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원의 까까오톡》
20여일 앞둔 총선
진보 성향 이원종·보수 성향 김흥국, 유세·지지에도 참여
정치적 발언 자주 했던 김제동, 최근 방송인·작가 활동 늘려
김규리, 5.18 소재로 한 '1980' 개봉 앞두고 김어준 프로그램 출연
폴리테이너들의 서로 다른 행보
사진=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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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의 까까오톡》
까놓고, 까칠하게 하는 오늘의 이야기.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 이슈를 까다로운 시선으로 비판합니다.



대중의 사랑을 두루 받아야 하는 연예인들에게 특정 정치 성향을 드러내는 것은 껄끄러운 일일 수 있다. 이러한 리스크를 감수하고도 자신의 정치 성향을 보여주는 이들도 있다. 그러면서 자신의 작품 홍보와 연관 짓기도 한다. 반면 기존에 정치 개입으로 한바탕 재미를 봤던 스타들 중에 대중의 시선을 의식하며 정치판에서 살짝 발을 빼는 이들도 있다. 총선을 앞두고 폴리테이너(정치인+연예인)들의 서로 다른 움직임이다.
이원종 / 사진=유튜브 채널 '이연희TV' 캡처
이원종 / 사진=유튜브 채널 '이연희TV' 캡처
이원종, 김흥국은 작품 활동과 무관하게 정치 활동에 직접적,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원종은 유튜브 채널 '이연희TV'를 통해 더불어민주당을 응원했다. 이원종은 "그동안 어떻게 사셨냐. 답답하셨지 않았냐. 어떻게 우리가 이런 일들을 만들었는지 가슴도 답답하고 주변을 원망하기도 하고 그랬을 것"이라며 현 정권에 대한 불만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그러면서 청주 흥덕구에 출마하는 이연희 민주연구원 상근부원장을 소개했다. 이원종은 허영(강원 춘천·철원·화천·양구갑) 의원의 후원회장도 맡고 있다.

김흥국은 국민의힘의 열렬한 지지자다. 김흥국은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당시 대통령 후보를 공개 지지하며 현장 유세도 도왔다. 최근에는 박진 국민의힘 서대문을 예비후보 지지를 호소하며 "좌파 연예인들은 앞장서는데 우파(연예인)들은 겁먹고 못 나오고 있다"고 거리낌 없이 말하기도 했다. 김흥국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영부인 육영수 여사의 생애와 업적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그리고 하얀 목련이 필때면'도 제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영화 흥행을 기원하며 삭발까지 했다.
사진=유튜브 채널 '김흥국 들이대TV' 캡처
사진=유튜브 채널 '김흥국 들이대TV' 캡처
반면 정치판을 기웃거렸다가 거리두기를 하려는 연예인도 있다. 야권 성향 인사로 분류되며 정치적 발언으로 구설에 종종 올랐던 김제동은 이제 정치보다 생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김제동은 최근 방송 활동을 다시 늘리고 있다. 그가 선택한 프로그램은 '성지순례, '고민순삭' 등 정치와 무관한 종교인들이 등장하는 일종의 상담 토크쇼. 뿐만 아니라 평범한 일상의 순간들을 담은 에세이 '내 말이 그 말이에요'를 발간하기도 했다. 그는 신간 발간 기자간담회에서 "안 시끄럽게 살고 싶고 피하고 싶다. 무섭고 두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치색은 다소 빼고 '방송인이자 작가' 김제동이라는 이미지를 다시 각인하려는 모양새. 다만 정치색이 빠지자 '김제동 지지자'도 줄어들면서 방송에서 영향력은 예전만 못하다.

정우성도 정치적 소신을 은근히 드러내온 연예인이다. 진보 성향인 그는 박근혜 정부 당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으로 전해진 바 있다. 당시 그는 런던한국영화제 기자회견에서 "이해 충돌은 어느 시대에나 있다. 그 시대의 기득권 세력이 무언가를 요구하고 그 요구의 강요에 저항하면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곤 하는데 신경 쓰지 마라"고 말하기도 했다. '아수라' 무대인사에서는 "박성배, 앞으로 나와!"라는 극 중 자신의 대사를 "박근혜 나와!"라고 패러디해 외치기도 했다.

10년째 유엔 난민기구 친선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정우성은 '다스뵈이다'에 출연해 난민 문제 발언을 언급한 적도 있다. 최근에는 채널A '뉴스A'에서 "반감은 이해하지만 '난민은 다 저렇다'라는 편견이 두려웠고, 견디기 힘들었다"며 "봉사와 연기를 분리시키는 작업을 끊임없이 한다"면서 다소 중립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영화 '1980' 스틸 / 사진제공=제이앤씨미디어그룹
영화 '1980' 스틸 / 사진제공=제이앤씨미디어그룹
진보 성향을 나타내온 배우 김규리는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 '1980'의 개봉을 앞두고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출연했다. 김어준은 대표적인 진보 성향 인사. 김규리는 이 영화를 "2021년에 촬영됐다"며 "개봉을 못 하고 있다가 '지금 아니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개봉한 영화 '서울의 봄'이 천만영화에 등극하는 등 흥행한 상황을 두고 한 말인 것. '서울의 봄'이 12·12 군사반란을 소재로 한 만큼, 그 이후의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이번 영화의 개봉은 지금이 적기라는 뜻이다. 김규리는 "어떤 이야기든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하고 자유롭게 들을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자유롭게 말하는 데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지만 여러분의 마음을 한데 모아주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SNS에 김어준과 찍은 사진도 게시했다.

김규리는 과거에도 자신의 진보 성향을 드러낸 바 있다. 보수 정당이 집권하던 2008년, 김규리는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반대하며 "광우병이 득실거리는 소를 뼈째로 수입하다니… 차라리 청산가리를 입안에 털어 넣는 편이 낫겠다"고 글을 SNS에 올린 바 있다. 이후 오랫동안 비난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이번에 또다시 '사회적 발언'을 한 것. 소신 있는 모습은 한결같지만, 그시기가 작품 홍보와 겹쳤다는 점은 공교롭다.

국민에게는 정치에 참여하고 정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밝힐 권리가 있다. 연예인 역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 같은 권리를 당연히 행사할 수 있다. 연예인으로서 두루 사랑받을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고 직접적으로 정치색을 드러내는 것도 한편으로는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연예 활동에 교묘하게 정치를 이용하려는 모습은 폴리테이너들이 어딘가 불편하게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다. 자신의 입장이 불리해지니 슬쩍 발을 빼는 모습, 작품 홍보와 정치적 행보가 교묘하게 겹치는 상황은 의아함을 자아낸다. 참정 활동은 권리지만 필요할 때만 적극적으로 정치적 행동에 나서고 불리할 때는 거리두기하는 폴리테이너의 모습은 다소 구릿하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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