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보드 핫 100 차트 진입…중소돌의 기적
어트랙트·피프티 피프티 사이 균열 발생
어트랙트, 템퍼링 의혹 주장 vs 피프티 피프티 "불투명한 정산 구조"
어트랙트, 템퍼링 의혹 녹취록 언론 공개
5일 계약해지 공판 진행…어트랙트, 스타크루이엔티과의 계약서 문제 대두
피프티 피프티 / 사진=어트랙트
피프티 피프티 / 사진=어트랙트
《윤준호의 복기》

윤준호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 동향을 소개합니다. 대중의 니즈는 무엇인지, 호응을 얻거나 불편케 만든 이유는 무엇인지 되짚어 보겠습니다.


피프티피프티. 현재 K팝 업계의 '뜨거운 감자'다. 미국 빌보드 차트 핫100에 오르며 유의미한 성과를 낸 약 2개월. 현재는 소속사 어트랙트와의 전속 계약 분쟁에 휘말린 상태다.

중소돌의 기적…데뷔 3개월만 美 빌보드 핫 100 차트 진입 (2023년 2월 24일~4월 1일)

피프티피프티는 신생 엔터테인먼트사 어트랙트 소속의 그룹이다. 지난해 11월 데뷔 당시 이들을 조명해주는 곳은 없었다. 업계에 알려지지 않은 회사라는 점, 데뷔 이후에도 음악방송 출연 외에는 이렇다 할 홍보 활동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트랙트는 전홍준 대표가 설립했다. 전홍준 대표는 가요계에서 잔뼈가 굵은 제작자다. 바비킴 음반 등을 제작하고 양수경·조관우·윤미래·심수봉 등과도 인연이 있는 인물. 다만, 아이돌 육성은 처음이었기에 성공을 보장할 수 없었다.

먼저 반응이 온 곳은 미국 본토였다. 이들은 올해 2월 24일 첫 번째 싱글 앨범 '더 비기닝: 큐피드'(The Beginning: Cupid)를 발매했다. 피프티 피프티의 첫 싱글 앨범 '더 비기닝: 큐피드'가 빌보드 월드 디지털 송 세일즈 차트에서 주간 8위를 기록했다. 이는 피프티피프티의 '첫 빌보드 기록'이다. 데뷔 110일 만의 일이었다.

이어 4월 1일 자 기준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 진입했다. 데뷔 4개월 만에 '핫 100'에 이름을 올려, K팝 가수 중 최단기간 진입이라는 유의미한 기록을 쓴 것. 누구나 쉽게 들을 수 있는 '이지 리스닝(Easy listening)'이라는 이름으로 중소돌의 기적을 써 내렸다. '이지 리스닝'은 현재도 K팝 다수의 아이돌 그룹이 시도하는 장르이기도.
피프티 피프티 / 사진=텐아시아DB
피프티 피프티 / 사진=텐아시아DB
기대와 달랐던 음반 활동…2개월간 사라진 피프티 피프티와 어트랙트 (2023년 4월 2일~6월 28일)

"많은 활동을 하고 싶어요. 운 좋은 성공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고 싶어요"

피프티피프티는 '큐피드'가 세계적으로 사랑 받자 기자회견을 열었다. 당시 피프티피프티는 '원히트 원더'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고 싶다며 롱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그로부터 약 2개월. 피프티피프티와 어트랙트 사이에는 균열이 생겼다. 그 가운데는 소속사의 재정과 체계 문제, 멤버의 건강 문제가 있었다. 이 탓에 어트랙트와 피프티피프티는 원활한 소통조차 되지 않았던 듯싶다.

문제를 공식화한 것은 어트랙트였다. 지난 23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피프티피프티에게 접근해 당사와의 전속계약을 위반하도록 유인하는 외부 세력이 확인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언급된 외부 세력은 안성일 프로듀서가 대표로 있는 '더 기버스'다. 더 기버스 안성일 대표는 어트랙트와 용역 계약을 체결하고 피프티피프티의 데뷔 프로젝트를 프로듀싱했다. 안성일 대표는 '큐피드'를 만든 장본인이다.

템퍼링(계약 만료 전 사전 접촉) 의혹으로 어트랙트에게 동정여론이 모였으나, 판을 뒤집힌 것은 피프티피프티 멤버들이 나서면서다. 멤버들은 지난 28일 "지난 19일 어트랙트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알렸다. 소속사의 일방적인 활동 강행, 투명하지 않은 정산 등이 이유였다.

더 기버스 측 역시 이날 "어트랙트가 '외부 세력'의 개입을 언급했으나, 당사는 어떠한 개입을 한 사실이 없다"라며 "향후 강력한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피프티 피프티 / 사진=어트랙트
피프티 피프티 / 사진=어트랙트
던져진 전속계약 분쟁 주사위, 최악으로 치닫는 어트랙트와 피프티피프티 (2023년 6월 29일~7월 5일)

이후에도 더 기버스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취했다. 이에 7월 3일 어트랙트는 템퍼링 의혹에 증거가 될 녹취록을 언론에 공개했다. 해당 녹취록에는 더 기버스가 피프티피프티를 워너뮤직코리아에 이적시키려 했다는 정황이 담겨있다.

이 통화는 올해 5월 9일 이루어진 것으로, 워너뮤직코리아 윤 전무는 전홍준 대표와의 통화에서 안성일 대표에게 피프티피프티 멤버를 바이아웃(개인 협상 가능 금액)으로 200억 제안을 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삼자관계는 악화했고,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리게 됐다. 5일 서울 중앙지법에서 피프티피프티 전속계약 해지와 관련한 첫 공판이 열렸다. 이날 피프티피프티 측은 전속계약 해지 사유로 세 가지를 꼽았다. 수익 항목 누락 및 정산자료를 성실히 제공치 않았다는 점, 채권자들의 신체 정신적 건강관리 의무를 위반한 점, 연예 활동에 필요한 인적 물적 자원 지원이 부족한 점 등이다.

멤버들과 소속사 간 신뢰가 깨졌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어트랙트 전홍준 대표가 인터파크로부터 멤버들이 연습생 시절 당시 계약을 체결한 회사인 스타크루이엔티에 90억의 선급금 유통계약을 맺었다는 주장. 이 중 60억원으로 음반 투자금을 사용했고 음반음원 수입은 스타크루이엔티로 지급되는 것에 의문을 제기했다.

변호인단은 "정상적이라면 인터파크와 어트랙트 사이 90억원의 선급금 유통계약이 체결됐어야 한다"며 "채무를 부담하는 건 스타크루이엔티인데 피프티피프티가 변제하는 구조다"라고 꼬집었다. 더불어 "피프티피프티 멤버들이 인터파크와 스타크루이엔티의 선급금 유통계약 구조에 대한 고지를 들은 적이 없고, 이에 대해 동의를 구한 사실도 없다"라고 했다.

피프티피프티 측은 전홍준 대표의 배임 의혹도 주장하며, 형사 고소까지 의지를 드러냈다. 이들은 "음원 유통사에서 선급금을 지급한 지난해 12월 이래 4월까지 음반·음원 수익이 정산자료에는 0원으로 기재돼 사실상 누락됐다"며 "멤버들은 이런 거래 구조에 동의한 적 없고, 전 대표가 이를 통해 배임 행위를 한 것으로 보아 형사고소까지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날 재판부는 정산내용 제공이 늦춰진 이유와 스타크루이엔티와의 불투명한 계약 과정에 대해 어트랙트 측에게 자세한 설명을 주문했다. 재판부는 오는 26일까지 양측으로부터 관련된 자료를 받고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윤준호 텐아시아 기자 delo410@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