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마인' 김서형 "멜로 갈증 多, 속 시원하게 풀었어요"

tvN '마인', 지난 27일 종영
김서형, 효원그룹 첫째 며느리 정서현 役
"성소수자 役, 부담 NO..온전히 로맨스에 집중"
"이보영, 밝은 에너지 덕분에 편하게 연기"

tvN 토일드라마 '마인'에서 효원그룹 첫째 며느리 정서현 역으로 열연한 배우 김서형. /사진제공=키이스트

"멜로에 대한 갈증이 있었는데 시원하게 풀 수 있어서 좋았어요. 배우로서 너무 고마웠죠. 작품을 끝낼 때마다 주변에서는 잘했다고 하는데도 뭔지 모를 아쉬움이 있었어요.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싶었죠. 근데 이번 작품에서는 그런 감정을 내려놓고 연기한 것 같아요. 덕분에 신나게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배우 김서형에게 이런 얼굴이 있을 줄 누가 알았을까. 매 작품 당당하고 진취적인 여성의 성향을 주로 표현했던 그가 이번에는 사랑에 절절한 여주인공으로 등장했다. 연인을 향한 그리움으로 애틋한 표정을 짓는 김서형을 보고 있자니 새롭지 않을 수가 없다. tvN 토일드라마 '마인'에서다.

'마인'은 세상의 편견에서 벗어나 진짜 나의 것을 찾아가는 강인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김서형은 극 중 효원그룹 첫째 며느리 정서현 역으로 열연했다. 타고난 귀티와 품위, 그리고 지성까지 겸비한 재벌가 출신 인물이다. 하지만 그에게도 비밀이 있었다. 바로 성수소자라는 것. 정서현은 과거 포기했던 첫사랑 최수지(김정화 분)를 향한 미련의 끈을 놓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살아갔다.

정서현은 동서 서희수(이보영 분)를 든든하게 지원해주는가 하면, 아들 한수혁(차학연 분)의 연애관을 적극 수용하며 효원가(家)의 중심을 잡았다. 그 결과, 회장의 자리에 오르며 효원가의 정상을 차지했다.

김서형은 시시각각 변하는 인물의 감정을 탄탄한 연기력으로 담아내며 캐릭터의 완성도를 높였다. 그는 "대본을 네 권 정도 보고 미팅에 들어갔다. 대본이 재밌기도 했지만 멜로가 있어서 좋았고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았다"며 "자기 주체의 연약함과 사랑이 효원가에서는 부합될 수 없었던 요소가 매력적이었다. 제일 비중을 뒀던 건 최수지와의 이야기였다"고 설명했다.

김서형은 이나정 감독의 맹목적 믿음 덕분에 '마인' 촬영의 집중도가 커졌다고 했다. /사진제공=키이스트

성소수자 역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을까. 김서형은 "성별에 대한 사랑을 특정하고 연기에 임하지 않았다. 세상을 살아가는 부분에 있어서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이라며 "그냥 멜로라고 생각했고 사랑을 얼마나 아름답게 그릴 수 있을지 고민했다. 온전히 로맨스에 집중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다고 해서 찬반을 논하는 편이 아니라 크게 개의치 않았다. 멜로를 통해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며 "그래서 이 작품을 끝냈을 때 속이 시원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앞으로 어떤 멜로가 나와도 더 자신감 있게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파트너였던 김정화에 관해서는 "첫 촬영 때부터 좋았다. 효원가 안에서 2년 만에 만나는 장면을 먼저 찍었는데 서재에서 만나 돌담길을 걷는 장면이었다. 당시 정서현이 최수지의 손을 뿌리치는 장면을 김정화가 먼저 제안했다"며 "처음 본 사이였는데도 되게 오래 본 것처럼 뭔지 모를 애틋함이 폭발했다. 대사가 많지 않았지만 눈빛과 표정으로 서로가 충분히 그리워한다는 걸 느꼈다"고 전했다.

멜로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김서형은 "좋은 호응을 끌어낼 거라고 생각했다. 주변에서 '김서형이 멜로를 하네?"라며 괜찮다는 반응이었다"며 "대본을 봤을 때 따뜻한 연기를 보여주고 싶었다. 어떤 성별에 상관없이 편하게 볼 수 있을 거라고 느꼈다"고 강조했다.

김서형은 캐릭터를 연기할 때 중점을 둔 점에 관해 "서열 1위를 꿈꾸는 만큼 다른 인물들의 문제에 관여할 때 오지랖처럼 보이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사진제공=키이스트

다른 배우들과의 호흡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김서형은 "박혁권 선배는 한진호스러운 걸 잡아 왔는데 어떤 연기를 할지 몰라 긴장감을 줬다. 정서현이 더 풀어질 수 있었으면 박혁권 선배의 연기 패턴을 잘 잡아줄 수 있었을 것"이라며 "내가 선을 넘어본 적도 있다. 촬영하다가 진짜 웃겨서 빵 터졌던 장면이 있는데 내가 보기엔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그래도 지킬 건 지키면서 가야겠다고 느꼈다. 뭔가를 더 하고 싶었는데 정서현이라는 생각에 참았다. 다음에도 같이 작품 할 기회가 된다면 그때는 풀어서 해보고 싶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성연은 어떻게 장면을 만들면 좋을지 서로 고민하고 물어보면서 호흡을 맞췄다. 연극을 오래 하다가 왔고 드라마는 얼마 안 됐다고 해도 괜찮은 연기를 주고받을 수 있을 정도로 좋았다"며 "박원숙 선배는 어릴 때부터 멋있다고 생각한 배우다. 이번에 다시 만났을 때도 여전히 곱고 예쁘시더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차학연은 매 촬영 부족한 점을 잡아 오는 게 좋았다. 뭔가 아쉬운 것이 있을 때 빠르게 고쳐서 오는 것 같다. 특히 목걸이를 걸어주는 장면이 너무 좋았다. 리허설을 하는데 너무 좋아서 눈물이 터질 정도였다"고 털어놓았다.

"이보영과는 극 중 역할을 떠나서 알 수 없는 연대가 생겼어요. 아무래도 오랜 시간 연기를 하면서 연차가 쌓이다 보니 공감대가 생긴 것 같았죠. 이보영은 피곤해도 에너지가 되게 밝고 활기가 넘쳤어요. 먼저 다가와서 '형님'이라고 불러줘서 고마웠죠. 덕분에 너무 편하게 지냈어요. 두 역할의 상반된 기운이 잘 희석되면서 케미가 좋게 나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마인'은 첫 방송 당시 6.6%의 시청률로 시작해 꾸준히 상승세를 달리던 중 최종회 10.5%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에 김서형이 생각하는 흥행 요인은 무엇일까. 그는 "작품에서 보여준 영상미나 세트, 배우들의 열연 및 의상까지 모든 게 대본과 잘 어우러져서 표현되지 않았나 싶다"며 "그걸 JTBC 드라마 'SKY 캐슬' 때도 느꼈다. 이번 작품에서는 인물들이 많이 등장했다. 배우들이 서로서로 믿어주고 연기를 잘 잡고 으쌰으쌰 한 게 큰 시너지를 이룬 것 같다"고 밝혔다.

김서형은 즐거운 마음으로 차기작을 기다릴 거라고 했다.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숨통이 트였다. 이 마음을 갖고 잘 지내다 보면 차기작이 오지 않을까 싶다"며 "그때는 다음 작품이 센 캐릭터여도 기분 좋게 맞을 준비가 됐다"고 알렸다.

박창기 텐아시아 기자 spear@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