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훈 감독 '싱크홀'로 10여년 만에 컴백
'목포는 항구다'로 장편 데뷔, '화려한 휴가' 흥행
'7광구' '타워' 등 블록버스터급 영화 잇따라 실패
'싱크홀' 코믹 첨가한 재난 극복기로 최단 100만 돌파
'목포는 항구다'로 장편 데뷔, '화려한 휴가' 흥행
'7광구' '타워' 등 블록버스터급 영화 잇따라 실패
'싱크홀' 코믹 첨가한 재난 극복기로 최단 100만 돌파
≪노규민의 영화人싸≫
노규민 텐아시아 영화팀장이 매주 수요일 오전 영화계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배우, 감독, 작가, 번역가, 제작사 등 영화 생태계 구성원들 가운데 오늘뿐 아니라 미래의 '인싸'들을 집중 탐구합니다.
"장르적인 결합이 어려웠다. 재난 상황 속에서 관객이 어떻게 '재미'를 느끼게 해야 할지 고민했고, 영화를 만들어 내는 것 자체가 도전이었다."
'도전'은 통했다. '타워' 이후 10여 년만에 자신의 영화를 관객에게 선보인 김지훈 감독이 그간의 마음고생을 한 짐 덜어놓게 됐다.
11년 만에 마련한 내 집이 지하 500m 지하로 추락하며 벌어지는 재난 극복기 '싱크홀'이 올해 한국 영화 최단기간 100만 돌파 기록을 세우며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무엇보다 재난에 코미디를 첨가한 '도전'이 "시의적절한 영화"라는 평가를 받으며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어 눈길을 끈다. 코로나19로 지칠 대로 지친 이 시국에, 생사의 갈림길에 선 인물들이 힘을 합쳐 재난을 극복해 나가는 이야기가 '희망'이라는 두 글자를 상기시켜서다.
차승원, 김성균, 이광수, 김혜준 등 개성 있는 배우들의 케미가 영화를 보는 맛을 더 했지만, 재난에 코미디라는 다소 불균형한 조합으로 극을 그려내는 것은 감독에겐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앞서 감독 데뷔 이후 성공과 실패, 그리고 도전을 거듭하며 시행착오를 겪었던 김지훈 감독의 과감함이 비로소 빛을 발한 것이다. 김 감독에게도 '싱크홀'은 '시의적절한 영화'였다. 김 감독은 중학교 시절, 배창호 감독 영화 '깊고 푸른 밤'(1985)을 보고 '영화감독'을 꿈꿨다. 엉뚱하게도 '영화감독이 되면 외국에 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단다. 그로부터 10년 정도가 흐른 뒤, 김 감독은 자신의 꿈을 이뤘다. 1997년, 15분짜리 단편영화 '온실'로 영화계에 데뷔했고 이 작품은 '세계 단편영화의 메카'로 불린 오버하우젠 국제단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는 등 국내외 각종 영화제에서 주목받았다.
이후 김 감독은 '여고괴담'(1998) 연출부에서 일하고, '질주'(1999), '비밀'(2000) 등에서 조연출 등의 경력을 쌓다가 '코미디 영화 '목포는 항구다'(2004)를 통해 장편영화 감독으로 정식 데뷔했다.
차인표, 조재현, 박철민 등이 주연을 맡은 '목포는 항구다'는 42만 관객밖에 동원하지 못했지만, "이것은 입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여" 등의 유행어를 남기고,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 패러디되면서 오랜 시간 회자 된 작품이다. 또한 유바리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기도 했다. 경상도 출신인 김 감독은 왜 첫 영화의 배경을 '목포'로 삼았을까. 서울서 대학 생활을 하던 김 감독은 전라도 친구들을 사귀게 됐고, 자신과 다른 스타일의 사람들에게 매력을 느꼈다. 그런 친구들을 모티브로 자신이 직접 경험하지 못한 지역을 담아내기 위해 도전을 시작한 것이다. 지인들을 동원해 현지 '주먹'들을 직접 만났고, 목표 사투리 등 지역 정서를 파악하기 위해 2년 여 동안 목포에 살다시피 했다. 데뷔작이 기대 이상의 성과는 내지 못했지만, 해외에서 주목하자, 충무로도 그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3년 뒤, 김 감독이 연출한 '화려한 휴가'(2007)가 73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1980년에 일어난 5.18 민주화운동을 모티브로 제작해, 잊혀선 안 될 비극적인 역사를 다시 환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지만 혹평도 이어졌다. 가공인물들이 등장하면서 역사적 사실관계가 상당히 뒤틀렸다는 것부터, 신파로 억지 감동을 유발했다는 등 좋지 않은 평가가 있었다. 또한 시민들이 군인들에게 짓밟히는 참상에 집중한 나머지, 5.18의 원인과 경과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는 평도 있었다. 그러나 100억 원대 제작비를 들인 '화려한 휴가'를 '흥행'적인 측면에선 성공적으로 이끈 김 감독에게 투자배급사는 물론 관객들의 기대와 관심이 쏠렸다. 그는 계속해서 블록버스터급 영화를 만들게 됐다.
2011년, '해운대' 윤제균 감독이 각본을 쓴 괴수 영화 '7광구'(2011) 메가폰을 잡았다. 이 영화는 그야말로 폭망했다. 한반도 남단 7광구 망망대해에 떠 있는 석유 시추선 '이클립스 호'에서 벌어지는 심해 괴생명체와 대원들 간의 사투를 담은 '7광구'는 하지원, 안성기 주연, 윤제균과 김지훈의 협업에 당초 1000만 관객을 기대했지만, 언론과 관객 모두에게 외면당했다. 언론시사회부터 혹평을 받은 영화는 개봉 시간까지 늦추며 재편집에 들어갔지만, 관객들에게도 온갖 악플에 시달렸고, 결국 최종 관객 수 224만을 기록하며 극장에서 사라졌다.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400만이었다.
특히 '7광구'는 국내 최초 아이맥스 3d로 변환된 영화였는데, 대실패 했고 7년 뒤 '신과 함께-인과 연' 개봉 전까지 한국영화는 IMAX 영화에 발을 내밀지 못했다. 김 감독은 "제대로 된 괴수 영화를 만들자는데 짓눌렸다. 드라마에 힘들 들였어야 했는데 기술에 집중했다. 내 탓이다. 주어진 환경에서 모두 최선을 다했는데 그 가치까지 폄훼되는 게 아쉽다"고 씁쓸한 소감을 남겼다.
성공 뒤 실패를 맛봤다. 괴수 영화 '7광구' 다음은 재난 영화 '타워'(2012)였다. 초고층 주상복합빌딩 타워스카이에서 화재가 일어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설경구, 손예진, 김상경, 안성기, 차인표, 김인권, 김성오 등 역대급 주·조연 출연진으로 기대를 모았다. 순제작비 130억 원, P&A 비용까지 포함하면 총 160여억 원 이상이 투입, 손익분기점은 관객 수 500만 명 이상이 들어야 했다. 결과적으로 518만 관객을 돌파하며 본전치기엔 성공했지만, 이는 12월 25일 연말 성수기 개봉과 '대세' 배우들로 꽉 채워진 라인업 덕이 컸다.
김 감독은 이 영화로도 적지 않은 혹평을 받았다. 대표 재난 영화 '해운대'와 캐릭터 설정부터 유머, 스토리 전개, 신파까지 평행이론 수준으로 비슷했고, 전형적인 한국재난영화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이었다. 영화 자체는 흥행했지만, 감독 자신에게 성공작이 아니었던 것이다. '타워' 이후 설경구를 주연으로 발탁한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를 연출했지만 , 설경구와 호흡을 맞춘 오달수가 성범죄 혐의를 받아 조사하면서 제작이 잠정 중단됐고, 김 감독의 커리어는 '타워' 이후 10년 가까이 막혀 버렸다.
짧지 않은 시간이다. 그간의 시행착오를 발판 삼아 주먹을 불끈 쥔 김 감독은 '싱크홀'로 재기를 노렸다. 또 재난물이고, 150억 원을 들인 블록버스터급이다. '실패'가 있었기에 감독 자신에게는 부담감이 따랐을 테지만, 반대로 이를 극복할 기회가 주어진 셈이었다. 2019년에 만든 이 영화는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개봉이 미뤄졌고 지난 11일 우여곡절 끝에 개봉했다.
손익분기점은 400만이지만, 한국상영관협회 지원책 대상작으로 선정되면서 총제작비 50% 회수가 보장돼 200만 정도로 낮춰졌다. 흥행에 대한 부담은 줄었다.
김 감독은 '신파' 대신 '코믹'에 힘을 실었고, 차승원, 김성균, 이광수 등 베테랑급 연기자들의 도움으로 재난+코믹이라는 불균형한 장르는 부담스럽지 않게 적용됐다. 앞서 흥행에 성공한 '엑시트'와 비교 대상이었지만, 김 감독은 '싱크홀'이라는 신선한 소재를 피력하기 위해 세트와 CG, 연출에 공을 많이 들였다. 특히 일반적인 재난 영화의 흐름을 벗어나기 위해 나름대로 변주를 한 것도 관객에겐 통했다.
'싱크홀' 역시 "재미있다"와 "재미없다", "신선하다"와 "뻔하다" 등 호평과 혹평이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김 감독이 이전과는 다른 결과물을 내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또한 현 시국과 맞물려 살겠다는 '희망'을 품고, 살기 위해 똘똘 뭉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면서 공감을 이끌어 내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7광구'로 폭망하고 '타워'로 겨우 손익분기점을 넘었을 때 김 독은 "집행유예 기간"이라며 마음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중학교 때 외국에 갈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영화감독이 된 김 감독은 과거 인터뷰에서 "마음속 경쟁상대는 '할리우드'"라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돌아온 김 감독은 '싱크홀'로 추락하지 않았다. 다시 꿈을 향한 날개를 펼쳤다.
노규민 텐아시아 기자 pressgm@tenasia.co.kr
노규민 텐아시아 영화팀장이 매주 수요일 오전 영화계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배우, 감독, 작가, 번역가, 제작사 등 영화 생태계 구성원들 가운데 오늘뿐 아니라 미래의 '인싸'들을 집중 탐구합니다.
"장르적인 결합이 어려웠다. 재난 상황 속에서 관객이 어떻게 '재미'를 느끼게 해야 할지 고민했고, 영화를 만들어 내는 것 자체가 도전이었다."
'도전'은 통했다. '타워' 이후 10여 년만에 자신의 영화를 관객에게 선보인 김지훈 감독이 그간의 마음고생을 한 짐 덜어놓게 됐다.
11년 만에 마련한 내 집이 지하 500m 지하로 추락하며 벌어지는 재난 극복기 '싱크홀'이 올해 한국 영화 최단기간 100만 돌파 기록을 세우며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무엇보다 재난에 코미디를 첨가한 '도전'이 "시의적절한 영화"라는 평가를 받으며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어 눈길을 끈다. 코로나19로 지칠 대로 지친 이 시국에, 생사의 갈림길에 선 인물들이 힘을 합쳐 재난을 극복해 나가는 이야기가 '희망'이라는 두 글자를 상기시켜서다.
차승원, 김성균, 이광수, 김혜준 등 개성 있는 배우들의 케미가 영화를 보는 맛을 더 했지만, 재난에 코미디라는 다소 불균형한 조합으로 극을 그려내는 것은 감독에겐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앞서 감독 데뷔 이후 성공과 실패, 그리고 도전을 거듭하며 시행착오를 겪었던 김지훈 감독의 과감함이 비로소 빛을 발한 것이다. 김 감독에게도 '싱크홀'은 '시의적절한 영화'였다. 김 감독은 중학교 시절, 배창호 감독 영화 '깊고 푸른 밤'(1985)을 보고 '영화감독'을 꿈꿨다. 엉뚱하게도 '영화감독이 되면 외국에 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단다. 그로부터 10년 정도가 흐른 뒤, 김 감독은 자신의 꿈을 이뤘다. 1997년, 15분짜리 단편영화 '온실'로 영화계에 데뷔했고 이 작품은 '세계 단편영화의 메카'로 불린 오버하우젠 국제단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는 등 국내외 각종 영화제에서 주목받았다.
이후 김 감독은 '여고괴담'(1998) 연출부에서 일하고, '질주'(1999), '비밀'(2000) 등에서 조연출 등의 경력을 쌓다가 '코미디 영화 '목포는 항구다'(2004)를 통해 장편영화 감독으로 정식 데뷔했다.
차인표, 조재현, 박철민 등이 주연을 맡은 '목포는 항구다'는 42만 관객밖에 동원하지 못했지만, "이것은 입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여" 등의 유행어를 남기고,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 패러디되면서 오랜 시간 회자 된 작품이다. 또한 유바리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기도 했다. 경상도 출신인 김 감독은 왜 첫 영화의 배경을 '목포'로 삼았을까. 서울서 대학 생활을 하던 김 감독은 전라도 친구들을 사귀게 됐고, 자신과 다른 스타일의 사람들에게 매력을 느꼈다. 그런 친구들을 모티브로 자신이 직접 경험하지 못한 지역을 담아내기 위해 도전을 시작한 것이다. 지인들을 동원해 현지 '주먹'들을 직접 만났고, 목표 사투리 등 지역 정서를 파악하기 위해 2년 여 동안 목포에 살다시피 했다. 데뷔작이 기대 이상의 성과는 내지 못했지만, 해외에서 주목하자, 충무로도 그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3년 뒤, 김 감독이 연출한 '화려한 휴가'(2007)가 73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1980년에 일어난 5.18 민주화운동을 모티브로 제작해, 잊혀선 안 될 비극적인 역사를 다시 환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지만 혹평도 이어졌다. 가공인물들이 등장하면서 역사적 사실관계가 상당히 뒤틀렸다는 것부터, 신파로 억지 감동을 유발했다는 등 좋지 않은 평가가 있었다. 또한 시민들이 군인들에게 짓밟히는 참상에 집중한 나머지, 5.18의 원인과 경과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는 평도 있었다. 그러나 100억 원대 제작비를 들인 '화려한 휴가'를 '흥행'적인 측면에선 성공적으로 이끈 김 감독에게 투자배급사는 물론 관객들의 기대와 관심이 쏠렸다. 그는 계속해서 블록버스터급 영화를 만들게 됐다.
2011년, '해운대' 윤제균 감독이 각본을 쓴 괴수 영화 '7광구'(2011) 메가폰을 잡았다. 이 영화는 그야말로 폭망했다. 한반도 남단 7광구 망망대해에 떠 있는 석유 시추선 '이클립스 호'에서 벌어지는 심해 괴생명체와 대원들 간의 사투를 담은 '7광구'는 하지원, 안성기 주연, 윤제균과 김지훈의 협업에 당초 1000만 관객을 기대했지만, 언론과 관객 모두에게 외면당했다. 언론시사회부터 혹평을 받은 영화는 개봉 시간까지 늦추며 재편집에 들어갔지만, 관객들에게도 온갖 악플에 시달렸고, 결국 최종 관객 수 224만을 기록하며 극장에서 사라졌다.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400만이었다.
특히 '7광구'는 국내 최초 아이맥스 3d로 변환된 영화였는데, 대실패 했고 7년 뒤 '신과 함께-인과 연' 개봉 전까지 한국영화는 IMAX 영화에 발을 내밀지 못했다. 김 감독은 "제대로 된 괴수 영화를 만들자는데 짓눌렸다. 드라마에 힘들 들였어야 했는데 기술에 집중했다. 내 탓이다. 주어진 환경에서 모두 최선을 다했는데 그 가치까지 폄훼되는 게 아쉽다"고 씁쓸한 소감을 남겼다.
성공 뒤 실패를 맛봤다. 괴수 영화 '7광구' 다음은 재난 영화 '타워'(2012)였다. 초고층 주상복합빌딩 타워스카이에서 화재가 일어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설경구, 손예진, 김상경, 안성기, 차인표, 김인권, 김성오 등 역대급 주·조연 출연진으로 기대를 모았다. 순제작비 130억 원, P&A 비용까지 포함하면 총 160여억 원 이상이 투입, 손익분기점은 관객 수 500만 명 이상이 들어야 했다. 결과적으로 518만 관객을 돌파하며 본전치기엔 성공했지만, 이는 12월 25일 연말 성수기 개봉과 '대세' 배우들로 꽉 채워진 라인업 덕이 컸다.
김 감독은 이 영화로도 적지 않은 혹평을 받았다. 대표 재난 영화 '해운대'와 캐릭터 설정부터 유머, 스토리 전개, 신파까지 평행이론 수준으로 비슷했고, 전형적인 한국재난영화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이었다. 영화 자체는 흥행했지만, 감독 자신에게 성공작이 아니었던 것이다. '타워' 이후 설경구를 주연으로 발탁한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를 연출했지만 , 설경구와 호흡을 맞춘 오달수가 성범죄 혐의를 받아 조사하면서 제작이 잠정 중단됐고, 김 감독의 커리어는 '타워' 이후 10년 가까이 막혀 버렸다.
짧지 않은 시간이다. 그간의 시행착오를 발판 삼아 주먹을 불끈 쥔 김 감독은 '싱크홀'로 재기를 노렸다. 또 재난물이고, 150억 원을 들인 블록버스터급이다. '실패'가 있었기에 감독 자신에게는 부담감이 따랐을 테지만, 반대로 이를 극복할 기회가 주어진 셈이었다. 2019년에 만든 이 영화는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개봉이 미뤄졌고 지난 11일 우여곡절 끝에 개봉했다.
손익분기점은 400만이지만, 한국상영관협회 지원책 대상작으로 선정되면서 총제작비 50% 회수가 보장돼 200만 정도로 낮춰졌다. 흥행에 대한 부담은 줄었다.
김 감독은 '신파' 대신 '코믹'에 힘을 실었고, 차승원, 김성균, 이광수 등 베테랑급 연기자들의 도움으로 재난+코믹이라는 불균형한 장르는 부담스럽지 않게 적용됐다. 앞서 흥행에 성공한 '엑시트'와 비교 대상이었지만, 김 감독은 '싱크홀'이라는 신선한 소재를 피력하기 위해 세트와 CG, 연출에 공을 많이 들였다. 특히 일반적인 재난 영화의 흐름을 벗어나기 위해 나름대로 변주를 한 것도 관객에겐 통했다.
'싱크홀' 역시 "재미있다"와 "재미없다", "신선하다"와 "뻔하다" 등 호평과 혹평이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김 감독이 이전과는 다른 결과물을 내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또한 현 시국과 맞물려 살겠다는 '희망'을 품고, 살기 위해 똘똘 뭉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면서 공감을 이끌어 내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7광구'로 폭망하고 '타워'로 겨우 손익분기점을 넘었을 때 김 독은 "집행유예 기간"이라며 마음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중학교 때 외국에 갈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영화감독이 된 김 감독은 과거 인터뷰에서 "마음속 경쟁상대는 '할리우드'"라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돌아온 김 감독은 '싱크홀'로 추락하지 않았다. 다시 꿈을 향한 날개를 펼쳤다.
노규민 텐아시아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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