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날 차진우와 정모은(신현빈 역)은 관계의 불안을 잠시 덮어둔 채 예전과 같은 나날로 돌아갔다. 그러던 중 정모은은 차진우의 작업실에서 빛바랜 사진을 발견했다. 차진우와 함께 보육원 문 앞에서 발견됐다는 사진에는 마루에 앉아 갓난아기를 안고 있는 여자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아마도 어머니일 그 사진을 들고 안 가본 곳이 없다던 차진우는 "여기 있는 나를 아주 멀리서 찾고 있었어요"라며 희미하게 웃어보였다. 정모은은 다른 말 대신 그의 어깨를 가만히 다독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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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차진우를 만나러 가던 정모은은 또다시 그가 송서경(김지현 역)과 함께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결국 그들 앞에 나서지 못하고 등을 돌린 정모은. 두 사람이 나누고 있는 이야기는 뜻밖이었다. 같은 날, 송서경은 권도훈(박기덕 역)으로부터 미대 화재 사건 당시 차진우가 불길 속에서 자신을 찾기 위해 끝까지 남아있었다는 사실을 전해 들은 상황이었다. "날 찾고 있었다는 걸 잘 알면서도 불 속에 나만 남겨두고 가던 뒷모습이 자꾸 떠올라서 네가 너무 밉고 싫었어"라며 운을 뗀 송서경은 "어쩌면 그때 난 너랑 헤어질 핑계를 찾고 있었는지도 몰라. 사실은 내가 도망치고 싶었던 거야"라며 오랫동안 감춰왔던 자신의 진짜 심경을 내비쳤다. 이로써 차진우는 그가 모르는 새 홀로 감당했어야 할 모든 순간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을 그 시절 송서경의 마음을 마침내 이해하게 됐다.
이러한 내용을 알 리 없는 정모은은 거듭된 둘의 만남을 견디지 못했다. 고민 끝에 송서경과 따로 만남을 가진 그는 불편함을 조심스레 내비쳤다. 송서경은 "진우, 이제 막 작가로서 자기 세계를 보여주기 시작했어요. 그 세계를 나만큼 잘 이해할 수 있는 큐레이터는 아마 없을 거예요. 불편한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난 지금 진우한테 가장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 일에 누구보다 자신 있고요"라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저 질투뿐인 자신보다도 차진우에 대해 더 잘 알고, 더 필요한 사람으로 보이는 송서경은 정모은을 혼란스럽게 했다. 그러나 그를 보는 송서경의 마음도 무겁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미 비오던 날 찾아간 차진우의 작업실에서, 정모은이 자신의 '마지막 사랑'이길 바란다는 그의 흔들림 없는 감정을 확인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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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희(차미경 역)가 차진우의 모친일 거라는 정모은의 예감은 맞아 떨어졌다. 고우희가 따로 적어준 '우리집 주소'에 차진우가 가지고 있던 사진 속 집이 그대로 남아있었던 것. 정모은은 그대로 집 사진을 차진우에게 전송했다. 마침내 그토록 알고 싶었던 과거와 마주한 차진우의 모습은 그를 찾아올 변화에 궁금증을 자극했다.
강민경 텐아시아 기자 kkk39@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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