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유나의 넷추리≫

'오징어게임' 17일 넷플릭스 공개
유사 포맷 작품들로 '표절 논란' 휩싸이기도
'배틀 로얄', '이스케이프 룸', '아리스 인 보더랜드' 등
'오징어게임' 포스터./사진제공=넷플릭스
'오징어게임' 포스터./사진제공=넷플릭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가 수많은 콘텐츠로 가득한 넷플릭스 속 알맹이만 골라드립니다. 매주 금요일 저녁 꼭 봐야 할 '띵작'부터 기대되는 신작까지 주말에 방구석 1열에서 즐길 수 있는 작품들을 추천하겠습니다.



"'오징어게임'은 2008년부터 구상한 작품입니다. 유사 포맷이라 언급되는 작품은 그보다 훨씬 이후에 공개됐죠. 굳이 우선권을 따지자면 제가 원조입니다."

공개 전부터 표절, 원작 논란에 휩싸인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 그러나 사실 '오징어게임'은 각색도, 표절도 전혀 아니다. 영화 '남한산성', '수상한 그녀', '도가니' 등을 연출했던 황동혁 감독이 집적 각본을 맡은 창작물이며, 유사 포맷으로 언급된 영화 '신이 말하는 대로'(2014년)의 원작 만화 역시 황 감독이 '오징어 게임' 대본을 완성한 2009년 이후인 2011년 출간됐기 때문.

그런데도 이러한 소문에 휩싸이는 이유는 목숨을 건 서바이벌 게임이라는 소재가 그간 많은 영화에서 나와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오징어게임' 속 첫 게임이 '신이 말하는 대로'에 나왔던 다루마상과 거의 동일한 게임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 오해의 소지가 상당하다.

'신이 말하는 대로' 뿐만 아니라 '배틀 로얄', '이스케이프 룸', '아리스 인 보더랜드' 등이 '오징어게임' 유사 영화로 꼽히는 상황. 그러나 모든 작품이 다 새로울 수는 없는 법. 비슷한 포맷에서 그 작품만의 차별점을 찾아가는 거다. '오징어게임' 역시 어린 시절 누구나 즐겼던 골목길 게임이라는 신선한 소재로 목숨을 걸어야 하는 잔혹한 현실과 인간이 돈 앞에서 보이는 욕망을 담아낼 예정이다.

이에 다른 서바이벌 장르 영화들과 '오징어게임'이 어떤 점이 비슷하고 어떤 점이 다른지 비교하며 보는 재미도 쏠쏠할 듯싶다. '배틀 로얄'(2000)
'배틀로얄' 포스터./사진제공=㈜엔케이컨텐츠
'배틀로얄' 포스터./사진제공=㈜엔케이컨텐츠
영화 '배틀 로얄'은 한 명이 살아남을 때까지 서로 싸우고 목숨을 빼앗는 서바이벌 게임의 원조라 할 수 있다. '배틀 로얄'은 중학교 3학년의 한 학급을 무인도로 이송시켜 랜덤 무기와 일정 식량을 주고 서로를 죽이는 콘셉트로, 개봉 당시 끔찍하고 잔인한 설정에 관객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낫으로 사람의 목을 자르는 등 죽이는 방법도 잔인하기 그지없다.

치열한 입시 경쟁에 대한 은유적인 표현과 세대 갈등에 대한 비판을 말하고자 했다지만, 사실상 그러한 메시지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다만 '생존'을 위해 분투하는 학생들의 처절한 모습과 잔혹함, 긴장감들은 지금 봐도 역대급. '배틀 로얄' 개봉 후 이러한 소재의 영화들이 하나 둘 씩 나왔지만, 여전히 '배틀 로얄'은 그 자체만으로 하나의 장르로 불리고 있다. '이스케이프 룸'(2019)
'이스케이프 룸' 포스터./사진제공=소니픽처스코리아
'이스케이프 룸' 포스터./사진제공=소니픽처스코리아
영화 '이스케이프 룸'은 거액의 상금이 달린 방탈출 게임이 사실은 탈출하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하는 '살인 게임'이라는 것을 안 뒤 서로 싸우고 협업하며 탈출을 시도하는 6명의 참가들의 모습을 담는다.

'오징에게임'이 각기 다른 6개의 게임을 진행한다면, '이스케이프 룸'은 오븐룸, 아이스룸, 업사이드다운룸, 포이즌룸, 일루전룸, 크러쉬룸 등 다양한 방의 콘셉트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여기에 성별, 연령, 출신도 다른 사람들의 공통된 과거사가 밝혀지는 과정과 단서들을 통해 추리하는 모습은 쫄깃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아리스 인 보더랜드'(2020)
'아리스 인 보더랜드' ./사진제공=넷플릭스
'아리스 인 보더랜드' ./사진제공=넷플릭스
'아리스 인 보더랜드'는 '임종의 나라의 앨리스'를 원작으로 하는 넷플릭스 시리즈로, 게임중독자 히키코모리 아리스가 친구 두 명과 함께 게임 속 세계에 떨어지고, 반강제적으로 게임에 참여해 목숨 걸고 싸우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만화에 이어 애니, 드라마로까지 제작됐다.

게임으 완수하지 못하면 죽는다는 설정, 주인공을 방해하는 답답한 캐릭터들, 잔인한 연출 등은 기존 생존 스릴러물과 다를 바 없다. 높은 추리력을 필요로 하는 게임은 없지만, 게임에서 승리하면 살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는 점, 서로 죽고 죽이는 상황 속 친구들과의 우정, 게임 설계자의 정체 등이 몰입도를 높인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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