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빈의 조짐≫

'민희진 걸그룹' 뉴진스, 선정성 논란
전원 미성년자 그룹, '성적 코드' 깔린 노래 불러

"전 세계의 슬랭은 모두가 알고 익혀야 하는 표준어 아냐"
"연령대 어린 팀에 발생한 노이즈 달갑지 않아"
성적 코드 깔린 뉴진스의 '쿠키', 어도어의 미숙한 대처 [TEN스타필드]
≪우빈의 조짐≫
우빈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에서 일어나거나 일어날 조짐이 보이는 이슈를 짚어드립니다. 객관적 정보를 바탕으로 기자의 시선을 더해 신선한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데뷔한 지 이제 막 한 달이 지난 걸그룹 뉴진스(NewJeans). 평균 연령 17.6세의 이 걸그룹이 K팝의 공식을 깨고 아이돌 판도를 바꿨다며 이들이 세운 기록의 자료가 쏟아진다.

다섯 쌍둥이처럼 똑닮은 사랑스럽고 청순한 멤버들과 트렌디하면서도 1990년년대부터 쭉 이어진 아이돌 세대를 아우르는 노래들이 국내외 K팝 팬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뉴진스가 신드롬이라는 평가는 부정할 수 없다. 음원, 음반 차트 성적과 유튜브 조회수 등 인기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지표가 이들을 증명하니까.

하지만 이 걸그룹에겐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데뷔 앨범의 세 번째 타이틀곡 '쿠키(Cookie)'의 선정성 논란. 그리고 논란을 해결하지 못한 소속사 어도어의 미숙한 대처다.
사진제공=어도어
사진제공=어도어
'쿠키'의 논란은 뉴진스의 해외 팬의 경악으로 시작해 동시통역사의 걱정어린 지적으로 이어졌다. 외국에서는 'Cookie'가 성기를 의미하는 은어로 쓰이기에 '미성년자'인 뉴진스가 이런 노래를 부르는 건 부적절하다는 것.

'Cookie'라는 단어 하나에 꽂힌 지적이 아니었다. '내가 만든 쿠키 너무 부드러우니 자꾸만 떠오르니' '널 choco-chip으로 Sprinkle로 입맛 버리게 만들고 싶어 숨기고 있지만 널 더 보고 싶어' '내가 만든 쿠키 Come and take a lookie 우리 집에만 있지 놀러 와' 등 '쿠키' 가사의 전체적인 맥락을 봐도 성적 뉘앙스를 풍긴다는 주장이었다.

어도어는 약 30매 달하는 입장문을 냈다. 어도어는 어떤 의구심도 없었으며 가늠할 수 없는 전 세계의 슬랭(속어, 은어)은 모두가 알고 익혀야 하는 표준어가 아니라는 것.

구글에 'Cookie slang'를 검색하면 1970년대부터 쓴 은어라고 나온다.
성적 코드 깔린 뉴진스의 '쿠키', 어도어의 미숙한 대처 [TEN스타필드]
어도어는 다수의 영문학 박사, 통/번역 전문가, 네이티브 스피커 및 일반 외국인들에게 확인했다고 밝혔다. 통상 쓰이는 개념은 아니며 받아들이는 사람의 인지 여부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은 있다는 답을 받았다고 전했다. 또 슬랭은 문화, 지역, 역사에 따라 각기 다른 양상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부적절함을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하다, 이런 관점에서는 어떤 노래 가사도 각종 시비로부터 자유롭기 어렵다고도 했다.

어도어는 "억지 주장을 하는 이들의 대부분이 공교롭게도 미성년자에 대한 보호를 방패로 자신들의 목적을 포장하고 있다"면서 "팀에 발생한 노이즈는 어떤 면에서도 달갑지 않은데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는 태도를 견지한 사람들에게는 긴 설명도 무색하다"고 밝혔다.

쓸데없이 장황한 글엔 어폐가 있기 마련이다. 사실은 간단명료하지만, 변명이 필요하면 말이 길어지고 감정적인 글로 변한다. 어도어는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쿠키'의 논란이 뉴진스를 억지로 까기 위한 노이즈로 판단했다. 정당한 비판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억까(억지로 까다)로 몰아가는 입장문은 실망의 정점을 찍었다.
사진제공=어도어
사진제공=어도어
일부 유튜버들은 자극적인 콘텐츠로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뉴진스를 이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쿠키' 논란의 시작은 뉴진스에 대한 애정이었다. 은어에 대한 해외 팬의 걱정이었고, 미성년자 성적 대상화 문제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대중의 방어였다. 어도어의 입장처럼 '쿠키'에 아무런 의도가 없었다 해도 결과물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그 가사는 잘못 쓰인 거다.

그랬기 때문에 어도어의 감정적 대처는 더 실망스럽게 다가온다. 가사엔 문제가 없고, 우리도 잘못한 건 없지만 해석이 잘못됐다는 입장이 매니지먼트가 보일 태도일까. 애초에 이런 논란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건 기획자가 할 변명은 아니다. 글에 검색만 해도 나오는 걸 리더가 몰랐을 리가. 존재할 수많은 리스크를 고려해 판단하는 게 리더의 역할이 아닌가.
사진제공=어도어
사진제공=어도어
특히 뉴진스는 민희진이 SM을 나와 자신의 레이블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귀하디 귀한 상품. 하나부터 열까지 손을 대지 않은 곳이 없을 텐데 '쿠키' 논란을 예상하지 못했다면 그에게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있겠느냔 말이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고 했다. 긴 입장문을 납득한 팬도 있고 여전히 이해할 순 없지만 애정으로 넘어가려는 팬도 있을 터다. 뉴진스는 더 높이 오를 걸그룹이다. 국내외에서 주목하고 있는 팀인만큼 어도어가 책임감을 갖고 다양한 의견에 귀 기울이며 조심하길 바란다.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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