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이선균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아내 전혜진 씨도 '킬링 로맨스'를 보고 난 뒤 즐거웠다고 했어요. 극 중에서 태권도 도복으로 갈아입고 크로마키(그래픽 합성을 위한 배경 스크린) 앞에서 촬영하는데 웃겼어요. 그런데 찍을 때 현타(현실 자각 타임, 헛된 망상에서 실제 상황을 깨닫게 되는 시간)가 오더라고요. 물론 짤(사진)로 화제가 되면 즐거울 것 같아요. 그만큼 조나단은 애착이 가는 캐릭터거든요. 마음껏 갖고 놀았으면 좋겠어요."

영화 '킬링 로맨스'(감독 이원석)를 통해 파격적인 변신에 나선 이선균의 말이다.

이선균은 최근 영화 '킹메이커', '기생충', '악질경찰', '드라마 '법쩐', 'Dr. 브레인', '나의 아저씨' 등 무겁고 진중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물론 이선균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캐릭터는 드라마 '파스타' 속 최현욱 셰프일 것이다.
이선균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이선균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꿀을 바른 듯한 목소리를 가진 이선균은 광기와 집착의 아이콘으로 변신했다. 이선균이 출연한 '킬링 로맨스'는 섬나라 재벌 조나단(이선균 역)과 운명적 사랑에 빠져 돌연 은퇴를 선언한 톱스타 여래(이하늬 역)가 팬클럽 3기 출신 사수생 범우(공명 역)를 만나 기상천외한 컴백 작전을 모의하게 되는 이야기다.

이선균은 "'킬링 로맨스' 시나리오를 재밌게 봤다. 시나리오를 읽고 이걸 어떻게 찍을지 궁금했다. 사실 이원석 감독님과 제작진을 만나기 전 부정적인 부분이 컸다. 제가 조나단 캐릭터를 하기보다 캐릭터를 가진 분이 한다면 더 반전일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이원석 감독님과 친하지 않기에 거절하더라도 저한테 이 시나리오를 왜 줬는지 궁금해서 미팅에 나갔다"라고 말했다.

이원석 감독은 이선균을 붙잡고 열심히 띄워줬다고. 이선균은 "한 시간 정도 미팅을 한 뒤 미국으로 갔다. 미국에서 하늬를 만났다. 하늬에게 '진짜 할 거냐?'라고 확인받았다. 우리나라 배우 중 모든 걸 다 던지는 걸로 한 획을 그은 거 같다. 하늬는 여배우 중 이렇게 무언가를 다 내놓고 하는 연기를 다양하게 한다. 그래서 현장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라며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사진=영화 '킬링 로맨스' 포스터
/사진=영화 '킬링 로맨스' 포스터
이선균이 연기한 조나단은 콸라섬에서 여래와의 운명적인 만남으로 사랑에 빠진다. 이선균은 자기애로 똘똘 뭉친 광기와 집착의 아이콘 조나단 나(JOHN NA)로 변신, 헤어스타일부터 가짜 콧수염, 화려한 패턴의 트레이닝복을 스타일을 선보인다. 그동안 이선균이 연기하고 보여줬던 이미지와는 완전 다르다. 이선균도 어색했고 고민이 많았던 캐릭터라고 털어놓았다.

"처음에 조나단 캐릭터에 대해 어색한 부분이 있었다. 고민도 했다. 가면 놀이 하듯이 과장된 캐릭터를 하니 연기하기 편하더라. 분명히 호불호가 있겠지만, 좋은 시퀀스가 나온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약간 당황스러운 캐릭터들과 신의 전개에 대해 영화 초반 15~20분 정도만 오픈 마인드로 보면 재밌게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영화는 개연성을 갖는 영화가 아니다."

'킬링 로맨스' 티저 포스터가 공개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 SNS 등에서 화제를 모았다. 이선균 지인들의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그는 "주변에서 이 포스터를 보고 영화에 대해 궁금하다고 하더라. 주변에 이원석 감독님의 색을 좋아하는 분이 많고, 독특한 걸 알아서 기대를 많이 한다고 했다"라며 "봉준호 감독님이 포스터를 캡처해서 연락을 주셨다. '이 조합 궁금하다'고 '극장에서 보겠다'고 말씀 해주셨다"라고 말했다.
이선균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이선균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조나단의 영문명은 'JOHN NA'다. 이선균은 "꼭 웃겨야 한다는 부담감보다는 영화 제목에 'JONH NA'가 들어가길 바랐다. 원래 영화 제목은 '죽여주는 로맨스'였다. 제목이 'JONH NA 죽여주는 로맨스'였으면 더 재밌지 않을까 싶었다"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또한 "머리를 붙이는 것도 오래 걸렸다. 뒷머리를 원해서 데이비드 보위 머리도 해봤다. 그런데 머리가 '존 윅'처럼 됐다. '존 윅'과 'JOHN NA'의 대결로 간다. 아이라인 역시 분장 실장님이 해주셨다. 수염도 붙이려고 했는데 만화 같은 캐릭터니까 아예 소품처럼 활용하자고 했다. 케이스에 수염을 넣어서 매번 다른 걸로 붙였다가 뗐다"라고 설명했다.

이선균의 파격적인 변신도 시선을 끌지만, 드라마 '파스타' 이후 13년 만에 재회한 이하늬와의 호흡도 돋보인다. 이선균은 "우리 팀에 텐션이 높은 사람들이 많다. '파스타' 당시에 힘들게 찍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도 (이하늬가) 잘하더라. 조금만 지나면 '큰 배우가 되겠는데?'라고 생각했다. 내 예상보다 더 큰 배우가 됐더라. 하늬는 좋은 에너지로 현장 분위기를 잘 잡아줬다"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이선균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이선균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이하늬와 더불어 호흡을 맞춘 공명은 현재 군 복무 중이다. 공명은 '킬링 로맨스' 시사회에 맞춰 휴가를 나와 영화를 관람했다. 이선균은 "바람이 있다면 우리 영화가 사랑받아서 명이 제대할 때까지 상영했으면 좋겠다. 관이 내려간다고 해도 명이 나오면 상영관을 하나 대관해서 무대 인사를 하면 좋겠다고 이야기 중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 영화계는 침체기다. 이선균도 알고 있었다. 현재 박스오피스는 일본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이 35일 연속 1위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 극장가를 찾는 관람객의 수도 줄었다. 이선균은 한국 영화 및 극장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길 바라고 있었다.

"관객이 지금까지 한국 영화에 대해 너무나 큰 사랑을 주셨다. 한국 영화가 쾌거를 이룬 것도 관객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많은 게 바뀌었다. 재밌는 콘텐츠가 많아지면서 소비하는 관객에게는 어쩌면 더 좋은 환경이 된 것 같다. 저는 한국 영화뿐만 아니라 극장이 주는 느낌이 잊혀 간다는 게 아쉽다. 극장에서 느끼는 다른 차원의 안락함 등에 대해 재미를 가졌으면 좋겠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코로나19 여파로 개봉 시기를 놓친 좋은 영화가 많은 걸로 알고 있다. 하나씩 개봉하게 되면 지금보다 더 좋아지지 않을까 싶다."

강민경 텐아시아 기자 kkk39@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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