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배우 김성규 인터뷰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을 매듭짓는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2023)에서 '한산: 용의 출현'(2022)에 이어 항왜 준사 역을 맡은 배우 김성규. 그는 이순신 장군 곁을 보필하며 자신의 신념을 따르는 강직한 느낌으로 사내대장부의 면모를 뽐냈다. 하지만 인터뷰를 통해 만난 김성규는 차분하면서도 조용하지만 동시에 굳은 심지가 언뜻언뜻 드러나는 인상의 소유자였다.
거듭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는 김성규의 말 안에는 준사 역을 준비하고 구현하기 위해 그가 했을 고민까지 전해지는 듯했다. '범죄도시'(2017), '악인전'(2019), '한산: 용의 출현', '노량: 죽음의 바다'까지, 작품 수는 적지만 캐릭터성이 짙은 역할을 맡아오며 이제는 한 번쯤 일상적인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김성규의 모습이 기다려진다.

'악인전'과 '범죄도시'에서 악역을 맡으며 강렬함을 보여준 것과 달리 '노량'에서는 이순신 곁을 따르는 역할을 맡으며 상반된 매력을 보여줬다. 혹시나 김한민 감독에게 캐스팅 이유를 들었느냐는 질문에 "감독님께서 어떤 구체적인 면을 말씀하시기보다는 저를 믿어주는 감독님의 의지가 용기가 됐다. 워낙 현장에서 감독님께서 잘 정리되어있고 명확하셨다. 한편으로는 불안하기도 했다. 너무 믿으시니까(웃음)"라고 답했다.
일본군이지만, 조선군을 위해서 싸우는 병사인 준사 역할을 표현하기에 어려운 지점들이 있다. 관객들에게 납득이 될지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며 김성규는 "왜군으로서 자신이 속해있는 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를 위해서 싸우는 것이지 않나. 의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이야기가 가진 무게도 있지만, 선배님들이 보통 배우들이 아니지 않나. 흐름상 제가 맡은 역할이 폐를 끼치면 안 되겠다"라며 당시의 고민을 털어놨다.

배우 박해일과 김윤석은 어땠느냐는 물음에 김성규는 "두 분, 모두 촬영 외적인 순간에도 과묵하신 것 같다. 풀어져 계신 모습은 전혀 못 봤다. 특히나 이번 '노량'을 찍으면서는 되게 많이 긴장한 것 같다. 이전에 경험하지 못 했던 새로운 긴장감이었다. 그런 긴장감이 '노량'에 도움이 된 것 같다"라고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기회가 생긴다면 이순신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느냐는 말에 김성규는 이렇게 말했다. "실제 역사를 벗어나서 상상으로 만든다면, 모르겠으나. 그만큼 선배들이 버티고 살아온 역사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감히"

그간 캐릭터성이 짙은 역할들을 맡으며 장르물에서 유독 눈에 띄는 연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김성규는 "재밌는 것 같다. (대중분들이) 잊힐만하면 나오는 것 같아서. 이제는 알아볼 때가 되지 않았을까(웃음) 워낙 캐릭터의 비주얼이 다양했기에. 캐릭터성이 짙은 역할을 해서 신기하기도 하다. 했던 작품들이 워낙 장르적인 부분이 있어서 나라는 사람과 가까운 현실적인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라고 말했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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