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민덕희' 라미란 인터뷰
라미란 / 사진제공=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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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적인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은 적은 없지만 주변에 당한 분들이 꽤 많아요. 전 재산 날린 분들도 있죠. 저는 저장 안 된 번호로 오는 전화를 일단 안 받아요. 모르는 카드가 발급됐다는 문자가 올 때도 있죠. 보이스피싱범들이 얼마나 진화했는지 알아야할 것 같아요."

보이스피싱을 소재로 한 영화 '시민덕희'에 출연한 배우 라미란은 이같이 말했다. '시민덕희'는 보이스피싱을 당한 평범한 시민 덕희에게 사기 친 조직원 재민의 구조 요청이 오면서 벌어지는 추적극이다. 2016년 경기도 화성시 세탁소 주인 김성자 씨가 보이스피싱 총책을 잡는 데 기여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라미란은 "나라면 '끝까지 갈 수 있을까?'라며 중간에 포기했을 것 같다. 덕희는 끝까지 간다"라고 말했다.
사진제공=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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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덕희'는 이미 2020년 12월 촬영을 마쳤지만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개봉이 늦어졌다. 라미란은 "2020년에 '시민덕희' 하나만 찍었다. 촬영 때도 한창 코로나여서 쉽지 않았다. 여름신을 추운 겨울에 반팔 입고 찍었다"고 회상했다.

"이리 치리고 저리 치이는 거 같기도 하고 영화가 잘 안 나와서 미루나 생각도 했어요. 또 적당한 개봉 시기를 보다보니 계속 조금씩 미뤄진 것 같아요. 연기 생활하며 제일 오래 기다린 작품이에요. 그동안은 촬영하고 거의 바로 개봉됐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 기다린 작품이 처음입니다. 극장을 찾아주는 분들이 늘었으니 다행이죠."
라미란 / 사진제공=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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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은 실화를 바탕으로 창작됐다. 모티브가 된 실존 인물에 대해 라미란은 "시사회 때 오셨다. 강단이 있으시더라"며 인상을 전했다. 또한 "영화니까 실제와 다른 부분이 있어도 불편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행히 영화를 재밌게 보고 가셨다더라"며 안도했다. 실화 바탕 작품은 상상의 기반이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똑같이 복제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저는 원작이 있는 작품의 경우에 원작을 보진 않아요. 오히려 연기할 때 잠식되더라고요. 원작과는 별개의 작품이라고 생각하며 연기해요."

라미란이 출연한다고 하면 관객들이 기대하는 '웃음'이 있다. 하지만 라미란은 라미란은 "제가 코미디에 강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이제 '코미디 볼 거 다 봤다' 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정직한 후보'를 제외하고는 코미디라고 생각하고 한 작품이 거의 없어요. 웃음을 유발해야겠다고 작정하고 찍은 작품은 없죠. 재밌는 것들은 다른 분들이 해주셨어요. 저는 몸으로 웃기지 않나요? 살을 못 뺐어요. 소도 때려잡을 것 같잖아요. 하하. 당시 뉴스 자료를 봤는데 (모티브가 된 실존인물이) 너무 마르셨더라고요. 그게 신경쓰였어요. (다이어트를) 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실패했죠. 하하."
라미란 / 사진제공=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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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미란은 올해 tvN 예능 '텐트 밖은 유럽4'로 시청자들을 만난다. 한가인, 조보아, 류혜영과 함게 이미 해외 촬영을 마쳤다.

"캐스팅되는 입장에서 제가 원하는 걸 고를 순 없지만, 그래도 그 중에 고심하죠. 코미디가 아닌 것도 했지만 아직은 코미디 하는 걸 좋아하고 기대해주시는 것 같아요. 기대를 져버리고 그걸 산산히 깨야죠. 하하. 안 좋은 연기를 해서 반응이 없다면 또 다른 구멍도 찾아야하고요. 나름 많은 변주를 줬어요. 예능도 그 중 하나죠. 제가 재밌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도록 더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그런데 예능에서 웃기려고 하지 않는데 왜 웃기다고 하는지… 전 재미 없는 사람이에요. 하하."

라미란의 대중매체 데뷔는 서른 살 2005년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 출연하면서부터. 이전에는 주로 연극 무대에서 활동했다. 지금은 그의 이름이 주연으로 걸리는 작품이 나온다.

"0부터 시작했어요. 나이 서른에 영화를 시작했잖아요. 스텝 바이 스텝하고 있는 거죠. 제가 행운을 잘 잡았구나 싶어요. 이렇게까지 될 줄 몰랐는데 너무 잘 됐구나 싶어요. 이 행복이 언제까지, 얼마나 갈지 모르겠지만 사랑 받고 행복해하고 즐기려고 해요. 사람들이 떠나간다 해도 너무 마음 아파 하지 않을 수 있는 멘탈을 가지려고 해요. 지켜워지고 다 읽혀버려서 '어떻게 할지 다 알겠어'라며 재미 없어 하실 때가 올 수도 있을 거에요. 반면 안정감, 편안함을 느끼실 수도 있겠죠. 분량이 줄고 배역이 작아지더라도 나오면 반가운 배우가 되고 싶어요."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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