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예의 시네마톡≫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가 영화 이야기를 전합니다. 현장 속 생생한 취재를 통해 영화의 면면을 분석하고, 날카로운 시각이 담긴 글을 재미있게 씁니다.
배우에게 있어 최고의 미덕은 도전이 아닐까 싶다. 모름지기 배우란 수만가지 캐릭터의 삶에 녹아드는 것이기에 매번 비스무리한 얼굴을 들이미는 배우는 흥미롭지 않다. '어디서 본 것 같은데'란 생각이 들고 기시감이 느껴지는 배우에 쉽게 매력을 잃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런 의미에서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감독 변성현)의 싱글맘 킬러 길복순 역에 도전한 배우 전도연의 행보는 높이 살만 하다. 연기에 있어 나이가 중요하겠냐만은 나이 오십이 넘어 그 동안 해보지 않았던 액션 도전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것이다. 게다가 100% 성공률을 자랑하는 업계 최고 킬러라는 캐릭터 설정은 액션의 주요도가 얼마나 막중한지는 글자 그 자체가 그대로 머금고 있지 않은가. 전도연이 지천명의 나이에 도전에 나선 작품 '길복순'이 지난 31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 안방에 공개됐다. 킬러의 세계를 배우에 치환시킨 독특한 설정부터 스타일리시한 연출까지 기대 이상의 작품이었다. 다만, '길복순'의 최대 관전 포인트였던 액션신만으로 전도연의 연기를 따지자면 다소 아쉽다.
"내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무슨 일이 있어도 해 낸다"는 각오로 액션에 임했다는 전도연이지만, 영화의 포문을 여는 3만원짜리 도끼신 속 전도연의 움직임은 둔탁했고 나아가 버거워 보이기까지 했다. 해당 장면이 가장 먼저 찍은 액션신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영화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마수걸이 액션 치고는 아쉬움이 남았다. 촬영기법과 음향, 배경 음악 등은 눈과 귀가 현혹될 만큼 강렬하고 화려했지만 정작 액션 연기의 알맹이는 부족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리모콘 플레이 버튼을 누르고 전도연표 액션이 어떨까 했던 시청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시작이었지 싶다. 그나마 후반부로 갈수록 전도연의 움직임이 가벼워지고 날렵해지는 느낌이지만, 여전히 호쾌한 액션이라기 보다는 합을 맞춘 안무를 보고 있다는 인상이 강했다.
전도연의 액션을 볼 수 있는 신은 크게 네 덩어리인데, MK엔터테인먼트 훈련생 영지 역의 이연과의 액션 합이 그 중 깔끔하게 볼 만 했다. 마지막 차민규 역의 설경구와 액션신은 영화 '킹스맨' 등을 연상시키며 세련된 연출이 눈길을 사로잡긴 하나, 제대로된 액션의 진수를 보기 어렵고 편집에 기댄 측면이 크다.
전도연의 엄마 연기는 나무랄데 없이 훌륭했다. 자신에게 벽을 치는 딸의 눈치를 보고, 예상도 못한 충격 고백에 눈 떨리는 전도연의 연기는 완벽한 엄마의 것이었다. 또, 딸의 비밀을 알게 되었을 때, 자신이 킬러라는 사실을 들켰을 때 등 깊은 감정신이 요구되는 신들을 단숨에 몰입하고 공감하게 만들었다. 이밖에 차민희 역의 이솜과 신경전을 벌일 때나 킬러의 시선에서 툭툭 뱉어내는 대사들은 그것이 설사 허무맹랑할지라도 전도연을 통해 그려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개연성이 완성되는 느낌이었다. 한편, 길복순 캐릭터는 전도연의 실제 모습과 상당 부분 맞닿아 있어 이를 발견하는 맛이 쏠쏠하다. 떡볶이를 좋아하는 것과 화초 키우는 취미, 중학생 딸이 있는 설정 등은 전도연이 실제 킬러가 아닐까 하는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한다.
영화 '밀양'으로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무대에서 인정받은 전도연이다. '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를 가져다 준 영광의 트로피였지만, 수상 후 오히려 시나리오가 들어오지 않아 전도연은 스스로를 달래며 견디는 시간을 겪어야 했다고 한다. 변성현 감독은 전도연의 갈증을 충분히 채워주며 '전도연 맞춤'의 작품을 헌정했다는 생각도 든다.
액션에서 아쉬운 지점이 있지만, 전도연이 아닌 '길복순'은 상상하기 어렵다. 전도연의 도전과 연기적 스펙트럼이 절묘하게 버무려져 길복순이 탄생했다. 배우로서 다채롭게 소비되고 싶다는 그의 바람처럼, 이제껏 본 적 없는 전도연의 새로운 얼굴을 만난 것만으로도 '길복순'의 가치는 충분하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가 영화 이야기를 전합니다. 현장 속 생생한 취재를 통해 영화의 면면을 분석하고, 날카로운 시각이 담긴 글을 재미있게 씁니다.
배우에게 있어 최고의 미덕은 도전이 아닐까 싶다. 모름지기 배우란 수만가지 캐릭터의 삶에 녹아드는 것이기에 매번 비스무리한 얼굴을 들이미는 배우는 흥미롭지 않다. '어디서 본 것 같은데'란 생각이 들고 기시감이 느껴지는 배우에 쉽게 매력을 잃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런 의미에서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감독 변성현)의 싱글맘 킬러 길복순 역에 도전한 배우 전도연의 행보는 높이 살만 하다. 연기에 있어 나이가 중요하겠냐만은 나이 오십이 넘어 그 동안 해보지 않았던 액션 도전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것이다. 게다가 100% 성공률을 자랑하는 업계 최고 킬러라는 캐릭터 설정은 액션의 주요도가 얼마나 막중한지는 글자 그 자체가 그대로 머금고 있지 않은가. 전도연이 지천명의 나이에 도전에 나선 작품 '길복순'이 지난 31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 안방에 공개됐다. 킬러의 세계를 배우에 치환시킨 독특한 설정부터 스타일리시한 연출까지 기대 이상의 작품이었다. 다만, '길복순'의 최대 관전 포인트였던 액션신만으로 전도연의 연기를 따지자면 다소 아쉽다.
"내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무슨 일이 있어도 해 낸다"는 각오로 액션에 임했다는 전도연이지만, 영화의 포문을 여는 3만원짜리 도끼신 속 전도연의 움직임은 둔탁했고 나아가 버거워 보이기까지 했다. 해당 장면이 가장 먼저 찍은 액션신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영화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마수걸이 액션 치고는 아쉬움이 남았다. 촬영기법과 음향, 배경 음악 등은 눈과 귀가 현혹될 만큼 강렬하고 화려했지만 정작 액션 연기의 알맹이는 부족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리모콘 플레이 버튼을 누르고 전도연표 액션이 어떨까 했던 시청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시작이었지 싶다. 그나마 후반부로 갈수록 전도연의 움직임이 가벼워지고 날렵해지는 느낌이지만, 여전히 호쾌한 액션이라기 보다는 합을 맞춘 안무를 보고 있다는 인상이 강했다.
전도연의 액션을 볼 수 있는 신은 크게 네 덩어리인데, MK엔터테인먼트 훈련생 영지 역의 이연과의 액션 합이 그 중 깔끔하게 볼 만 했다. 마지막 차민규 역의 설경구와 액션신은 영화 '킹스맨' 등을 연상시키며 세련된 연출이 눈길을 사로잡긴 하나, 제대로된 액션의 진수를 보기 어렵고 편집에 기댄 측면이 크다.
전도연의 엄마 연기는 나무랄데 없이 훌륭했다. 자신에게 벽을 치는 딸의 눈치를 보고, 예상도 못한 충격 고백에 눈 떨리는 전도연의 연기는 완벽한 엄마의 것이었다. 또, 딸의 비밀을 알게 되었을 때, 자신이 킬러라는 사실을 들켰을 때 등 깊은 감정신이 요구되는 신들을 단숨에 몰입하고 공감하게 만들었다. 이밖에 차민희 역의 이솜과 신경전을 벌일 때나 킬러의 시선에서 툭툭 뱉어내는 대사들은 그것이 설사 허무맹랑할지라도 전도연을 통해 그려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개연성이 완성되는 느낌이었다. 한편, 길복순 캐릭터는 전도연의 실제 모습과 상당 부분 맞닿아 있어 이를 발견하는 맛이 쏠쏠하다. 떡볶이를 좋아하는 것과 화초 키우는 취미, 중학생 딸이 있는 설정 등은 전도연이 실제 킬러가 아닐까 하는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한다.
영화 '밀양'으로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무대에서 인정받은 전도연이다. '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를 가져다 준 영광의 트로피였지만, 수상 후 오히려 시나리오가 들어오지 않아 전도연은 스스로를 달래며 견디는 시간을 겪어야 했다고 한다. 변성현 감독은 전도연의 갈증을 충분히 채워주며 '전도연 맞춤'의 작품을 헌정했다는 생각도 든다.
액션에서 아쉬운 지점이 있지만, 전도연이 아닌 '길복순'은 상상하기 어렵다. 전도연의 도전과 연기적 스펙트럼이 절묘하게 버무려져 길복순이 탄생했다. 배우로서 다채롭게 소비되고 싶다는 그의 바람처럼, 이제껏 본 적 없는 전도연의 새로운 얼굴을 만난 것만으로도 '길복순'의 가치는 충분하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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