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허성태 인터뷰
"캐릭터 위해 벌크업, 최대 몸무게 92kg까지 나가"
"김주령과 베드신? 걱정 많았지만 잘 찍어"
"아내 반응? 오히려 귀찮아하더라"
배우 허성태./사진제공=한아름컴퍼니
배우 허성태./사진제공=한아름컴퍼니
"인생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일이죠. 앞으로 제 인생에 벌어질 수 없는 일인 것 같아 어리둥절합니다. 체질상 이런 걸 즐기지 못하는 성격이라 겁도 나요. 순간 지나가는 바람이라 생각하고 담담하게 받아들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6일 화상 인터뷰로 만난 배우 허성태가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의 전 세계적인 인기에 대한 소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오징어게임'은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여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극중 허성태는 기세등등한 조폭 덕수 역을 맡았다. 카지노에서 조직의 돈까지 모두 잃고 쫓기다 게임에 참여하게 되는 인물이다.

작품 속에서는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보여준 허성태. 그러나 인터뷰를 통해 만난 허성태는 '허블리' 그 자체였다. SNS 팔로워 급증에 대해서도 "주요 등장인물들 중 내가 제일 꼴찌"라며 유쾌하게 웃기도.

그는 "최근 유해진 선배님이 연락 와서 너무 축하한다고, 즐기라고, 그래도 된다고 하더라"며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를 보며 소소하게 즐기고 있다. 다른 언어로 소통하는 것도 신기하더라. 러시아 분들이 댓글을 달아줘서 감개무량하다"고 감사를 표했다.

허성태는 캐릭터를 위해 20kg 가까이 증량을 했다고 해 놀라움을 안겼다. 그는 "작년 초 코로나가 심해지면서 작품들이 연기돼 5개월 정도 쉬었다. 운동이나 하자는 생각으로 살을 73kg까지 뺐는데, '오징어게임' 측에서 연락이 왔다"며 "황동혁 감독님이 덕수는 덩치가 있어야 한다고, 마동석 배우까지는 아니지만 센 캐릭터인데 (현재 내 모습이) '어좁이'라고 놀리더라. 충격을 받고 한 달 반 만에 15~17kg 벌크업 했다"고 밝혔다.

"단기간에 몸집을 키운 건 처음이라 운동기구를 집에 사놓고 덩치를 불리는 데 집중했어요. 73kg에서 최대 92kg까지 증량했죠. 지금은 77~80kg를 왔다 갔다 하고 있습니다."
'오징어게임' 스틸컷./사진제공=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스틸컷./사진제공=넷플릭스
덕수 캐릭터를 연기하며 중점을 둔 부분을 묻자 허성태는 "감독님과 덕수 연기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내가 제일 잘하는 연기를 해달라고 하더라. 만약 '오징어게임'이 한국에서만 방영되는 콘텐츠였다면 어떻게 새로운 연기를 보여줄까 고민했겠지만, 글로벌적으로 공개되는 콘텐츠라 기존의 보여준 연기일지라도 내가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했고, 최대한 강하고 지저분한 연기를 주저하지 말고 하자 다짐했다"고 말했다.

이어 허성태는 "덕수는 최초 시나리오에는 없던 캐릭터였다"며 "감독님이 극의 긴장감을 살리기 위한 장치로 새로 만들었다고 했다. 문신과 헤어스타일은 분장팀과 제작진이 회의 끝에 정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징어게임' 대본을 받고 가장 매력을 느낀 부분은 무엇일까. 허성태는 "한국 고유의 전통놀이를 극의 장치로 썼다는 점이 특색있었다. 다소 잔인한 부분도 있지만, 삶이라는 게 경쟁의 연속이고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사는 거니까. 각각의 캐릭터가 가진 드라마들도 매력적이었고, 공감 가는 내용이라 매력적이었다. 해외에서 반응이 좋을거라 예상했다"고 밝혔다.

악역인 덕수의 매력은 무엇일까. 허성태는 "덕수는 강하지만 게임을 진행하면서 살짝살짝 보이는 지질함이 있다. 목숨이 위태로운 순간에 섰을 때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치졸함과 비열함, 소극적인 모습이 다 담겨있는 캐릭터라 애착이 갔다"고 말했다.

"달고나 게임을 하다 총소리에 깜짝 놀라거나, 생명에 위협이 왔을 때 비굴해지는 모습이 그의 지질함과 약함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이때는 나에게 있는 소심한 면을 가져와서 '나라면 어떻게 반응할까?' 상상하며 연기했죠."
배우 허성태./사진제공=한아름컴퍼니
배우 허성태./사진제공=한아름컴퍼니
'오징어게임' 등장인물 중 가장 닮았다고 생각하는 인물로 알리(아누팜 트리파티 분)를 꼽은 허성태. 그는 "알리의 서사가 제일 공감 갔다. 개개인으로 따지고 보면 결국 '오징어게임'은 가족으로 귀속되는 드라마다. 내가 알리었어도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클 것 같다. 부탁을 잘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도 닮았다"고 말했다.

허성태는 김주령 배우와의 수위 높은 베드신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이에 허성태는 "김주령 누나와는 어려운 장면들이 많았다. 몸도 많이 써야 했고, 부딪히는 것도 많고. 누나가 워낙 많이 안 드셔서 마르고 연약해서 내가 많이 챙기면서 찍었다. 베드신도 걱정을 많이 했는데 감독님하고 제작사 대표님하고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게 도와주셔서 잘 찍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구슬치기 게임을 촬영하면서는 촬영이 중단되기도 했다. 허성태는 "같이 구슬게임을 했던 곽자형 배우는 4년 전부터 친분이 있었다. 나보다 더 소심하고 여성적이라 이번에 드디어 말을 놓았다"며 "구슬치기에서 이겼을 때 '으아' 소리를 지르는 장면이 있다. 그때 몇 번 쓰러질 뻔 했다. 소리를 항문에서부터 끌어올려서 너무 어지럽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다른 배우들과의 케미에 대해서는 "누구 하나 모난 사람 없었다. 정호연은 워낙 붙임성이 좋아서 처음 봤는데 먼저 다가와 줬다. 박해수도 너무 유머러스해서 하루 종일 배꼽 잡고 웃은 적도 있다. 알리는 너무 착하다. 나는 그저 분위기를 따라가면 됐다. 항상 분장실이 시끄러웠다. 일상 이야기하기 바빠서"라며 웃었다.
사진=허성태 인스타그램
사진=허성태 인스타그램
허성태는 자신의 SNS에서 덕수와는 정반대되는 귀여운 모습들을 올리며 '허블리'라 불리기도. 그는 "해외 팬들이 '대디, 쏘 큐트'라고 많이 하더라. 왜 대디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허블리를 기대하고 올린 게 아니라 성향이 그렇다. 그냥 올린 건데 반응이 좋아서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이정재가 SNS를 개설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에 허성태는 "최근에 올린 정우성 선배님이 등장해서 딱지치기하자고 하는 영상을 찍을 때 옆에 앉아 있었다. 잠깐 출연할까 하다 참았는데 SNS에 올렸더라. SNS를 시작한 줄 몰랐다"고 밝혔다.

허성태는 '오징어게임'에 이어 영화 '헌트'까지 이정재 배우와 같이 호흡을 맞춘다. 특히 '헌트'는 이정재가 연출하는 작품인 만큼 '감독 이정재'에 대해 궁금증이 치솟는 상황. 허성태는 "리딩할 때부터 지금까지 배우를 너무 존중해주고 편하게 해준다. 디렉션에 있어서 디테일함이 연출만 했던 감독님보다 세밀하다. 본인이 연기하고 있기 때문에 배우의 습성과 마음을 잘 안다. 연기하기 편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만져준다. 나로서는 편하고 안정감 있게 연기하고 있다. (이정재는) 연출도 하고 연기도 해야 하니 정신없어한다"고 말했다.

'오징어게임' 속 인물들은 살아남아야 한다는 처절함 속에서 게임을 한다. 허성태는 35살 늦은 나이에 연기를 시작한 만큼, 배우로서 가진 처절함이나 강박관념은 없었을까.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데뷔를 하다 보니 그때부터 처절함이 있었죠. 늦은 나이에 시작한 것도 있고, 준비할 때 채찍을 가하는 스타일입니다. 완벽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불안해요. 주변에서 그만하라고 할 정도로 대사를 읊고 다니죠. 그런 모습들이 처절함과 강박관념으로 일맥상통하는 것 같습니다."
배우 허성태./사진제공=한아름컴퍼니
배우 허성태./사진제공=한아름컴퍼니
악역 역할을 많이 하는 것에 대해 아쉬움은 없을까. 허성태는 "1도 없다"며 "악역을 맡아 잘 못 해왔다면 독이 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그나마 60% 정도는 악역을 했을 때 좋아해 준 느낌이라 천만다행인 것 같다. 지금 준비하는 드라마, 영화들이 선한 캐릭터라 설레는 마음으로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와 처음으로 협업한 소감을 묻자 허성태는 "양질의 먹거리가 좀더 많았다"며 "넷플릭스 쪽에서 '오징어게임' 현장을 봤다면 우리나라 스텝들의 능력에 대해 놀랐을 것 같고, 놀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계 최고라고 이야기해도 될 정도로 고생 많았다"며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허성태는 듣고 싶은 수식어로 '중년의 귀여움'을 꼽았다. 그는 "악역을 맡아도 귀여울 수 있다, 주름이 많은 얼굴을 가져도 귀여울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며 웃었다.

'오징어게임'의 인기에 가족과 아내의 반응을 묻자 허성태는 "아내는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오히려 귀찮아하는 것 같다. 주변에서 영상 하나 찍어달라는 부탁이 많이 들어온다더라. 나보다 털털한 성격이라 진짜 변함이 없다. 어머니는 난리 났다"고 말했다.

"제 열일의 원동력은 어머니에요. 함께 계시는 동안 다양한 모습들을 더 보여주고 싶습니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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