어요. 더 많은 캐릭터들을 만들어내고 더 많은 기회가 생기게 해야겠죠. 사고의 틀을 갤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수현은 개인사로는 이혼이라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했지만, 배우 커리어로는 한국 영화 첫 작품이라는 기쁜 소식을 알렸다. 수현은 오는 16일 개봉하는 '보통의 가족'에서 지수 역을 맡았다. 헤르만 코흐의 소설 '더 디너'가 원작인 '보통의 가족'은 형제 부부가 자녀들의 범죄 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수현이 연기한 지수는 전 부인과 사별한 재완(설경구 분)의 두 번째 아내로, 아기를 낳은 지 얼마되지 않은 인물이다.
"영화를 오랫동안 원했어요. 허진호 감독님 작품이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거기에서 마음이 많이 열렸어요. 배우는 결국 캐릭터인데, 그간 제안 받은 캐릭터는 저와 안 맞는 옷 같았죠. 일상적 캐릭터, 공감할 수 있는 젊은 여성 캐릭터여서 호감 갔어요. 원작과 어떻게 새로운 캐릭터가 나올 수 있을까 궁금증도 생겼죠. 앞서 제안 받았던 캐릭터들은 '눈으로 봤을 때 좋은 캐릭터들'이 많았다. 어찌 보면 '야한 캐릭터'라고 해야 할까요. 아무리 간절했어도 그런 캐릭터는 원하지 않았어요." 극 중 아이들의 범죄 현장이 담긴 CCTV를 본 뒤 '자수냐, 침묵이냐'를 두고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는 주인공들. 수현이 연기한 지수는 그 중 사건을 비교적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바라본다. 다른 인물들이 감정적으로 사건을 대처해가는 것과 달리, 지수의 관찰자적 한 마디 한 마디는 의외성과 공감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처음 리딩 때 선배님들(설경구, 장동건, 김희애)을 향한 팬심, 설렘이 컸고, 현장에서는 '나만 할 수 있고 내가 잘 아는 인물'이라는 자세로 임했어요. 저도 프로페셔널해야 하잖아요. 뚫고 가기 어려웠다는 건, 지수의 대사가 적었는데, 한 줄 대사들이 뜬금없이 껴있었어요. 이걸 어떻게 하면 살릴 수 있을까가 어려웠죠. 너무 뜬금없으면 말이 안 될 것 같았어요. 감정이 섞이지 않으면서 큰 의미없이 툭 뱉은 것 같은데 '생각해보니 쟤 말이 맞네?' 이걸 어떻게 해야하나 싶었죠. 은근히 저한테는 챌린지였던 점이, '튀지 않는데 어떻게 튈 수 있을까'였어요. 연경(김희애 분) 못지않게 상대 여자 캐릭터로서 팽팽한 걸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을까. 한 명은 울고 소리 지르는데 다른 한 명은 어떻게 조용하게 에너지를 받아칠까, 거기에 초점을 뒀죠."
극 중 지수는 나이는 많지만 손아랫사람인 동서 연경(김희애 분)에게 은근히 무시 당한다. 지수는 연경에게 "언니라고 불러도 되냐"고 하지만 연경은 단칼에 거절하며 "동서라고 해라"고 한다. 연경은 지수를 부를 때 '형님'이 아닌 "저기요"라고 한다. 동서지간의 묘한 기싸움은 영화의 또 다른 재미다.
"어떻게 보면 제가 지수와 실제로 비슷한 게, 그런 호칭을 잘 모르기도 해요. 하하. '그냥 언니, 오빠 하면 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스타일이에요. 저도 지수처럼 '언니라고 불러도 되냐'고 했을 것 같아요. '동서~'라고 했을 때는 천진난만함이 있어요. 한 방 먹이는 느낌이 아니라 귀엽고 천진난만하고 장난기가 있죠. 제 성격도 녹아들어있지 않나 싶어요." 극 중 3번의 저녁 식사 장면이 나오는데, 인물들의 태도와 감정 변화를 엿볼 수 있다. 수현은 "3~4일에 걸쳐 찍었는데, 체감을 일주일은 찍은 것 같다"며 웃었다. 또한 세 번째 식사 장면 촬영 후 엔딩신까지 이어서 찍었다고 한다.
"힘들었는지 (엔딩신) 들어가기 직전에 하필 코피가 났다. 시간에 쫓기니 찍긴 찍어야 하는데 '잠시만요, 코피 좀 닦고요' 그랬죠. 하하. 급하게 찍은 부분도 있지만, 집중해서 하는 분들이라 저희 표정이 다 좋았다고 (감독님이) 말씀하시더라요."
영화 속 식사 자리에서 인물들은 날 서있고 예민하다. 자녀들의 인생이 달린 문제, 도덕과 법의 문제 사이에서 자기 자신과, 그리고 상대와 갈등을 겪는다.
"집중력의 싸움 같았어요. 긴장과 집중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썼죠. 말싸움, 기싸움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졌어요. 초집중한 상태로 상대방의 말을 듣고 리액션했죠. 기(氣)로 그 방을 채웠어요. (카메라가 꺼진 촬영장에서는) 다들 웃으며 찍었어요. 재밌었어요. 제가 거기서 밝음을 맡았나 봐요. 지수 캐릭터도 그랬고. 하하." 나이대도 비슷하고 어린 아기의 엄마라는 점 등 공통점이 있어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을 것 같았다는 수현. 실제로는 4살 딸에게 어떤 엄마일까.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에서 입었던 드레스 피팅도 딸과 함께 갔었다고 한다.
"친구같은 엄마가 아닌가 싶어요. 아이가 워낙 말을 잘하기도 하고. 제가 무슨 일을 하는지도 잘 알고 있어요. 제가 나온 방송 몇 장면을 같이 본 적도 있고, 제가 준비하는 과정을 놀러와서 본 적도 있어요. 친구처럼 공유하려고 해요. '나 드레스 입었는데, 드레스 사진 볼래?' 같은 식으로요."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작품 활동을 해온 수현은 "몸이 10개였으면 좋겠다. 바쁜 것도 힘들지 않고 재밌게 느껴진다. 연기가 자꾸 더 재밌고 작품을 놓치지 않고 하고 싶다"며 열의를 드러냈다. 또한 "한국 작품을 연속으로 해오면서 외국 작품을 포기한 것도 있다. 아쉬움도 있었는데, 요즘은 글로벌하게 공개되지 않나"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저는 어디까지나 뿌리가 한국이고 한국 사람이고 한국에서 일을 시작했다. 사람들이 외국에 산다고 오해하지만 저는 여기에서 커리어가 더 중요하다. 좋은 역할만 있다면 한국에서 작품을 놓치지 않고 계속 하고 싶다. 중간 중간 외국 작품도 놓치지 않고 하고 싶다"고 말했다.
"늘 새롭고 틀을 깨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여성이나 외모에 대한 편견 같은 게 아직 우리 사회에 있는데, 저는 안 된다고 하는 걸 너무 싫어해요. 안 된다고 하면 더 하고 싶어요. 더 많은 캐릭터들을 만들어내고 더 많은 기회가 생기게 해야겠죠. 사고의 틀을 갤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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