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려거란전쟁 총감독 "귀주대첩, 나는 어떻게 찍었는지도 모른다"…실제 콘티서 빠진 내용은
<고려거란전쟁 귀주대첩 실제 콘티 마지막 장면 부분. 전우성 감독 제공>

KBS 고려거란전쟁의 마지막 하이라이트였던 귀주대첩 장면을 놓고 총감독인 전우성 PD가 본지와의 통화에서 "귀주대첩은 (후배 감독인) 김한솔 PD가 전담한 것으로 나는 어떻게 편집한지도 모르고, 일체 관여하지도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견이 있었지만 김 감독이 엄청난 자신감을 보였기 때문에 걱정이 됐지만 믿어줄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총감독이었던 전 감독이 가장 중요한 전투장면이었던 귀주대첩에서는 편집권을 행사하지 않고 김 감독에게 전권을 위임했단 얘기다. 전 감독은 본지에 "나는 어떻게 촬영하고 어떻게 편집했는지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귀주대첩은 오롯이 김 감독의 작품임을 강조했다. 11일 늦은 오후 내놓은 공식 입장서도 "총연출인 전우성 감독은 김한솔 감독이 도맡은 흥화진 전투와 귀주대첩 장면에 대해 관여하지 않았음을 밝힌다"고 했다. 전 감독이 사실상 총감독으로서의 귀주대첩 장면에 대한 책임 의무를 방기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 감독에 따르면 김 감독과 이견을 보인 결정적 장면은 양규 장군이 죽는 전투신이다. 전 감독은 해당 전투신에 대해 부정적 입장이었다. 하지만 김 감독이 워낙 강하게 주장하는 탓에 김 감독 뜻대로 촬영을 진행했다고 한다. 하지만 전 감독의 생각과 다르게 양규 장군과 관련된 연출이 잘됐고, 그로 인해 김 감독의 뜻을 따를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김 감독의 선택이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전 감독은 귀주대첩은 자신이 봐도 걱정되는 부분이 있었지만 흥화진 때의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김 감독이 하자는대로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당초 본지는 감독간의 이견이 컸고, 귀주대첩도 실제 촬영본을 많이 편집했다는 여러 핵심 관계자의 진술을 확보해 이를 총 감독의 편집 결과물로 보도했다. 촬영은 콘티대로 진행이 됐다. 실제 촬영에서는 필요한 장면을 추가로 여럿 촬영했다고 한다. 당연히 편집권을 쥐고 있던 총 감독이 이를 자기 책임하에 편집했을 것이라는 건 상식적이다. 다수의 관계자들도 그렇게 판단하고 본지 기자에게 전달했다. 귀주대첩은 극의 가장 중요했던 부분이었기 때문에 총감독이 이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업계에선 본 것이다. 본지는 이 부분에 대한 사실 확인을 위해 김한솔 감독에게 수차례 전화통화를 하고 문자를 남겼지만 받거나 답을 하지 않았다.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우선 김한솔 감독이 콘티대로 촬영한 것은 맞다. 자신이 직접 짠 콘티로 촬영을 다 마쳤다. 일부 장면은 뺐다. 본지가 전 감독으로부터 직접 받은 콘티상 마지막 장면에는 나레이션과 함께 전쟁에 대한 마지막 설명 장면이 나온다. "소배압은 갑옷과 병장기를 모두 버리고 패주하였다. 이때 거란이 버리고 간 무기와 갑옷들로 다니는 길이 막힐 지경이었다. 거란군 10만은 이 전투에서 대개 죽거나 사로잡혔고 거란으로 무사히 돌아간 인원은 수천 명에 불과했다" 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전사자가 173명에 불과했다는 내용도 덧붙인다. 전쟁이 어떻게 마무리됐는지를 설명하는 장면이다. 실제 방송에서는 아무 설명이 없이 노을지는 배경으로 끝난다. 그리곤 강감찬이 막사로 돌아오는 장면으로 전환된다.

전 감독 말대로 김 감독이 귀주대첩에 대한 전권을 갖고 편집권을 인정받았을 수 있다. 본지가 이 부분에 대해서 전 감독이 편집권을 행사했다는 다수의 관계자 말만 인용해 보도한 것은 유감이다.

그렇다고 해서 전 감독의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과정을 통해 더 명확히 밝혀진 전말은 두 감독의 이견이 서로 나몰라라 할 정도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줬다. 두 명의 감독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이견을 좁히면서 작품을 만들었다면, '고려궐안전쟁', '우천취소' 등의 오명을 쓸 일이 없었다. 결국 전 감독은 고려궐안전쟁을 만들었고, 김 감독은 우천취소 귀주대첩을 만들었다고 하는 고백 밖에 안된다. 두 감독의 이견이 고려거란전쟁을 아쉬움 속에 종영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은 변치 않는다. KBS의 50주년을 기념하는 대하드라마가 결국 내부 분열로 기대 이하의 시청률을 거두고 논란만 남겼다는 점은 씁쓸하다. 지배층의 내부갈등이 국력약화로 이어져서 멸망했던 고려사가 겹쳐 보인다.

류예지 텐아시아 기자 ryupersta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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