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원의 까까오톡》
"'파묘'에 항일 코드 있다"는 해석
감독, 독립운동가 연상시키는 주인공 이름들에 "노코멘트"
"한국, 상처·트라우마 많아" 강조
'건국전쟁' 감독, '파묘' 흥행에 "총선 앞둔 분풀이" 주장
사진=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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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의 까까오톡》
까놓고, 까칠하게 하는 오늘의 이야기.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 이슈를 까다로운 시선으로 비판합니다.



영화 '파묘'를 두고 '항일 오컬트 영화'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장재현 감독이 캐릭터 이름, 서사 등에 '항일 코드'를 심어놨다는 이야기가 실관람객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는 것. 영화와 관련된 여담거리가 관람의 재미를 더하며 궁금증을 자극한다.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 최민식, 유해진, 김고은, 이도현 주연이며, 장재현 감독 작품이다. 지난 22일 개봉해 개봉주 전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으며, 지난 25일까지 누적 관객 229만을 모아 올해 최단 기간 2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라는 기록을 세웠다.
'파묘' 스틸 / 사진제공=쇼박스
'파묘' 스틸 / 사진제공=쇼박스
'파묘'는 전반부와 후반부로 이야기가 나뉜다. 전반부는 오컬트물, 후반부는 크리쳐물에 가깝다. 전후반을 나누는 소재는 '항일 코드'다. 전반부는 수상한 묘를 이장한 네 주인공들을 이야기를 그린다면, 후반부에는 이 묘에서 나온 '험한 것'을 주인공들이 퇴마하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이 퇴마 과정에서 일제강점기 역사적 아픔과 과거 청산의 필요성을 일깨우게 하는 서사가 담긴다.

일제강점기 시절 일제가 한반도의 정기를 끊기 위해 한국 산간벽지 이곳저곳에 쇠말뚝을 박았다는 설이 있다. 하지만 입증할 만한 근거가 부족한 탓에 '와전된 괴담'으로 꼽힌다. 장 감독은 '쇠말뚝 괴담'을 영화의 소재로 활용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이 일제의 여러 만행을 떠올리며 분노하는 이유다.

캐릭터들의 이름에도 항일 코드가 담겨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민식이 연기한 김상덕, 유해진이 연기한 고영근, 김고은이 연기한 이화림은 모두 실제 독립운동가들의 이름과 같다. 이도현이 연기한 윤봉길 역시 마찬가지다. 김선영의 배역인 오광심, 김지안의 배역인 박자혜도 실제 독립운동가들의 이름이다. 극 중 등장하는 보국사라는 절 이름은 '나라를 지킨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 절을 만든 스님의 법명은 원봉으로, 의열단장 김원봉의 이름을 연상시킨다.
'파묘' 스틸 / 사진제공=쇼박스
'파묘' 스틸 / 사진제공=쇼박스
극 중 주인공들의 차량 번호도 주목받고 있다. '1945', '0301', '0815' 등 광복한 해, 삼일절, 광복절을 연상시키는 숫자인 것. 또한 극 중 풍수사 김상덕이 이장할 때 던지는 100원짜리에 이순신 장군이 새겨져 있다는 점, 최민식이 '명량'에서 이순신을 연기했다는 점도 관객들이 눈여겨본 대목이다.

장 감독은 최근 인터뷰에서 "실제로 풍수사들이 보통 10원짜리를 던지는데, 10원짜리의 색이 흙과 비슷해서 잘 안 보이더라. 500원짜리로 하긴 그래서 100원짜리를 선택했는데 얻어걸렸다"고 설명했다. 의도한 바가 아닌 것. 차 번호에 대해서는 "미술팀이 많이 신경 쓴 것 같다"고 밝혔다. 등장인물의 이름에 대해서는 "노코멘트 하겠다"고 답해 의도성 여부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다만 장 감독은 "소재에 접근할 때 겉모습만 본뜨기보다 핵심을 보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파묘'는 과거의 잘못된 것을 들워 꺼내 없앤다는 것이 핵심 정서였다"며 "우리나라,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땅, 우리의 과거를 생각하면 우리는 상처와 트라우마가 많은 피해자였다. 발바닥에 박힌 티눈을 뽑아 제거하듯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진 상처를 영화로 '파묘'하고 싶었다"고 했다. 장 감독은 의도성 여부에 여지를 남기면서도 관객에게 그 해석을 넘겼다.
'파묘' 스틸 / 사진제공=쇼박스
'파묘' 스틸 / 사진제공=쇼박스
이러한 이유로 '파묘'를 두고 오컬트의 탈을 쓴 항일 영화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관객 입장에서는 영화를 다양한 관점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기도 한다. 단순 재미를 넘어 항일이라는 특별한 의미를 담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관객들은 '시원하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흥행 측면에서는 '국뽕'을 더했다는 평가도 있다. 반면 오컬트 장르로서 재미를 온전히 누리고 싶었던 관객들 사이에서는 전후반 연결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나온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정치적 해석'도 나온다. '건국전쟁' 김덕영 감독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항일 독립? 또 다시 반일주의를 부추기는 '파묘'에 좌파들이 몰리고 있다"며 "'건국전쟁'에 위협을 느낀 자들이 '건국전쟁'을 덮어버리기 위해 '파묘'로 분풀이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파묘'를 두고 여러 해석과 추측이 오가고 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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