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거미집' 감독 김지운 인터뷰
김지운 감독. /사진제공=㈜바른손이앤에이
김지운 감독. /사진제공=㈜바른손이앤에이
차분하고 담담한 말투로 자신이 창조해낸 영화 세계에 대해 집요하게 설명하는 김지운 감독은 자신이 연출한 영화 '거미집'의 김열 감독(송강호)를 연상시킨다.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밀어붙이는 김감독처럼 파격적이고 새로운 아이디어로 대중들을 놀라게 하는 김지운 감독. 데뷔작인 '조용한 가족'(1998)부터 '반칙왕'(2000), '장화, 홍련'(2003), '달콤한 인생'(2005),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악마를 보았다'(2010), '밀정'(2016), '인랑'(2018)에 이르기까지. 김지운 감독은 이번 '거미집'(2023)을 제작하며 그간의 영화 인생을 반추하며 처음 사랑했을 때의 감정을 다시금 떠올리게 되었다고 말했다.
영화 '거미집' 포스터. /사진제공=㈜바른손이앤에이
영화 '거미집' 포스터. /사진제공=㈜바른손이앤에이
'거미집'은 1970년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될 거라 믿는 김열 감독(송강호)이 검열,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현장에서 촬영을 밀어붙이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리는 작품. 1998년 영화 '조용한 가족'으로 데뷔해 '달콤한 인생', '장화, 홍련', '밀정',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등의 작품을 찍은 김지운 감독은 영화 '거미집'의 연출과 각색을 맡았다.

'거미집'의 김감독(송강호)에 자신의 모습이 투영되었다는 김지운 감독은 "알게 모르게 '김감독'의 결정적인 대사들이 내가 현장에서 느낀 크고 작은 감정과 에피소드가 들어가 있더라"라고 말했다. 특히 영화 속에서는 "모두가 나를 방해하고 있다"는 김감독의 대사가 나온다. 이에 김지운 감독은 "'왜 나만 애쓰고 있지'라고 생각할 때도 있다. 대부분은 스태프와 배우들의 헌신과 모두 초긴장 상태에서 템포와 타이밍을 잃지 않았을 때 표현한 거다"라고 이야기했다.
영화 '거미집' 스틸컷. /사진제공=㈜바른손이앤에이
영화 '거미집' 스틸컷. /사진제공=㈜바른손이앤에이
'조용한 가족'(1997)부터 '거미집'에 이르기까지 송강호 배우와 호흡을 맞춘 김지운 감독. 그는 송강호가 어떤 영감을 주는 배우인지 언급하며 "다른 장르 영화를 할 때마다, 특히 코미디를 할 때마다 나만이 느끼는 독특한 뉘앙스가 있다. 운이 좋게 그 시대의 송강호를 만난 거다. 내가 느낀 일상에 독특한 지점의 유머를 너무나 잘 빨아들이고 잘하더라. 그런 의미에서 콤비일 수도 있지만 둘만이 할 수 있는 독창적인 유머를 발생시키는 순간들이 아닌 페이소스를 곁들인 유머를 독특한 타이밍에 만들어내는 조합이구나"라고 말했다.

송강호의 데뷔 초반 모습부터 전성기까지 변화된 모습을 본 김지운 감독은 "훌륭한 배우가 되는 것은 훌륭한 사람이 되는 거구나. 정상에 오르는 것은 쉬울 수 있지만, 유지하는 것은 다른 차원인 것 같다. 가끔 현장에서 제작자가 한 명 더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할 때가 있다. 모든 감독의 페르소나 같다"라고 언급되지 않을까"라고 이야기했다.
영화 '거미집' 스틸컷. /사진제공=㈜바른손이앤에이
영화 '거미집' 스틸컷. /사진제공=㈜바른손이앤에이
극 중에서 '한유림' 역의 정수정의 캐스팅에 관해선 "의외의 캐스팅을 할 때가 있다. 예를 들면, '장화, 홍련'의 염정아, '거미집'으로 보면 정수정 같다. 염정아 씨를 캐스팅할 때는 계모 역으로 만들면 새롭게 선뜻한 느낌이 있겠다. 정수정 역시 마찬가지다. 천연덕스럽게 너무 잘하더라"라고 이야기했다.

이번에 새롭게 호흡을 맞춘 전여빈, 오정세 배우에 관해선 "오정세는 '남자사용설명서'를 너무 재밌게 봤고, '극한직업'에서도 잠깐 나오지 않나. 그런데도 장악력이 좋았다. 전여빈 배우는 약간 마음으로 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내버려 뒀다. 인물에게 정감을 줄 수 있는 그런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빈이 하고 싶은 대로 해봐'라고 했다"라고 비하인드를 밝혔다.
영화 '거미집' 스틸컷. /사진제공=㈜바른손이앤에이
영화 '거미집' 스틸컷. /사진제공=㈜바른손이앤에이
'거미집' 안에는 예상치 못한 코미디 요소들로 피식대는 순간들이 발생한다. 이에 김지운 감독은 "웃음의 장치를 막 여기저기 뿌려놨다. 코드나 취향이 맞는 것에서 슬랩스틱 코미디가 아닌 끊임없이 킥킥대는 영화들에 대한 즐거움이 있지 않나. 특정 장면들은 계획해놓기는 했다. 또는 물리적인 시간이 아니더라도 극의 맥락상 그것을 두 가지를 다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영화에 대한 애정이나 태도에 대해 언급하는 '거미집'을 이 타이밍에 제작한 이유에 대해 "한 가지 일하다 보면, 자신의 일에 긍지도 느끼고 자긍심도 느끼지 않나. 환멸 같은 것도 느껴진다. 처음 영화를 사랑했을 때, 어떤 질문들을 했는가. 영화에 대한 태도가 무엇이었는지를 생각하게 됐다. 꿈, 사람을 다시 한번 찾게 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좋았던 시절을 반추하게 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지운 감독. /사진제공=㈜바른손이앤에이
김지운 감독. /사진제공=㈜바른손이앤에이
영화를 하는 예술가들을 다루면서 대중적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많은 상황. 김지운 감독은 "'조용한 가족'이 많이 떠올랐다. 파격적이고 새로운 작품이지 않나. 그 당시에 '조용한 가족'이 상업영화로서는 흥행할 수 없는 몇 가지 리스크를 담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 '더 퇴행한 것인가?'라는 생각도 했다. '거미집'은 리스크도 적은 작품인데. 젊은 감독들이 이런 것들을 해줘야 하지 않나. 노후를 생각해야 할 감독이 새로운 것을 해야 하는 것이 아이러니하기도 하다"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거미집'의 송강호가 연기한 김감독은 고 김기영 감독을 오마주한 것이 아니냐며 유족들이 상영금지 소송도 냈지만, 잘 마무리가 되면서 27일 정상 개봉을 하게 됐다. 이에 김지운 감독은 "존경하는 선배 감독들이 있다. 항상 언급되는 감독들이다. 나 또한 장르 감독이고, '조용한 가족'이나 스릴러 호러도 그렇고. 스타일에 대한 영향도 그렇다. 그런 감독님이 되고 싶다는 열망도 있었다. 유족들에게 진심을 다해 이야기했다"라고 말했다.

영화 '거미집'은 오는 9월 27일 개봉한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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