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3일의 휴가' 배우 김해숙 인터뷰
배우 김해숙. /사진제공=쇼박스
배우 김해숙. /사진제공=쇼박스


감히 배우 김해숙의 대표작을 압축하는 일이 가능이나 할까. 1975년 MBC 7기 공채 탤런트로 처음 연기를 시작한 김해숙은 영화와 드라마 통틀어 약 150편이 넘는 작품에 참여했으며 데뷔 50년 차를 맞이했다.

내가 기억하는 그녀의 첫인상은 이미 배우 김혜자와 고두심과 함께 '국민 엄마'라는 타이틀이 붙은 이후였다. 왠지 마음이 찡해지는 푸근한 미소로 안방극장을 방문하고 때로는 영화 '박쥐'(2009)의 아들 강우(신하균)만을 챙기는 이기적인 엄마 라여사, 드라마 '왕가네 식구들'(2013)에서 비뚤어진 모성애를 보여주는 엄마 이앙금, '힘쎈여자 강남순'(2023)에서 람보르기니 오픈카를 타고 다니는 멋쟁이 할머니 길중간처럼 욕망에 충실한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어쩌면, 김해숙이 표현하는 엄마가 색다른 이유인지도 모른다.

늘 보편적이지 않은 '엄마'의 모습을 보여준 김해숙은 영화 '3일의 휴가'(감독 육상효)에서 죽은 지 3년째 되던 날 휴가를 받고 지상을 내려온 엄마 복자 역을 맡아 희로애락을 전부 보여주며 관객들을 눈물짓게 만든다. 첫사랑과도 같이 연기하는 것이 매번 설레고 새로운 역할로 시청자, 관객들 앞에 서고 싶다는 김해숙은 히딩크 감독의 말을 인용해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라고. 열정이 사라지기 전까지는 오래도록 연기를 할 것이라는 김해숙의 말에 왜인지 소녀다운 순수함이 느껴진 것만 같다.
영화 '3일의 휴가' 스틸컷. /사진제공=㈜쇼박스
영화 '3일의 휴가' 스틸컷. /사진제공=㈜쇼박스
복자는 극 중에서 처음부터 감정을 드러내기보다는 미처 알지 못했던 진주의 속내를 알아가며 변화를 드러낸다. 이에 김해숙은 "처음에는 힘들었다. 현실에 있는 어머니와는 다르니까. '너무 슬프면 울리기 위해서 만들었다는 오해를 받겠다'는 생각도 했다. 영화를 보면, 엄청 울 것이라는 것을 뒤집고 싶었다"라며 캐릭터를 소개했다.

울음 터지는 슬픈 순간들과 더불어 웃음짓게 만드는 장면들도 더러 존재한다. 해당 장면들을 촬영하면서 NG가 많이 나기도 했다는 김해숙은 "웃기는 부분도 감정이 깨질까 봐 그것을 조절하는 것도 힘들었다. 민아 씨랑 서로 안 보면서 툭툭툭 이야기해야 하니까. CG 작업을 해서 귀신이 뿅 하는 것이 아니라 못 본 것처럼 이야기해야 했다. 나랑 신민아, 황보라 배우가 함께 연기하는 장면에서도 NG가 3~4번 났다. 민아가 힘들었을 거다. 코앞까지 간 적도 있어서 눈 마주치다가 NG도 많이 났다"라고 비하인드를 밝혔다.
영화 '3일의 휴가' 스틸컷. /사진제공=㈜쇼박스
영화 '3일의 휴가' 스틸컷. /사진제공=㈜쇼박스
드라마, 영화를 오가며 수많은 엄마를 연기했던 김해숙. 특히 복자의 어떤 면에 끌려서 시나리오를 선택했느냐는 질문에 "엄마 역할을 할 때, 사명감이나 책임감 같은 것을 느낀다. '3일의 휴가'의 복자 캐릭터도 이때껏 한 번도 나오지 않은 엄마였다. 영혼으로 이승에 내려온 것이지 않나. 일찍 부모님과 헤어지신 분들도 문득 생각이 날 것 같다. 요새 너무 화려하고 자극적이고 말초적인 것이 많이 나오지 않나. 각박해진 세상에서 조금이라도 영화를 보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따스한 가족을 그릴 수 있는 영화라는 생각으로 이 영화를 선택했다"라고 이야기했다.

연출을 맡은 육상효 감독에 대해 따뜻한 마음을 지닌 분이라고 밝힌 김해숙은 "장난도 쳐도 다 받아주신다. 연출적으로 많이 깨어 계셨다. 감독님도 힘드셨을 거다. 가장 흔한 이야기이자 오해할 수 있는 소재를, 담백하게 풀어나가신 것을 보면 깨어있는 분이신 것 같다. 나중에 감독님께서 또 한다고 하시면, 또 가고 싶다"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영화 '3일의 휴가' 스틸컷. /사진제공=㈜쇼박스
영화 '3일의 휴가' 스틸컷. /사진제공=㈜쇼박스
영화 '3일의 휴가' 스틸컷. /사진제공=㈜쇼박스
영화 '3일의 휴가' 스틸컷. /사진제공=㈜쇼박스
진주 역의 신민아와 호흡을 맞추며 김해숙은 가슴 저릿하지만 따스한 모녀 케미를 보여준다. 처음에 신민아가 딸로 캐스팅되고 어땠느냐는 질문에 김해숙은 "신민아 씨가 되었다고 해서 되게 좋았다. 우리도 사람인지라 괜히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싫은 사람이 있다. 실물을 본 적도 없고 작품도 본 적이 없었다. 현장서 호흡 맞추며 성격도 비슷하고 지향적인 것도 비슷해서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았다. 민아 씨도 말이 없고 낯을 가리는데, 사실 나도 그렇다. 엄마와 딸 같은 느낌이 많이 나더라"라고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3일간의 휴가를 안내해주는 가이드 역의 강기영과는 톰과 제리 같이 투닥투닥거리는 케미로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현장에서 강기영과 맞춘 호흡에 대해 "좋은 배우이지 않나. 첫 장면이 백반집에서 내려오는 장면을 찍었는데 자연스럽게 맞춰줘서 없던 애드리브도 나왔다. 그 결과가 따스하게 나온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진주(신민아)의 친구 미진 역의 황보라는 최근 임신 소식을 알린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희생하지 않는 엄마가 될 것이다'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이에 김해숙은 웃음을 터뜨리며 "아직 낳아보지 않아서 그렇다. 나도 그랬다. 그 말은 보라가 분명 정정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연차가 쌓이면서 선배로서 현장에서 후배들과 소통하는 방식도 고민한다는 김해숙은 자신의 젊은 날들을 떠올리며 이야기했다. 김해숙은 "나도 젊은 배우였을 때가 있지 않았나. 그 당시, 선배 배우들한테 가면 어렵더라. 연기하면 떨리고 불편함을 느꼈다. 나이 들면 어떤 배우가 되겠다는 것을 현장에서 터득한 것 같다. 젊은 배우들도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해서 이렇게 왔겠나. 그들의 노고를 무시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어린 배우들한테는 본인들이 어려워할 것 같아서 내가 많이 명랑해졌다. 그들한테 먼저 다가가서 장난친다. 어떤 때는 '너무 나를 안 어려워하나' 싶은 정도였다"라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영화 '3일의 휴가' 스틸컷. /사진제공=㈜쇼박스
영화 '3일의 휴가' 스틸컷. /사진제공=㈜쇼박스
배우 김혜자, 고두심과 함께 '3대 국민 엄마' 타이틀로 불리는 김해숙. 이런 호칭으로 불리는 것이 부담되기도 했다는 김해숙은 "집에서도 100점짜리 엄마가 아닌데 죄송한 느낌이다. '이 세상의 모든 엄마를 표현하고 싶다'는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배우로서 엄마의 모든 것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나 자신을 위로했던 것 같다. 아무나 국민 엄마라고 하시는 것이 아니지 않나. 부담스럽지만 영광스럽게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엄마라는 틀에 갇혀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 연기를 지속하면서 이 세상에는 다른 엄마들이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요새는 내 나이 또래도 전면에 나서거나 사랑도 하고 별거 다 해서 너무 행복하다"라고 겸손한 태도로 말했다.

실제로는 어떤 엄마냐는 물음에 김해숙은 "어릴 때부터 나의 일을 해왔던 사람이기에 (자식들에게) 미안함이 항상 있다. 아이가 어릴 때, 많이 못 봐줬다. 지금은 오히려 나이 들었는데도 거기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어서 집착하는 편이라고 하더라. 내가 왜 그러나 생각을 해보니 어릴 때 못 해준 것이 있어서 지금이라도 해주고 싶은 것이 속에 있는 것 같다. 아마 이 세상의 모든 엄마가 그렇지 않을까"라고 답변했다.
배우 김해숙. /사진제공=쇼박스
배우 김해숙. /사진제공=쇼박스
1975년 MBC 7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연기 경력만 50년 차인 배우 김해숙은 장르, 캐릭터 모두 변주해가며 쉬지 않고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힘쎈여자 강남순'에서 남순(이유미)의 친외할머니이자 황금주(김정은)의 엄마 길중간 역으로 억척스럽지만 사랑스러운 면모를 보여주며 시청자들에게 많은 시청자들을 받았던바. 엄마라는 역할뿐만 아니라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는 김해숙은 "'힘쎈여자 강남순'은 시나리오가 너무 신선했다. 나이가 많아서 사랑은 사치일 수도 있지 않나. 연기하면서 희열을 느꼈다. 이상하게 안 봐주시고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막상 찍을 때는, 정보석 씨와 함께 많이 부끄러워했다"라고 설명했다.

2023년 드라마 '악귀', '힘쎈여자 강남순', '마이 데몬', 영화 '3일의 휴가', 넷플릭스에서 공개 예정인 '경성크리처'까지. 올해 선보이는 작품만 5개인 김해숙은 다작하는 원동력에 대해 밝히기도 했다. 김해숙은 "사전 제작하니까. 오래전에 끝난 것도 많은데, 올해 다 나오더라. 아무래도 나는 워커홀릭인 것 같다. 마치 아직도 첫사랑 하는 느낌처럼 설렌다. 내가 좋아하는 일과 새로운 것에 대한 흥분감, 현장에서 살아있는 듯한 느낌. 언젠가 나도 그런 열정이 사라지면 못하게 되지 않을까. 항상 감사하다. 그냥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것이 그렇다. 히딩크 감독님의 말대로 나는 아직도 배가 고픈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지난날의 연기 생활을 돌아보며 느낀 소회가 어떠냐는 질문에 잠시 고민하던 김해숙은 이렇게 답했다. "언제부터 일했다는 것을 생각 안 하고 싶다. 지금이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보답할 수 있는 것은 연기가 아닐까. 어떤 한 배우 하면 어떤 역할이라는 것을 떠오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든 색깔을 입힐 수 있다는 것도 보여주고 싶다"라고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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