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 격동의 한국 근현대사 속 이민자 가족 4대의 이야기
윤여정 "자이니치에 대해 새롭게 알게 돼…가슴 아팠다"
"아카데미 수상, 나이 들어 받아서 다행"
진하 "나와 내 가족 이야기 할 기회 빨리 찾아와"
"윤여정과 연기, 영광"
윤여정 "자이니치에 대해 새롭게 알게 돼…가슴 아팠다"
"아카데미 수상, 나이 들어 받아서 다행"
진하 "나와 내 가족 이야기 할 기회 빨리 찾아와"
"윤여정과 연기, 영광"
1910년부터 1989년까지, 한국은 격동의 시기였다. 일제에 식민통치를 당했고, 1945년 해방 후 얼마되지 않아 남북이 갈라졌으며,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했다. 역사는 거대하게 흘러갔지만, 그 안에는 기록되지 않는 수많은 평범한 이들이 있었다. 독립과 통일, 이념의 대립과 갈등보다 당장의 먹고사는 문제가 먼저였다. 이 풍랑 속에 살아남는 법을 퍼득해야 했고, 소중한 가족을 지키기 위해 희생하고 헌신해야 했다. 이러한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 애플TV+ '파친코'다.
동명의 소설이 원작인 '파친코'는 선자라는 여성을 중심으로, 4대에 걸친 한국인 이민자 가족의 대서사시를 그린다. 18일 화상 인터뷰를 통해 '파친코'에 출연한 배우 윤여정과 진하를 만났다. 16살 소녀일 적 선자는 부산 노천시장에서 마주친 남자 한수에 매료되고, 그의 아이를 갖게 된다. 나중에 한수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선자네가 운영하던 하숙집에 머물던 목사 백이삭의 도움으로 선자는 백이삭과 결혼하며 더 나은 삶을 꿈꾸며 일본으로 건너간다. 윤여정은 노년의 선자를 연기했고, 한국계 미국인 진하는 선자의 손자 솔로몬 역을 맡았다. 일본 내 한국인 이민 가정에서 태어나 유아기를 일본에서 보낸 솔로몬은 차별을 피해 청소년기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다.
"내가 예전에 미국 남부의 어느 조그만 동네에 살았어요. 내가 그렇게 사교적인 사람도 아니고 직장도 안 다니고 영어도 잘 못하니까 미국 친구들이 절 많이 도와줬거든요. 그래서 그때 나는 인종차별주의를 못 느꼈어요. 그런데 우리 아들, 그리고 진하 배우 세대가 많이 느끼는 것 같았어요. 나는 얘들이 '국제 고아' 같다고 생각해요. 한국에도, 미국에도 속하지 못한다는 느낌이요. '미나리' 할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나는 아이작(감독)을 도와줘야겠다는 마음으로 했어요. 다 내 아들 같아서요. 이 작품이 '인터내셔널 프로젝트'라서 참여한다? 그런 마음은 없어요."(윤여정)
"의미 있었고 개인적으로도 좋은 경험이었어요. 제가 아시아계 미국인으로 살아가며 (캐릭터와) 연결되는 부분이 많았어요. 돌아가신 할머니가 일제강점기 때 태어나셨어요. 아버지는 일본어를 공부해서 유창하게 하고 가족들 중에 일본어를 잘하는 가족들도 많아요. 일부는 강제적으로 일본어를 해야 하는 상황을 겪기도 했죠. 그렇기 때문에 이런 역사를 미국 TV쇼에서 보여줄 수 있다는 게 특별하고 영광스러워요. 언젠가 저와 제 가족 이야기를 연기해보고 싶다 생각했는데 이렇게 빨리 기회가 올지 몰랐어요."(진하) 약 80년의 한국 근현대사를 다루는 대서사시인 '파친코'. 역사적 사실을 올바르게 다루는 것과 함께 격동의 역사 속 서민들의 희망과 절망, 기쁨과 고단함 등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데 신경 썼다.
"저는 자이니치(재일조선인)라는 단어에 부정적 뉘앙스가 있는 줄 알았어요. 우리가 독립하자마자 6·25 전쟁이 나면서 정부가 한국에 있는 국민들을 먼저 구제하려다보니 해외동포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는 상황이 일어난 거죠. 그렇게 자이니치는 한국에서도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어딘가에 동떨어지게 된 겁니다. 극 중 제 아들인 모자수를 연기한 배우가 자이니치에요. 자이니치에는 재일동포지만 한국인으로 산다는 뜻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자이니치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자부심을 느낀다고 하더라고요. 이번에 배우고 작품을 찍으면서 가슴 아팠어요."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어요. 전 자이니치도 아니고 일본어도 못하지만 솔로몬에 많이 공감했어요. 미국에서 아시아계로 살아간다는 경험이 솔로몬을 더 쉽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죠. 연기는 공감하고 모든 것에 마음을 열어두고 인류애를 깊이 생각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진하) 윤여정은 지난해 '미나리'로 한국 배우 처음으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윤여정은 특유의 재치 있고 솔직한 수상 소감으로 전 세계인들을 웃게 했다. 윤여정은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에 노크했고, 우여곡절 끝에 '미나리'가 아카데미에 올라갔다. (내가 수상한 건) 그냥 운이었다. 정말 운이었다"고 겸손했다. 이에 진하는 "받으실 만한 상을 받은 거라고 생각한다"며 존경심을 드러냈다.
"아카데미 수상 후에도 달라진 건 하나도 없어요. 똑같은 친구와 놀고 똑같은 집에 살아요. 하하. 하나 감사한 건 내가 나이 들어서 상을 받았다는 겁니다. 나도 나이 드는 게 싫은 사람인데 내 나이를 감사해보긴 처음이에요. 내가 30~40대 때 받았다면 기분이 둥둥 떴을 거예요. 상을 받는 건 기쁘지만 상이 나를 변화시키진 않아요. 저는 저로 살다 죽을 겁니다. 하하."(윤여정) 진하는 윤여정과 함께 호흡을 맞춘 것이 "영광스럽다"고 했다. 그는 첫 촬영이었던 기차역신을 회상하며 "윤여정 선생님과 같이 얘기하고 연기한다니, 이게 이뤄지는구나, 꿈 같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내가 뭘하고 있는 거지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연기에 들어가서는 내가 스타와 일한다는 흥분감보다는 작품에서 그려내야 하는 관계에 집중했다"며 프로페셔널한 면모를 보였다. 그러면서 "솔직히 말하면 YJ 선생님 너무 웃긴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이에 윤여정은 "나는 촬영할 땐 진지하지만 다른 때도 그 장면에 대해서 얘기하고 토론하는 건 힘들다. 그냥 웃고 싶고 릴렉스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배우들은 쉬는 시간에도 감독과 토론하고 그러는데 나는 연기는 토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연기론을 쓰든지 그래야 된다. 나는 그런 건 싫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날 좋아하고, 또 그래서 날 싫어한다. 그게 세상 사는 거 아니겠나"라며 톡톡 쏘는 입담으로 웃음을 안겼다.
윤여정과 진하는 경계와 편견 없이 대서사시에 담긴 '우리 이야기'를 봐달라고 부탁했다.
"장대한 이야기를 한 가족을 쫓아가며 하는 겁니다. 각색을 했으니 원작 소설과는 또 달라요. 저는 보고 만족했어요. 봉준호 감독의 말마따나 1인치 장벽을 넘으면 많은 얘길 나눌 수 있지 않겠어요? 우리가 더 많은 얘길 나눌 수 있으면 좋겠어요."(윤여정)
"우리에 대한 이야기, 우리를 위한 이야기를 계속해 나가는 기회가 있길 바랍니다."(진하)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동명의 소설이 원작인 '파친코'는 선자라는 여성을 중심으로, 4대에 걸친 한국인 이민자 가족의 대서사시를 그린다. 18일 화상 인터뷰를 통해 '파친코'에 출연한 배우 윤여정과 진하를 만났다. 16살 소녀일 적 선자는 부산 노천시장에서 마주친 남자 한수에 매료되고, 그의 아이를 갖게 된다. 나중에 한수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선자네가 운영하던 하숙집에 머물던 목사 백이삭의 도움으로 선자는 백이삭과 결혼하며 더 나은 삶을 꿈꾸며 일본으로 건너간다. 윤여정은 노년의 선자를 연기했고, 한국계 미국인 진하는 선자의 손자 솔로몬 역을 맡았다. 일본 내 한국인 이민 가정에서 태어나 유아기를 일본에서 보낸 솔로몬은 차별을 피해 청소년기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다.
"내가 예전에 미국 남부의 어느 조그만 동네에 살았어요. 내가 그렇게 사교적인 사람도 아니고 직장도 안 다니고 영어도 잘 못하니까 미국 친구들이 절 많이 도와줬거든요. 그래서 그때 나는 인종차별주의를 못 느꼈어요. 그런데 우리 아들, 그리고 진하 배우 세대가 많이 느끼는 것 같았어요. 나는 얘들이 '국제 고아' 같다고 생각해요. 한국에도, 미국에도 속하지 못한다는 느낌이요. '미나리' 할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나는 아이작(감독)을 도와줘야겠다는 마음으로 했어요. 다 내 아들 같아서요. 이 작품이 '인터내셔널 프로젝트'라서 참여한다? 그런 마음은 없어요."(윤여정)
"의미 있었고 개인적으로도 좋은 경험이었어요. 제가 아시아계 미국인으로 살아가며 (캐릭터와) 연결되는 부분이 많았어요. 돌아가신 할머니가 일제강점기 때 태어나셨어요. 아버지는 일본어를 공부해서 유창하게 하고 가족들 중에 일본어를 잘하는 가족들도 많아요. 일부는 강제적으로 일본어를 해야 하는 상황을 겪기도 했죠. 그렇기 때문에 이런 역사를 미국 TV쇼에서 보여줄 수 있다는 게 특별하고 영광스러워요. 언젠가 저와 제 가족 이야기를 연기해보고 싶다 생각했는데 이렇게 빨리 기회가 올지 몰랐어요."(진하) 약 80년의 한국 근현대사를 다루는 대서사시인 '파친코'. 역사적 사실을 올바르게 다루는 것과 함께 격동의 역사 속 서민들의 희망과 절망, 기쁨과 고단함 등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데 신경 썼다.
"저는 자이니치(재일조선인)라는 단어에 부정적 뉘앙스가 있는 줄 알았어요. 우리가 독립하자마자 6·25 전쟁이 나면서 정부가 한국에 있는 국민들을 먼저 구제하려다보니 해외동포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는 상황이 일어난 거죠. 그렇게 자이니치는 한국에서도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어딘가에 동떨어지게 된 겁니다. 극 중 제 아들인 모자수를 연기한 배우가 자이니치에요. 자이니치에는 재일동포지만 한국인으로 산다는 뜻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자이니치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자부심을 느낀다고 하더라고요. 이번에 배우고 작품을 찍으면서 가슴 아팠어요."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어요. 전 자이니치도 아니고 일본어도 못하지만 솔로몬에 많이 공감했어요. 미국에서 아시아계로 살아간다는 경험이 솔로몬을 더 쉽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죠. 연기는 공감하고 모든 것에 마음을 열어두고 인류애를 깊이 생각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진하) 윤여정은 지난해 '미나리'로 한국 배우 처음으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윤여정은 특유의 재치 있고 솔직한 수상 소감으로 전 세계인들을 웃게 했다. 윤여정은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에 노크했고, 우여곡절 끝에 '미나리'가 아카데미에 올라갔다. (내가 수상한 건) 그냥 운이었다. 정말 운이었다"고 겸손했다. 이에 진하는 "받으실 만한 상을 받은 거라고 생각한다"며 존경심을 드러냈다.
"아카데미 수상 후에도 달라진 건 하나도 없어요. 똑같은 친구와 놀고 똑같은 집에 살아요. 하하. 하나 감사한 건 내가 나이 들어서 상을 받았다는 겁니다. 나도 나이 드는 게 싫은 사람인데 내 나이를 감사해보긴 처음이에요. 내가 30~40대 때 받았다면 기분이 둥둥 떴을 거예요. 상을 받는 건 기쁘지만 상이 나를 변화시키진 않아요. 저는 저로 살다 죽을 겁니다. 하하."(윤여정) 진하는 윤여정과 함께 호흡을 맞춘 것이 "영광스럽다"고 했다. 그는 첫 촬영이었던 기차역신을 회상하며 "윤여정 선생님과 같이 얘기하고 연기한다니, 이게 이뤄지는구나, 꿈 같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내가 뭘하고 있는 거지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연기에 들어가서는 내가 스타와 일한다는 흥분감보다는 작품에서 그려내야 하는 관계에 집중했다"며 프로페셔널한 면모를 보였다. 그러면서 "솔직히 말하면 YJ 선생님 너무 웃긴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이에 윤여정은 "나는 촬영할 땐 진지하지만 다른 때도 그 장면에 대해서 얘기하고 토론하는 건 힘들다. 그냥 웃고 싶고 릴렉스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배우들은 쉬는 시간에도 감독과 토론하고 그러는데 나는 연기는 토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연기론을 쓰든지 그래야 된다. 나는 그런 건 싫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날 좋아하고, 또 그래서 날 싫어한다. 그게 세상 사는 거 아니겠나"라며 톡톡 쏘는 입담으로 웃음을 안겼다.
윤여정과 진하는 경계와 편견 없이 대서사시에 담긴 '우리 이야기'를 봐달라고 부탁했다.
"장대한 이야기를 한 가족을 쫓아가며 하는 겁니다. 각색을 했으니 원작 소설과는 또 달라요. 저는 보고 만족했어요. 봉준호 감독의 말마따나 1인치 장벽을 넘으면 많은 얘길 나눌 수 있지 않겠어요? 우리가 더 많은 얘길 나눌 수 있으면 좋겠어요."(윤여정)
"우리에 대한 이야기, 우리를 위한 이야기를 계속해 나가는 기회가 있길 바랍니다."(진하)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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