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마부키 사토시의 소년미
'한 남자'의 새로운 얼굴
'조제'의 바로 그 소년
'한 남자'의 새로운 얼굴
'조제'의 바로 그 소년

사랑 앞에서 어쩔 줄 모르고 순진했던 소년 츠마부키 사토시가 오는 30일 '한 남자'의 변호사 '키도'로 돌아온다. 영화 '한 남자'는 죽은 남편의 이름, 과거 모든 것이 다른 사람의 것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정체가 묘연해진 한 남자 ‘X’의 거짓된 인생을 따라가는 추적 미스터리다. '키도' 역의 츠마부키 사토시는 재일교포 3세로 사라진 한 남자 '다이스케'(쿠보타 마사타카)를 좇으면서 자기 삶을 겹쳐보는 모습이 그려진다.

■ 영화 '워터 보이즈'(2001) 감독 야구치 시노부 / 스즈키 역

스즈키 역의 츠마부키 사토시는 잘하지는 못하지만, 의욕만 넘치는 부원으로 코미디를 더한다. 영화 '으랏차차 스모부'(1992/감독 스오 마사유키)를 떠올리게 하는 '워터 보이즈'. 이 작품은 수중발레에 대해 무지하지만 세워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아이들의 좌충우돌 성장기를 그리고 있다. 햇볕에 그을린 구릿빛 피부와 동작을 하나씩 성공시키면서 아이 같은 미소를 지어 보이는 츠마부키 사토시의 연기는 그들의 유쾌한 도전을 응원하게 하는 힘을 만들어낸다. 무엇보다 당시 신인이던 츠마부키 사토시 특유의 통통 튀는 연기를 볼 수 있는 작품이다.
■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2004) 감독 이누도 잇신 / 츠네오 역

츠네오 역의 츠마부키 사토시는 티 없이 맑은 미소로 조제의 삶에 천천히 스며든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방문했던 조제의 집에서 구김 없이 놀면서 매력에 끌리게 된다. 하지만 세상의 편견과 함께 건드리면 깨질 듯 불안정한 조제의 마음은 츠네오를 더욱 애타게 만든다. 변덕스러운 조제의 반응에 갈피를 잡을 수 없어 초조하지만 동시에 조제가 보고자 했던 것들을 함께 보면서 하나씩 추억을 쌓는다. 두 사람의 편견을 뛰어넘는 사랑은 느리지만 가슴 속에 깊은 곳에 새겨져 잊히지 않는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특히 츠네오가 조제를 등 뒤에 업고 바다를 보러 간 장면은 단연 명장면이다.
■ 영화 '69 식스티 나인'(2005) 감독 이상일 / 야자키 켄이치 역

'69 식스티 나인'에서 츠마부키 사토시는 앞뒤 생각하지 않는 무모함으로 일종의 통쾌함을 선사한다. 장난으로 시작한 작전이지만, 제도권에 반항하며 몸소 행동하는 이들. 학교 전체를 붉은색의 페인트로 칠하며 적은 "상상력이 권력을 쟁취한다!"이라고 적은 글귀는 반항아적인 면모를 더욱 부각한다. 길들지 않은 야생마처럼 활보하는 츠마부키 사토시의 상기된 얼굴은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다.
■ 영화 '동경가족'(2014) 감독 야마다 요지 / 히라야마 쇼지 역

리메이크된 '동경가족'에서 츠마부키 사토시는 히라야마 슈키치(하시즈메 이사오)의 차남 히라야마 쇼지 역을 맡았다. 삐그덕거리는 아버지와의 관계로 인해서 늘 아버지와 함께 있는 상황이 불편한 모습을 보인다. 진솔하게 자신의 진심을 이야기하기보다는 늘 한 켠 뒤에 마음을 숨긴 채, 회피하는 태도가 드러난다. 원작에선 전쟁 중 행방불명되었다는 설정이었지만, 리메이크 과정에서 재탄생한 오리지널 캐릭터다. 해소되지 않는 답답한 마음과 여자친구 노리코(아오이 우유)와의 결혼을 앞두고 갈등 상황이 불거지면서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원작에서 지닌 서글픈 가족의 모습보다는 합일되지 않는 생각 탓에 분해되는 현대의 가족이 더욱 조명되는 영화다.
■ 영화 '분노'(2017) 감독 이상일 / 후지타 유우마 역

도쿄 살인의 중심으로 이어진 세 개의 이야기는 뉴스에서 보도된 이야기를 보면서 가까운 사람이었던 타시로, 나오토, 타나카를 의심하면서 추리에 박차를 가한다. 특히 범인으로 의심되는 나오토를 만난 도쿄의 샐러리맨 유마 역의 츠마부키 사토시는 속내를 알 수 없는 나오토를 믿지 못하며 상처받는다. 연인 사이로 발전한 나오토의 다정함에 따스함을 느끼면서도 도통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 나오토를 완전히 믿지는 못한다.
가장 가까워야 할 연인 사이임에도 심리적 거리를 지닌 츠마부키 사토시의 연기는 차분하고 담담하게 그려낸다. 같은 집에서 동거하지만, 미스터리한 연인 나오토를 향한 치기 어린 마음과 불안한 심리는 '분노'의 균형감을 더욱 잡아준다. 이외에도 타시로와 연인 아이코(미야자키 아오이)의 이야기와 타나카의 새로운 친구가 된 이즈미(히로세 스즈)의 이야기를 다층적으로 레이어를 쌓으며 분노의 중심으로 한 발자국씩 들어가도록 한다.

작품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츠마부키 사토시는 지난 25일 '한 남자' 홍보차 한국에 내한하며 한국 작품에 참여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수리남'을 보고 황정민 배우에게 반했다. 같이 연기를 해보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올해 43살이 된 츠마부키 사토시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과는 다른 중후한 얼굴로 스크린에서 자신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조제'의 그 소년으로 츠마부키 사토시를 기억하는 관객들에게 '한 남자'는 그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줄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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