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 2013년 '바운스' 이후 10년만 컴백
매력적인 음악적 시도…변화에 예민한 가수
임진모 평론가 "조용필, 변화를 도모한 실험주의자"
조용필 / 사진=텐아시아DB
조용필 / 사진=텐아시아DB
《윤준호의 복기》

윤준호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 동향을 소개합니다. MZ세대의 시각으로 높아진 시청자들의 니즈는 무엇인지, 대중에게 호응을 얻거나 불편케 만든 이유는 무엇인지 되짚어 보겠습니다.


가왕(歌王) 조용필이 돌아왔다. 2013년 '바운스' 이후로 10년 만이다. MZ부터 기성세대까지 모두가 '가수 조용필'에게 열광하고 있다. 73세 아티스트의 음악에는 어떤 힘이 담겨 있을까.

조용필은 정규 20집에 수록될 신곡을 26일 공개했다. 이번 앨범에는 신곡 '필링 오브 유'(Feeling Of You)가 담겼다. '필링 오브 유'는 전자음악의 특성이 강한 신스팝 장르다. 또 다른 곡 '라'는 프로그레시브 하우스 장르를 기반으로 했다.

조용필은 이번 앨범을 통해 장르적 한계가 없음을 보여줬다. 올해 73세 가수가 보여준 음악이지만 현대적인 음악적 색을 나타냈다. 자신의 색깔을 지키면서도 시대 변화에 따라가는 모습. 그가 왜 과거부터 현재까지 정상에 위치한 아티스트인지 스스로 증명했다.

조용필 음악의 시작은 경기도에 위치한 미군 클럽이었다. 1960년대 부터 활동한 그는 숱한 히트곡을 만들어 내며, 가왕으로 자리매김했다.

19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MZ세대'에게는 조용필이란 가수 자체가 생소하다. 하지만 부모님이 좋아하는 옛날 가수 정도로 그치지 않는다. 여전히 신곡을 내놓고 활동하는 '현직 가수'이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뻘'임에도 불구하고 음악만큼은 젊은 가수들에게 뒤쳐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용필 / 사진=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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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조용필은 끊임없이 변화하며 여전히 성장하는 가수라 평가받을까. 이유는 크게 세가지로 볼 수 있다. 우선 넓은 음악 스펙트럼이다. 조용필이 어떤 음악을 하냐고 묻는다면 '가장 젊은 음악'이라고 답할 수 있다. 록(Rock)은 물론, 트로트, 민요, 재즈, 팝 등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음악을 끝없이 공부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는 변화의 모습이다.

변화는 성공적이었고, 대중은 환호했다. 2013년 '바운스(Bounce)'와 '헬로(Hello)'에서 조용필의 진가가 드러났다. 1980년대 히트곡 '단발머리' '나는 너 좋아'보다도 오히려 젊어진 템포가 대중들의 귀를 즐겁게 했다. 음악 차트에서도 1위를 기록했다. '킬리만자로의 표범' 같은 과거의 히트곡이 오히려 재조명받기도 했다.

두번째는 세계적 수준의 무대 퍼포먼스다. 2010년 데뷔 40주년을 맞아 개최된 조용필의 단독 콘서트. 이틀간 10만 명의 팬들과 호흡했다. 무대에 대한 열정도 눈에 띈다. 고령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운동장을 가로지르며 음악을 연주했다. 무빙 스테이지와 3D 애니메이션은 당시 어느 콘서트 현장에서도 보기 힘든 시도였다. 공연 제작비로만 약 60억 원을 썼다는 이야기는 무대에 대한 조용필의 진심을 알 수 있다.

세번째는 그의 넓은 마음이다. '헬로'를 비롯해 '충전이 필요해', '서툰 바람' 등의 곡들은 록에 일렉트로니카 사운드를 입혔다. 여기에 오토튠(auto-tune)을 통한 보컬 이펙팅까지 시도했다. '그리운 것은'은 일렉트로니카 댄스 뮤직(Electronic Dance Music)으로 클럽에서 사용 돼도 손색이 없다.

이렇게 젊은 음악을 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젊은 음악가들과 소통해야 한다. '가왕'임에도 불구하고 젊은 음악가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그들과 소통한 결과가 오늘의 변화무쌍한 음악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조용필씨는 후배 음악가들에게도 권위적이거나 하지 않고 음악적으로 여전히 열린 가수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조용필 / 사진=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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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을 따르기보다 바꾸는 것. 진정한 스타 불린 이들의 덕목이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내가 공연장을 나서면서 '조용필이 나이도 많은데 아직도 공연하네' 이런 평가가 아니라 '조용필은 이번 공연에서 이런 것도 새로 보여줬다'하면서 이야깃거리를 만들 수 있도록 하고 싶다. 팬들이 좋아하고 즐거워 할 만한 것을 최대한 보여주는 것이 팬들에게 받은 사랑에 대한 보답이고 환원이다"라고 말했다. 70대 노인의 음악이 젊은 세대에게 신선하게 다가온 이유다.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는 "조용필은 앨범 한 장 한 장에 예술성을 추구하고 변화를 도모한 실험주의자였다"며 "자신과 함께 해온 세대를 뛰어넘어 지금의 세대를 바라보는 음악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고 말했다. 끊임없이 배우고 넓히는 자세. 후배 뮤지션은 물론,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배울 점이다.

윤준호 텐아시아 기자 delo410@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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