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티, 12월 6일 정규 3집 'Zip' 발매
"회전율에 목 매는 시대, 내 강점은 음악의 완성도"
"내 음악 'UNLOVE' 되는 일 슬퍼"
악뮤·혼네 등도 참여
"음악 작업 때 대중성 고려"
자이언티 / 사진제공=더블랙레이블
자이언티 / 사진제공=더블랙레이블
"뮤지션에게 앨범이란 건, 대학원생이나 과학자들의 논문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어떤 부분에 있어서 고민하고 생각한 결과물이죠. 앨범이라면 이런 시도를 해봐야한다고 생각했어요. 편하게 만드는 음악으로 끝내고 싶지 않았어요. 레이어가 다양하게 쌓인 음악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했어요."

자이언티는 세 번째 정규앨범 'Zip(집)'을 내놓으며 '거의 연례행사보다 드문 경험'이라는 문구가 담긴 소개글을 썼다. 그도 그럴 것이, 2021년 12월 디지털 싱글 '선물을 고르며'를 발표했지만 제대로 구성한 앨범 발매는 5년 만이다. 앨범 발매를 앞두고 만난 자이언티는 "직업인으로서 바쁘게 열심히 살았는데 내 얘기를 하는 아티스트로는 뭔가 안 한 것 같았다. 어떤 이야기를 해야할지 고민됐다"고 앨범 발매에 시간이 걸린 이유를 밝혔다.

"제가 마지막 앨범을 만들었을 때 중2였던 친구가 이제 성인이 된 거죠. 새로운 리스너들이 많이 생긴 거예요. 이 사람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까, 두려움도 있었어요. 나를 리브랜딩, 리빌딩하는 느낌으로 앨범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아티스트로서 새로운 길을 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사진제공=더블랙레이블
사진제공=더블랙레이블
음악은 빠르게 소비되고, 머릿수만큼 개성이 넘치는 시대. 자이언티가 택한 자신을 리브랜딩하는 방식은 '음악의 완성도'다.

"확실한 건 클래식한 감성, 세련된 결과물이 있어야 해요. 완성도가 높고 정돈돼 있어야 세련됐다고 얘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크리에이터들이나 아티스트들, 그리고 회사들이 회전율에 목을 매는 시대, 트래픽으로 승부 보는 시대예요. 제 강점은 완성도, 마감이라고 생각해요. 퀄리티적으로 높은 결과물을 먼저 보여주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앨범명 'Zip'에 여러 뜻이 담겨있다. 자이언티는 "앨범을 준비하며 많은 테마와 앨범명이 있다가 사라지고를 반복했다. 이 테마를 구상하면서 만든, 말하자면 이 세계관과 어울리지 않는 건방지고 발칙한 여러 실험적 트랙들은 덜어내고 함축했다. 압축파일과 같다는 의미에서 'Zip'이다. 또 공간의 의미에서 '집'이다"고 설명했다.

앨범에는 총 10곡이 수록됐는데, 타이틀곡은 'UNLOVE(언러브)', '모르는 사람', 'V(브이)'로 모두 3곡이다. 트리플 타이틀곡인 이유에 대해 자이언티는 "앨범을 준비하면서 노래들이 다양하다고 생각했다. 장르적으로 재즈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대변할 수 있는 곡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사진제공=더블랙레이블
사진제공=더블랙레이블
영국 출신 듀오 혼네와 함께 작업한 'UNLOVE'는 아주 쉽게 클릭 한번으로 하트가 사라지는 '좋아요' 기능을 모티브로 한 곡이다. 귀엽고 따뜻하고 펀치감 있는 특유의 푸러피안 팝 사운드를 느낄 수 있다. 자이언티는 "좋아했던 노래를 플레이리스트에서 지울 때 'UNLOVE'라는 버튼을 누르게 돼있다. 이를 테마로 했다"고 설명했다. 자이언티는 '완벽한 이별'이라는 주제로 'UNLOVE' 뮤직비디오의 시나리오를 직접 쓰기도 했단다.

"요즘 SNS를 많이 사용하는데, 젋은 사람들이 리셋증후군을 많이 겪는다고 합니다. 피드나 캡션을 쉽게 수정하고 지울 수 있고, 팔로우도 쉽게 끊을 수 있으니까요. 실제 사회에서도 관계를 쉽게 끊거나 말을 다시 주워담는 젊은 세대들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공감되기도 해요. 그런 부분으로 사고를 확장해봤습니다. 뮤지션으로 제가 실제로 '언러브'되는 일도 많을 것 같아요. 앨범을 5년 만에 발표하게 됐는데, 그 사이에 누군가 내 노래를 지웠다면 슬프지 않을까요.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 정리를 비유적으로 표현할 수도 있죠."
사진제공=더블랙레이블
사진제공=더블랙레이블
'모르는 사람'은 제목처럼 익숙하고 아는 줄 알았지만, 알고 보면 낯설고 잘 모르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뮤직비디오에 배우 최민식이 출연했는데, 최민식을 섭외하자고 한 건 자이언티의 아이디어다. 최민식과는 전혀 모르는 사이였던 자이언티는 "왜 참여해주시는 거냐 했더니 본인도 어이 없어 하시면서 '음악이 좋더라구요, 합시다~' 하시더라"며 웃었다.

"최민식 배우는 모두가 아는 사람이에요. 그의 목소리도 작품도 모두가 알죠. 하지만 최민식이라는 사람의 다른 면은 잘 모르는 것 같아요. 모두가 아는 상징적 인물이 제 작품에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인물 이면을 어떻게 드러낼까 생각해봤어요. 작품 찍기 전에 최민식 배우와 여러 차례 만나며 이야기 나누고 커피도 마시며 빌드업했죠. 아이디어도 많이 주시고 반영도 많이 했어요."

악뮤가 피처링에 참여한 'V'는 시부야 케이 장르의 곡으로, 손으로 브이자를 하는 상대에 대한 마음을 위트있게 표현했다. 자이언티는 "예전 악뮤 앨범에 '벤치'라는 곡에 제가 피처링한 적 있다. 피처링 요청하니 흔쾌히 해주더라. 품앗이지 않나. 재밌었다"고 작업 후기를 전했다.

"자기 파트 가사를 자기가 직접 썼어요. 가사가 엄지 검지 중지 약지 새끼를 두 번 반복하는데, 네 마디인 거죠. 가히 날로 먹었다고 할 수 있어요. 하하. 본인 말로는 자기가 없었다면 이 노래는 살 수 없었다던데, 어느 정도 동의해요. 훌륭하게 날로 먹은 것 같아요. 하하."
자이언티 / 사진제공=더블랙레이블
자이언티 / 사진제공=더블랙레이블
자이언티는 괴짜 같은 면모가 있다. '독단'적일 것 같지만 그의 음악은 진지하고 감성적이며 근사하고 무엇보다 보편적이다. 연령대 골고루 사랑 받고 공감을 얻는다.

"저는 음악 작업을 할 때 대중성을 굉장히 고려합니다. 그런데 대중성이라는 게 기준이 모호한 것 같아요. 마이너한 노래가 빌보드 1위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제가 생각하는 대중성은 이래요. 가사가 분명히 전달돼야 해요. 통상 고민이 많을수록 산으로 가는데, 제 주변 프로덕션 작곡자들이나 팀원들은 아주 이성적이고 순서대로 가요. 고민이 많을수록 결과물이 좋고 더 효과적인 전달 방식이 떠오른다고 생각해요. 많은 고민이 대중성을 높인다고 생각합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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