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주목할 만한 예능
'출장십오야'의 예능 문법 파괴
MC 하나 없이 잘 나가는 나 PD
유명 MC 존재 가치에 '화두'
'출장십오야'의 예능 문법 파괴
MC 하나 없이 잘 나가는 나 PD
유명 MC 존재 가치에 '화두'
≪정태건의 오예≫
'콘텐츠 범람의 시대'. 어떤 걸 볼지 고민인 독자들에게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가 '예능 가이드'가 돼 드립니다. 예능계 핫이슈는 물론, 관전 포인트, 주요 인물,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매주 화요일 낱낱히 파헤쳐 프로그램 시청에 재미를 더합니다.
나영석 PD에게 더 이상 강호동·신동엽·유재석은 필요 없을까?
걸출한 스타 MC 하나 없다. 그렇다고 관찰 예능도 아니다. 연출자가 프로그램 전면에 나서 게임을 이끈다. 그런데도 특급 게스트들이 기쁜 마음으로 출연한다. tvN 예능프로그램 '출장십오야' 이야기다. 연출을 맡은 나영석 PD는 기존의 예능 문법을 보기 좋게 파괴했다.
'출장 십오야'는 게임이 필요한 곳에 나영석 PD가 찾아가는 예능 배달 서비스다. 쉴 새 없이 게임만 하는 이 프로그램에서 나 PD는 상황을 정리해줄 MC 한 명 두지 않고도 성황리에 종영했다.
예능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 중 하나가 바로 MC 섭외다. 프로그램을 대표하는 얼굴이자 흥망을 결정하는 키포인트 역할을 하기 때문에 많은 공을 들여 결정한다. 업계 최고의 MC들은 제작진이 원하는 방향으로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면서도, 번뜩이는 재치로 예상치 못한 웃음을 만들어낸다. 이에 제작진은 막대한 출연료를 내고 MC부터 모셔온다.
하지만 나 PD는 '출장 십오야'를 통해 전문 MC를 과감하게 생략해버렸다. 대신 자신이 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필드 위에 나섰는데도 어색함이 없다. 아무리 스타 PD라고 한들 이같은 결정은 꽤나 파격적이다. 매회 제작진을 촬영하는 카메라도 따로 설치해뒀다. 연예인에 버금가는 인지도를 갖춘 나영석 PD이기에 가능한 설정인 것.
십여 년간 예능계에서 입지를 다진 나영석 PD는 안정적인 진행 실력은 물론, 매력적인 예능 캐릭터도 갖췄다. 대표적으로 출연자들의 실수에 여지없이 '땡'을 외치는 얄미운 PD의 모습이다. 그는 출연진과의 대결 구도를 형성해 승리하면 상품을 준다고 현혹하고, 패배한 이들에게 더 큰 내기를 건다. 이에 예능 초보들은 나 PD의 등장만으로도 벌벌 떨었다. 방탄소년판 편에선 비교적 '순한 맛'이었음에도 맏형 진은 고난도 미션에 "나영석 에이씨"를 외쳐 웃음을 자아냈다. 놀라운 점은 '출장 십오야' 게스트 대부분이 예능 나들이가 낯선 인물이었다는 것. tvN 인기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빈센조' 배우들부터 방탄소년단, 웹툰 작가, tvN 예능 PD, 안테나뮤직, BH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예인까지 제각각이었다. 이에 MC의 역할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데 나 PD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냈다.
그는 게스트들의 매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게임으로 꽉 채웠다. 웹툰 작가들에게는 그림을 이어 그리게 하고 배우들에게는 '몸으로 말해요'를 통해 풍부한 표현력을 뽐내게 했다. 카이스트 출신 페퍼톤스에게는 수능 문제를 내 굴욕을 안겼다. '빈센조' 편에선 최대 16명의 게스트가 동시에 출연했음에도 각각의 인물을 매력적으로 그려냈다. 나 PD가 여타 MC의 역량과 견주어도 전혀 손색 없게 느껴진 이유다. 탄탄한 기획으로 한계를 극복한 결과, 모든 에피소드의 조회수는 100만뷰를 훌쩍 넘는다. 7일 기준 방탄소년단편은 1000만 조회수를 바라보고 있다.
웹툰 작가 이말년은 '출장 십오야' 출연 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유명한 진행자가 필요 없다. PD가 직접 진행을 하는데 너무 잘한다"며 "왜 나영석 PD가 진행하는 지 알겠다. '답답하니까 내가 뛴다'는 거다. 루즈해지려고 하면 뭔가 요소를 추가하니까 계속 흥미진진하다. 레크리에이션 강사 같다"고 칭찬했다.
하지만 예능 PD로서 나영석은 불명예스러운 꼬리표를 갖고 있다. 그가 만든 프로그램이 '거기서 거기 같다'는 비판이다. '출장 십오야'도 그간 '1박 2일', '신서유기' 등에서 선보인 게임을 그대로 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는 우려를 낳았다. 그런데도 나 PD는 늘 그랬듯이 익숙함 속에서도 차별점을 만들어냈다.
최근에는 이같은 비판마저 나 PD에게 무용지물이 돼 가고 있다. 그는 2019년 '아이슬란드 간 세끼'를 통해 숏폼 예능을 정착시킨 장본인이다. 5분 남짓한 TV 편성과 유튜브 확장판 공개 등 '투트랙' 체제를 시도해 큰 반향을 일으켜냈다. 이번에는 필수 불가결한 존재로 취급받던 예능 프로그램 속 MC를 지워냈다. 여전히 대부분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MC 역할이 절대적이지만 나영석 PD의 '출장 십오야'가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건 틀림 없다. 어쩌면 머나 먼 미래에 예능 MC들의 존재 자체를 위협할 하나의 사건이 시작됐을지도 모른다.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콘텐츠 범람의 시대'. 어떤 걸 볼지 고민인 독자들에게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가 '예능 가이드'가 돼 드립니다. 예능계 핫이슈는 물론, 관전 포인트, 주요 인물,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매주 화요일 낱낱히 파헤쳐 프로그램 시청에 재미를 더합니다.
나영석 PD에게 더 이상 강호동·신동엽·유재석은 필요 없을까?
걸출한 스타 MC 하나 없다. 그렇다고 관찰 예능도 아니다. 연출자가 프로그램 전면에 나서 게임을 이끈다. 그런데도 특급 게스트들이 기쁜 마음으로 출연한다. tvN 예능프로그램 '출장십오야' 이야기다. 연출을 맡은 나영석 PD는 기존의 예능 문법을 보기 좋게 파괴했다.
'출장 십오야'는 게임이 필요한 곳에 나영석 PD가 찾아가는 예능 배달 서비스다. 쉴 새 없이 게임만 하는 이 프로그램에서 나 PD는 상황을 정리해줄 MC 한 명 두지 않고도 성황리에 종영했다.
예능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 중 하나가 바로 MC 섭외다. 프로그램을 대표하는 얼굴이자 흥망을 결정하는 키포인트 역할을 하기 때문에 많은 공을 들여 결정한다. 업계 최고의 MC들은 제작진이 원하는 방향으로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면서도, 번뜩이는 재치로 예상치 못한 웃음을 만들어낸다. 이에 제작진은 막대한 출연료를 내고 MC부터 모셔온다.
하지만 나 PD는 '출장 십오야'를 통해 전문 MC를 과감하게 생략해버렸다. 대신 자신이 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필드 위에 나섰는데도 어색함이 없다. 아무리 스타 PD라고 한들 이같은 결정은 꽤나 파격적이다. 매회 제작진을 촬영하는 카메라도 따로 설치해뒀다. 연예인에 버금가는 인지도를 갖춘 나영석 PD이기에 가능한 설정인 것.
십여 년간 예능계에서 입지를 다진 나영석 PD는 안정적인 진행 실력은 물론, 매력적인 예능 캐릭터도 갖췄다. 대표적으로 출연자들의 실수에 여지없이 '땡'을 외치는 얄미운 PD의 모습이다. 그는 출연진과의 대결 구도를 형성해 승리하면 상품을 준다고 현혹하고, 패배한 이들에게 더 큰 내기를 건다. 이에 예능 초보들은 나 PD의 등장만으로도 벌벌 떨었다. 방탄소년판 편에선 비교적 '순한 맛'이었음에도 맏형 진은 고난도 미션에 "나영석 에이씨"를 외쳐 웃음을 자아냈다. 놀라운 점은 '출장 십오야' 게스트 대부분이 예능 나들이가 낯선 인물이었다는 것. tvN 인기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빈센조' 배우들부터 방탄소년단, 웹툰 작가, tvN 예능 PD, 안테나뮤직, BH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예인까지 제각각이었다. 이에 MC의 역할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데 나 PD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냈다.
그는 게스트들의 매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게임으로 꽉 채웠다. 웹툰 작가들에게는 그림을 이어 그리게 하고 배우들에게는 '몸으로 말해요'를 통해 풍부한 표현력을 뽐내게 했다. 카이스트 출신 페퍼톤스에게는 수능 문제를 내 굴욕을 안겼다. '빈센조' 편에선 최대 16명의 게스트가 동시에 출연했음에도 각각의 인물을 매력적으로 그려냈다. 나 PD가 여타 MC의 역량과 견주어도 전혀 손색 없게 느껴진 이유다. 탄탄한 기획으로 한계를 극복한 결과, 모든 에피소드의 조회수는 100만뷰를 훌쩍 넘는다. 7일 기준 방탄소년단편은 1000만 조회수를 바라보고 있다.
웹툰 작가 이말년은 '출장 십오야' 출연 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유명한 진행자가 필요 없다. PD가 직접 진행을 하는데 너무 잘한다"며 "왜 나영석 PD가 진행하는 지 알겠다. '답답하니까 내가 뛴다'는 거다. 루즈해지려고 하면 뭔가 요소를 추가하니까 계속 흥미진진하다. 레크리에이션 강사 같다"고 칭찬했다.
하지만 예능 PD로서 나영석은 불명예스러운 꼬리표를 갖고 있다. 그가 만든 프로그램이 '거기서 거기 같다'는 비판이다. '출장 십오야'도 그간 '1박 2일', '신서유기' 등에서 선보인 게임을 그대로 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는 우려를 낳았다. 그런데도 나 PD는 늘 그랬듯이 익숙함 속에서도 차별점을 만들어냈다.
최근에는 이같은 비판마저 나 PD에게 무용지물이 돼 가고 있다. 그는 2019년 '아이슬란드 간 세끼'를 통해 숏폼 예능을 정착시킨 장본인이다. 5분 남짓한 TV 편성과 유튜브 확장판 공개 등 '투트랙' 체제를 시도해 큰 반향을 일으켜냈다. 이번에는 필수 불가결한 존재로 취급받던 예능 프로그램 속 MC를 지워냈다. 여전히 대부분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MC 역할이 절대적이지만 나영석 PD의 '출장 십오야'가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건 틀림 없다. 어쩌면 머나 먼 미래에 예능 MC들의 존재 자체를 위협할 하나의 사건이 시작됐을지도 모른다.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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