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주목할 만한 예능

한계 느낀 '놀면 뭐하니?'
유재석, 새 멤버 구한다

'놀면뭐하니' 포스터/ 사진=MBC 제공
'놀면뭐하니' 포스터/ 사진=MBC 제공
≪정태건의 오예≫
'콘텐츠 범람의 시대'. 어떤 걸 볼지 고민인 독자들에게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가 '예능 가이드'가 돼 드립니다. 예능계 핫이슈는 물론, 관전 포인트, 주요 인물,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낱낱히 파헤쳐 프로그램 시청에 재미를 더합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MBC '놀면 뭐하니?'가 100회 고지를 돌파했지만 제작진은 유재석 홀로 프로그램을 이끄는 방식에 한계를 느끼고 변화를 예고했다.

최근 제작진은 보도자료를 내고 "그동안 유일한 고정 출연자 유재석씨가 수많은 캐릭터로 100회를 잘 이끌어 주셨다"면서도 "혼자 콘텐츠를 채우다 보니 아이템의 다양성과 스토리 확장에 아쉬움이 있다. 하반기에는 멤버십이 강조된 포맷의 프로젝트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방식에 대한 언급은 없었으나, 본격적으로 유재석과 호흡을 맞출 새 인물의 투입을 예상할 수 있다. 앞서 유재석은 '무한상사'의 세계관을 활용해 'JMT(조이 앤 뮤직 테크놀로지)'에 함께할 멤버들을 찾아나서기도 했다. 아무리 유재석이라도 '하나보다는 둘', '둘보다는 셋'일까?'무한도전'과 '놀면 뭐하니?'는 유재석이 다양한 분야에 도전을 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하지만 '놀면 뭐하니?'는 유재석 홀로 이끌어나간다. 종종 패널들이 투입됐지만 '무한도전'에서 보여준 티키타카와는 결 자체가 다르다. 이에 '놀면 뭐하니?'는 '유재석 혼자 하는 무한도전'이라는 꼬리표를 갖게 됐다.

이러한 평가에 유재석은 지난해 MBC 연예대상을 수상한 뒤 "'놀면 뭐하니'는 저 혼자 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저 혼자 할 수 없는 프로그램"이라며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그의 말도 일리가 있다. '놀면 뭐하니?' 고정 출연자는 유재석이 유일하지만 수많은 조력자의 도움을 받아왔다. 초창기에는 '릴레이 카메라'로 가까운 동료들과 함께 했고 '유고스타', '유산슬' 등 '부캐'에 도전할 때는 신선한 조합으로 웃음을 만들어냈다.'무한도전' 멤버들의 반가운 재회도 있었다. '닭터유' 특집에서는 치킨집 사장이었던 박명수가, '무한상사' 특집에선 '정과장' 정준하가 등장해 남다른 케미를 선보였다.

특히 지난해 싹쓰리, 환불원정대 같은 프로젝트에서는 절친한 이효리, 비, 제시 등의 활약이 눈부셨다. 그 결과 유재석은 MBC 연예대상, 백상 예술대상을 안았고 '놀면 뭐하니?'도 최고의 프로그램으로 선정됐다.
유재석이 부캐로 활약한 '유산슬'/ 사진=텐아시아DB
유재석이 부캐로 활약한 '유산슬'/ 사진=텐아시아DB
그럼에도 '놀면 뭐하니?' 안에서 유재석이 맡은 역할을 분담할 수는 없었다. 시청자는 에피소드가 끝날 때마다 홀로 남은 유재석의 고군분투를 마주했다. 프로젝트에 따라 광희, 김종민, 데프콘, 정재형 등 다양한 패널과 호흡을 맞췄지만 과거 '무한도전'에서 보여줬던 끈끈한 케미를 기대하는 수준에는 못 미쳤다.

어중간한 조력자의 투입은 도리어 유재석이 설 자리를 잃게 하는 결과도 낳았다. 싹쓰리 특집까지만 해도 전면에 나섰던 유재석은 환불원정대, MSG워너비에선 제작을 맡으면서 무대 밑으로 물러갔다. 대신 검증된 실력자들을 모아 그룹을 만들었다. 반응은 뜨거웠지만 더 이상 유재석의 도전 이야기 같지 않았다.

두 개의 특집만 합쳐도 10회차가 넘는다. 때에 따라 한 두번씩 시도할 가치는 있지만 유재석을 지워내면서까지 오랜 기간 끌고가는 게 '놀면 뭐하니?'가 원하던 방향이 맞는지 의문이다. 주된 이야기가 유재석을 관통하고 있다고 한들, 그가 새로운 도전할 때 당황하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초기의 웃음을 잃었다. '놀면뭐하니?'가 예능인지 음악 방송인지 모르겠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결국 제작진이 꺼내든 카드는 '멤버십'이다. 어느 누구와 붙여놔도 뜻밖의 케미를 만들어내는 유재석 최고의 장점을 발현할 수 있는 기회다. '무한도전'과 SBS '런닝맨'을 10년 넘게 끌어온 그가 가장 잘 맞는 옷을 입기 직전이다. 이제 중요한 건 멤버 구성과 그들의 역할 분담이다. 어떤 멤버가 합류해 유재석의 무거운 짐을 함께 들어줄지 많은 기대가 쏠린다.

홀로 100회 넘게 걸어온 유재석이 멤버들과 손을 잡고 '놀면 뭐하니?'를 어디까지 데려다놓을까.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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