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유나의 오예≫
오늘, 주목할 만한 예능
'걸환장' 피로감 가득한 '욕받이 콘셉트'
김승현 가족, 소율·문희준 /사진=텐아시아DB
김승현 가족, 소율·문희준 /사진=텐아시아DB
≪태유나의 오예≫
'콘텐츠 범람의 시대'. 어떤 걸 볼지 고민인 독자들에게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가 '예능 가이드'가 돼 드립니다. 예능계 핫이슈는 물론, 관전 포인트, 주요 인물,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낱낱히 파헤쳐 프로그램 시청에 재미를 더합니다.


KBS2 예능 '걸어서 환장 속으로'(이하 '걸환장')가 제목을 따라가고 있다. '환장'이라는 단어에만 꽂혀 '가족 여행'의 의미를 망각하고 있다. 자극적인 매운맛을 위해 연출이 들어가고 콘셉트가 생겨나니 굳이 먹지 않아도 될 욕까지 먹고 있다. 출연진을 욕받이를 만드는 제작진도, 그것을 자처하는 출연진도 득이 될 게 없는 '공멸 관계'라는걸 모르는 걸까. 걸환장이 좋은 예능이라 평가받을 수 없는 이유다.

지난 1월부터 방송 중인 '걸환장'은 여러 사연을 지닌 스타 가족들의 드라마틱한 여행 버라이어티를 담은 프로그램. 짐을 싸는 순간부터 집으로 귀환할 때까지의 예측 불허의 가족 여행기를 담는다.

'걸환장'의 연출을 맡은 김성민 PD는 제작발표회 당시 프로그램을 '일상', '환상', '환장' 세 단어로 정의했다. "여행 프로그램이기도 하지만, 가족 관찰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가족간의 불협화음을 재밌게 버무린 프로그램"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사진=KBS '걸어서 환장 속으로' 방송 화면.
사진=KBS '걸어서 환장 속으로' 방송 화면.
'걸환장'은 방송 초반부터 여행보다 가족 간의 불화에 초점이 맞춰진 모습을 보였다. 그것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던 게 바로 '광산김씨 패밀리'라 불리는 배우 김승현네 가족이었다.

김승현네 가족은 등장부터 눈치 없는 남편과 시부모님의 무례한 시집살이는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김승현, 장정윤 부부의 집에 김승현의 부모님부터 시삼촌, 시고모까지 들이닥쳤다. 시어머니는 오자마자 냉장고 검사를 하고, 다른 가족들은 침실에 막무가내로 들어가 침구를 만졌다. 드레스룸의 옷들까지 뒤지며 선을 넘었다.

며느리에게 모든 것을 맡긴 채 여행을 떠났지만 접입가경이다. 시아버지는 프랑스 파리에서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는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시어머니는 경량 패딩을 사달라며 아들 김승현에게 단식을 선언해버렸다. 시삼촌은 장시간 이동에 투덜거렸고, 시어머니도 이에 질세라 언성을 높였다. 보는 이들 마저 피곤하게 만드는 장면의 연속이었다.

무엇보다 김승현 가족은 이미 '살림하는 남자들2',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등 예능을 통해 욕설부터 폭력, 이혼 위기까지 자극적인 갈등을 많이 보여줬다. 떄문에 이번 역시 연출된 상황이 아니냐는 반응이 쏟아졌다. 차라리 설정이길 바라는 의견까지 있을 정도다. 화제성 측면에서 보자면 제작진의 성공이다.
사진=KBS '걸어서 환장 속으로' 방송 화면.
사진=KBS '걸어서 환장 속으로' 방송 화면.
이번엔 가수 문희준이 먹잇감이 된 듯 하다. 문희준은 '걸환장'에서 철부지 남편의 모습으로 그려졌다. 문희준의 아내 소율과 여동생 문혜리의 육아 해방 여행으로 떠난 괌이지만, 홀로 즐기는 해방 여행으로 빈축을 샀다.

지난 2일 방송에서는 아내 소율이 산후우울증을 고백하는데도 "아 그러세요. 그렇군요"라고 남의 일처럼 덤덤하게 말하는 모습으로 분노를 자아냈다. 지독하게도 '철부지 남편' 콘셉트에 몰입하는 모습이다.

욕 먹고 시청률이라도 잘 나오면 다행이다. 정작 2%대 시청률로 보는 이도, 만드는 이도 지치고 있다. 출연자의 이미지는 안 좋아지고, 제작진은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데 잡음만 많은 예능이 된 '걸환장'. 이런 상황 속 '걸환장'은 김승현의 남동생 여자친구까지 합세해 재출연한다고 알렸다. 김승현 가족이 나왔던 회차가 최고 시청률 6%를 안겼던 만큼 또다시 '환장'스러운 불협화음을 보여줄 것이 불 보듯 뻔한 그림. 피로함은 또다시 시청자들의 몫이 됐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