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문빈-설리/사진 = 텐아시아 사진DB
故 문빈-설리/사진 = 텐아시아 사진DB
≪최지예의 에필로그≫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 곳곳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객관적이고 예리하게 짚어냅니다. 당신이 놓쳤던 '한 끗'을 기자의 시각으로 정밀하게 분석합니다.


지난 4월 19일 그룹 아스트로 문빈이 향년 25세로 세상을 떠났다. 연예계, 그리고 대중과 팬들은 슬픈 마음을 감출 길 없어 울었고 애도했다. 지난 6일 49재를 통해 동료들과 팬들이 또 한번 그를 그리워하며 추모했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흐른 지난 13일 더욱 고인의 어머니는 소수 커뮤니티를 통해 생산된 문빈 관련 루머를 언급하며 고통을 호소했다. 그는 "무분별한 루머가 생산되는 사실을 봤다. 엄마인 제 입장에서 바라보기 힘들며 사실이 아닌 소문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진심으로 제 아들을 그리워하는 팬분들의 마음 또한 다치진 않을까 걱정된다"며 "가십거리로 누군가에게 제 아들이 회자되지 않길 바라며 더이상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과 루머들이 생산되지 않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두 손을 모았다.

이에 16일 소속사 판타지오 역시 "최근 도가 지나친 심각한 수준의 악성 게시물을 수차례 인지하고, 법적 조치를 진행 중"이라며 고인과 관련한 악플에 강경 대응할 것을 시사했다.

최근 인터넷 상에 故문빈의 사인과 배경에 대한 루머가 돌고 있다. 자칭 문빈의 팬이라는 이들은 고인의 사인에 석연치 않은 것이 있다고 주장하며 판타지오에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문빈 죽음의 진실을 파헤치는 것에 대단한 사명감을 갖고 있는 듯 하다.

비뚤어진 팬심이다. 비뚤어졌다고 평가하는 이유는 고인을 위하는 일이라고 하면서 정작 그의 가족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중을 따질 수는 없겠으나, 故 문빈의 죽음에 가장 크게 아파할 이들은 유족들일 것이다. 고인의 사인 관련 의문점이 있다면 그에 대한 문제 제기의 주체는 유족이어야 한다. 진정 팬이라면 유족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할텐데, 정작 유족은 이들의 움직임에 고통받고 있으니 안타깝다.

고인을 향한 추모는 얼마든지 마음껏 해도 되지만, 그 방법은 건강해야 한다. 누군가에 상처가 되는 것은 추모의 범주에서 벗어난다. 고인의 죽음을 재차 들춰내며 부적절하게 언급하는 것은 망자의 '잊혀질 권리'를 저해한다.

이 같은 맥락에서 故 설리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넷플릭스는 최근 설리의 유작인 '페르소나 : 설리'('페르소나2') 공개를 두고 논의 중이다. 넷플릭스 측은 "'페르소나2'는 미스틱스토리 제작의 작품으로, 현재 스트리밍 여부 및 최종 공개일 등에 대한 전반적인 협의가 진행중에 있다"고 밝혔다. '페르소나2'는 다섯 명의 감독이 설리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단편 영화 5편을 묶은 프로젝트로, 설리가 지난 2019년 10월14일 세상을 떠나면서 제작이 중단됐다.

이 작품이 설리의 어떤 모습을 담고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다. 다만, 넷플릭스와 제작사 미스틱스토리는 이를 접한 대중이 고인을 추모할지, 가십거리로 삼을지 충분히 고민하고 공개를 결정해야 한다. 공개하기로 했다면 문제가 될 부분은 꼼꼼하게 편집해 결과물을 내놔야 할 것이다. '페르소나2'가 공개돼 일어나는 모든 파장의 책임은 넷플릭스와 미스틱스토리에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또, 일부 매체가 연예인들의 기일에 맞춰 기사를 내는 것도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문제다. 고인의 생전 업적을 기리고 추모하기 위한 기존의 목적에서 벗어나, 자극적인 낚시성 제목으로 트래픽 장사에 혈안이 돼있다. 보는 이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수준을 넘어서 유가족에 대한 폭력이 될 수도 있다. 유족들이 상처받게 될 것을 조금이라도 고려했다면, 막중한 기사를 그렇게 가볍게 쓰지 못했을 것이다.

어떤 죽음이든 가장 슬퍼할 이들은 유가족들이다. 남은 이들을 향한 최소한의 배려가 필요하다. 펜대를 휘두르는 기자는 물론이고, 제작자나 팬들까지 모두 반성할 문제다. 우리가 사랑했던 스타를 보낸 연예계에 건강한 추모 문화가 깃들길 바라본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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