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상선언'을 연출한 한재림 감독 인터뷰
"영화적 상상이 현실에서도 일어나더라"
"송강호가 아니었으면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
"재난은 왔다가 가는 것, '빌런' 임시완은 재난의 상징"
"'비상선언', 재난 영화로 봐주시길"
"영화적 상상이 현실에서도 일어나더라"
"송강호가 아니었으면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
"재난은 왔다가 가는 것, '빌런' 임시완은 재난의 상징"
"'비상선언', 재난 영화로 봐주시길"
"원하지 않은 길을 가는 게 인생이지만 조금 억울했죠. 예지하려고 했던 건 아니고 법이라는 것이 절대적으로 보여지지만 사실 그걸 다루는 건 사람이고, 사람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은 게 '더 킹'이었어요. 그게 예언처럼 보이는 게 싫어서 장르 영화를 하면 '이런 일이 안 일어나겠지'라고 우스갯소리를 했어요. '비상선언' 역시 새로움을 주고 싶은데 현실에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일 것 같고, 의도한 게 아니라서 억울한 부분이 있어요. 다음에 작품을 하게 되면 있을 수 없는 일을 하고 싶어요. 하하."
'비상선언' 개봉과 관련해 연출을 맡은 한재림 감독의 말이다. '비상선언'은 팬데믹 시대인 지금과 닮은 점이 많다. 하지만 한재림 감독은 의도한 게 아니라 억울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한재림 감독은 모두가 잘 알고 있고 궁금해하는 관상을 소재로 한 영화 '관상'으로 913만 관객, 권력 이면의 민낯을 그린 '더 킹'으로 531만 관객을 모았다. 그는 5년 만에 '비상선언'으로 컴백했다. '비상선언'은 사상 초유의 항공 테러로 무조건적 착륙을 선포한 비행기와 재난에 맞서는 사람들의 이야기. 지난해 제74회 칸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받은 작품.
'비상선언'은 약 10여 년 전부터 영화화를 꿈꿨을 만큼 한재림 감독의 오랜 구상이 담긴 프로젝트. 그는 '비상선언'을 기획하고 제안받았을 때는 무려 10년 전이었다고. 시나리오를 쓰고 캐스팅을 시작할 때는 재난이 오지 않았던 시기였다고 했다.
한재림 감독은 "시나리오 초고를 쓴 지 10년이 더 된 것 같다. '우아한 세계' 전이었다.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항공기 테러 사건이었다.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 밑에서는 바이러스를 해결하는 노력을 그린 과정이 담겼다. 각색 과정은 큰 틀에서는 비슷하다. 그 당시에 하지 못했던 이유는 '뒷부분에서 해결해야 할지', '내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 털어놨다. 이어 "설정은 재밌었다. 그동안 시간이 지나면서 전 세계, 한국의 재난을 보면서 '내가 이 작품을 한다면 관객한테 어떤 것을 줘야 할지'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러면 내가 하는 의미가 있겠다 싶어서 하게 됐다. 영화에 많은 의미들을 담았다"고 덧붙였다.
한재림 감독은 "영화적 상상이지 않나. 영화적 상상에서 이렇게 우리가 전염도 시키고, 전염되지 말아야지 하는 그런 심정들과 비슷한 사건들이 현실에서 일어나더라. 그 현실을 눈으로 목도했을 때 '영화적 상상이 어떻게 현실이 되지?'라는 기가 막힌 감정도 들었다.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며 "공감했던 건 그리려고 했던 것처럼 '그래도 우리는 재난을 이겨내고 있고, 성실하게 의미 있게 잘 이겨내고 있구나'와 같이 상상한 것처럼 이루어지고 있어 안도하기도 했다"고 했다.
'비상선언'에는 유독 인연이 깊은 조합이 많다. 송강호와 이병헌의 네 번째 호흡, 송강호와 전도연, 송강호와 임시완의 재회. 여기에 한재림 감독은 송강호와 '우아한 세계', '관상'에 이어 세 번째로 만났다. 한재림 감독은 "'비상선언' 시나리오를 써보자고 했을 때 든 생각은 '(송)강호 선배가 안 하면 하지 말아야지'였다. 지상에서의 인호 역할이 저한테는 단순 역할이지만 단순하게 표현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많은 레이어와 어려운 연기라고 생각했다"며 "평범한 사람이 많은 사람한테 호소력이 있느냐. 리얼 타임은 더 짧지 않나. 하루의 일을 어떻게 표현하고자 했다. 어떤 모습으로 땅에 붙어 있느냐에 따라 전체적인 이야기의 균형이 잡힌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한 한재림 감독은 "그래서 강호 선배가 아니면 이 영화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강호 선배와 세 번째 작업이라 이번에도 익숙했다. 그래서 더 의지도 됐다. 편하게 이야기도 했다. 늘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지만, 현장에서 저한테는 선배이자 어른이다. 우리가 심적으로 기댈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큰 작품에 여러 배우들이 나오는 데 있어서 많이 의지한 배우"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비상선언'이 개봉하자 '빌런'으로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임시완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한재림 감독은 "'미생'이라는 드라마를 굉장히 재밌게 봤다. 한동안 빠져서 봤는데 그때 장그래라는 배역을 보고 '되게 올바르고 착한 사람이 있구나'라는 생각했었다. 사이코패스, 범죄자지만 아무렇지 않아 보이고 착해 보이는 사람이 하면 어떨까 싶어서 임시완을 떠올렸다"고 설명했다. 한재림 감독은 "이 작품에서는 재난을 이겨낸다기보다 재난이 왔다 가는 거였다. 그게 임시완이다. 임시완이 재난의 상징이다. 그 재난은 여느 자연재해와 똑같이 아무 이유 없이 오고 지나가는 것"이라며 "삶이 무엇인지, 남겨진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 것인지 것에 대해 집중하긴 했다"고 했다.
"'비상선언'은 재난 영화"라고 강조한 한재림 감독. 그는 "이 영화는 재난 영화다. 다르다고 이해하기는 하지만 '비상선언'을 재난 영화 범주 안에서 봐주셨으면 한다"고 바랐다. 그뿐만 아니라 "시나리오를 쓰면서 코로나 시국이 올 줄 몰랐던 것처럼 저희는 시의적으로 비슷한 갈등을 담고 있다. 이게 관객들에게 어떻게 그려질지, 보일지 잘 모르겠다. 관객들을 굉장히 예측하기 어렵다. 우리는 항상 관객과 다가서고자 하지만 관객의 마음을 얻기는 어렵다. 예측이 어렵다. 그래서 많이 떨리고 설렌다. 의도를 즐겁게 받아들여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한재림 감독은 "원하지 않은 길을 가는 게 인생이지만 조금 억울했다. 예지하려고 했던 건 아니고 법이라는 것이 절대적으로 보여지지만 사실 그걸 다루는 건 사람이고, 사람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은 게 '더 킹'이었다"며 "그게 예언처럼 보이는 게 싫어서 장르 영화를 하면 '이런 일이 안 일어나겠지'라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비상선언' 역시 새로움을 주고 싶은데 현실에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일 것 같고, 의도한 게 아니라서 억울한 부분이 있다. 다음에 작품을 하게 되면 있을 수 없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강민경 텐아시아 기자 kkk39@tenasia.co.kr
'비상선언' 개봉과 관련해 연출을 맡은 한재림 감독의 말이다. '비상선언'은 팬데믹 시대인 지금과 닮은 점이 많다. 하지만 한재림 감독은 의도한 게 아니라 억울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한재림 감독은 모두가 잘 알고 있고 궁금해하는 관상을 소재로 한 영화 '관상'으로 913만 관객, 권력 이면의 민낯을 그린 '더 킹'으로 531만 관객을 모았다. 그는 5년 만에 '비상선언'으로 컴백했다. '비상선언'은 사상 초유의 항공 테러로 무조건적 착륙을 선포한 비행기와 재난에 맞서는 사람들의 이야기. 지난해 제74회 칸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받은 작품.
'비상선언'은 약 10여 년 전부터 영화화를 꿈꿨을 만큼 한재림 감독의 오랜 구상이 담긴 프로젝트. 그는 '비상선언'을 기획하고 제안받았을 때는 무려 10년 전이었다고. 시나리오를 쓰고 캐스팅을 시작할 때는 재난이 오지 않았던 시기였다고 했다.
한재림 감독은 "시나리오 초고를 쓴 지 10년이 더 된 것 같다. '우아한 세계' 전이었다.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항공기 테러 사건이었다.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 밑에서는 바이러스를 해결하는 노력을 그린 과정이 담겼다. 각색 과정은 큰 틀에서는 비슷하다. 그 당시에 하지 못했던 이유는 '뒷부분에서 해결해야 할지', '내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 털어놨다. 이어 "설정은 재밌었다. 그동안 시간이 지나면서 전 세계, 한국의 재난을 보면서 '내가 이 작품을 한다면 관객한테 어떤 것을 줘야 할지'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러면 내가 하는 의미가 있겠다 싶어서 하게 됐다. 영화에 많은 의미들을 담았다"고 덧붙였다.
한재림 감독은 "영화적 상상이지 않나. 영화적 상상에서 이렇게 우리가 전염도 시키고, 전염되지 말아야지 하는 그런 심정들과 비슷한 사건들이 현실에서 일어나더라. 그 현실을 눈으로 목도했을 때 '영화적 상상이 어떻게 현실이 되지?'라는 기가 막힌 감정도 들었다.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며 "공감했던 건 그리려고 했던 것처럼 '그래도 우리는 재난을 이겨내고 있고, 성실하게 의미 있게 잘 이겨내고 있구나'와 같이 상상한 것처럼 이루어지고 있어 안도하기도 했다"고 했다.
'비상선언'에는 유독 인연이 깊은 조합이 많다. 송강호와 이병헌의 네 번째 호흡, 송강호와 전도연, 송강호와 임시완의 재회. 여기에 한재림 감독은 송강호와 '우아한 세계', '관상'에 이어 세 번째로 만났다. 한재림 감독은 "'비상선언' 시나리오를 써보자고 했을 때 든 생각은 '(송)강호 선배가 안 하면 하지 말아야지'였다. 지상에서의 인호 역할이 저한테는 단순 역할이지만 단순하게 표현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많은 레이어와 어려운 연기라고 생각했다"며 "평범한 사람이 많은 사람한테 호소력이 있느냐. 리얼 타임은 더 짧지 않나. 하루의 일을 어떻게 표현하고자 했다. 어떤 모습으로 땅에 붙어 있느냐에 따라 전체적인 이야기의 균형이 잡힌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한 한재림 감독은 "그래서 강호 선배가 아니면 이 영화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강호 선배와 세 번째 작업이라 이번에도 익숙했다. 그래서 더 의지도 됐다. 편하게 이야기도 했다. 늘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지만, 현장에서 저한테는 선배이자 어른이다. 우리가 심적으로 기댈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큰 작품에 여러 배우들이 나오는 데 있어서 많이 의지한 배우"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비상선언'이 개봉하자 '빌런'으로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임시완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한재림 감독은 "'미생'이라는 드라마를 굉장히 재밌게 봤다. 한동안 빠져서 봤는데 그때 장그래라는 배역을 보고 '되게 올바르고 착한 사람이 있구나'라는 생각했었다. 사이코패스, 범죄자지만 아무렇지 않아 보이고 착해 보이는 사람이 하면 어떨까 싶어서 임시완을 떠올렸다"고 설명했다. 한재림 감독은 "이 작품에서는 재난을 이겨낸다기보다 재난이 왔다 가는 거였다. 그게 임시완이다. 임시완이 재난의 상징이다. 그 재난은 여느 자연재해와 똑같이 아무 이유 없이 오고 지나가는 것"이라며 "삶이 무엇인지, 남겨진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 것인지 것에 대해 집중하긴 했다"고 했다.
"'비상선언'은 재난 영화"라고 강조한 한재림 감독. 그는 "이 영화는 재난 영화다. 다르다고 이해하기는 하지만 '비상선언'을 재난 영화 범주 안에서 봐주셨으면 한다"고 바랐다. 그뿐만 아니라 "시나리오를 쓰면서 코로나 시국이 올 줄 몰랐던 것처럼 저희는 시의적으로 비슷한 갈등을 담고 있다. 이게 관객들에게 어떻게 그려질지, 보일지 잘 모르겠다. 관객들을 굉장히 예측하기 어렵다. 우리는 항상 관객과 다가서고자 하지만 관객의 마음을 얻기는 어렵다. 예측이 어렵다. 그래서 많이 떨리고 설렌다. 의도를 즐겁게 받아들여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한재림 감독은 "원하지 않은 길을 가는 게 인생이지만 조금 억울했다. 예지하려고 했던 건 아니고 법이라는 것이 절대적으로 보여지지만 사실 그걸 다루는 건 사람이고, 사람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은 게 '더 킹'이었다"며 "그게 예언처럼 보이는 게 싫어서 장르 영화를 하면 '이런 일이 안 일어나겠지'라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비상선언' 역시 새로움을 주고 싶은데 현실에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일 것 같고, 의도한 게 아니라서 억울한 부분이 있다. 다음에 작품을 하게 되면 있을 수 없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강민경 텐아시아 기자 kkk39@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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