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예능 트렌드 총정리
#트로트#코로나19#여풍
#굿바이 개콘#굿바이 해투
'뽕숭아학당'(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사랑의 콜센타' '식스센스' '노는 언니'/사진=TV조선, tvN, E채널 제공
'뽕숭아학당'(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사랑의 콜센타' '식스센스' '노는 언니'/사진=TV조선, tvN, E채널 제공
2020년 예능계에는 거대한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코로나19 여파로 불가피하게 제작 방식을 변경한 프로그램도 많았고, 10여 년간 자리를 지켰던 장수 프로그램의 퇴장과 새로운 시도에 나선 신규 프로그램의 출사표가 이어졌다. 어느 때보다 급변한 예능 트렌드와 그 중심에서 눈에 띈 활약을 보인 프로그램을 짚어봤다.

◆ 올해도 이어진 트로트 열풍…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

지난해 트로트 오디션프로그램 '미스트롯'을 성공시킨 TV조선은 남자버전으로 더 폭발적인 트로트 인기를 이끌었다. 올해 초 선보인 '미스터트롯'은 35.7%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단 11회 만에 임영웅, 영탁, 이찬원 등 참가자들을 전국민이 아는 트로트 스타로 만들었다.

이후에도 TV조선은 '미스터트롯' 출신 가수들을 적절히 활용했다. TOP7에 오른 참가자들을 '사랑의 콜센타'에 출연시켜 매주 수준 높은 무대를 꾸몄고, '뽕숭아학당'을 통해 버라이어티 예능 프로그램도 선보였다.

특히 '미스터트롯' 출연진들은 방송사를 넘나들며 각종 프로그램에 등장해 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우는 등 2020년 최고의 대세 스타로 떠올랐다.

이후 방송가 전역으로 트로트 광풍이 몰아치면서 MBC '트로트의 민족', KBS2 '트롯 전국체전' 등 후발주자들의 출격도 이어졌다.

◆ 코로나19 위기를 기회로…새로 태어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약 100일간 휴식기를 보내고 지난 3월 돌아온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코로나19 사태로 포맷을 대거 변경했다. 거리에 나가 우연히 마주친 불특정한 다수의 시민들을 인터뷰하던 기존의 방식을 유지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대신 제작진은 매주 새로운 주제를 정해 그에 걸맞는 게스트들을 초대해 변화를 꾀했다.

시의적절한 변화의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2018년 첫 방송 이후 최초로 시청률 4%를 돌파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길거리에서 발생하는 의외의 재미가 사라진 자리를 이야기의 힘으로 메웠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관심 가질 게스트들을 불러 모은 제작진의 섭외력이 발군이었다. 배우 정우성, 신민아부터 존 리 자산운용사 대표, 댄서 아이키까지 등 핫한 인물들을 데려와 화제성도 잡았다.
'개그콘서트', '해피투게더'/ 사진=KBS2 제공
'개그콘서트', '해피투게더'/ 사진=KBS2 제공
◆ 아쉽게 물러간 장수 예능…KBS '해피투게더'·'개그콘서트'

십 수 년간 시청자들의 웃음을 책임진 장수 프로그램은 일제히 물러났다. 과거 화려했던 장수 예능의 위상은 단숨에 추락했다.

2001년부터 KBS 대표 예능프로그램으로 군림했던 '해피투게더'는 지난 4월, 19년 만에 처음으로 종영을 맞았다. 4개의 시즌을 지나면서 공백기를 갖은 건 올해가 최초다. 제작진은 "폐지가 아닌 휴지기"라고 강조했지만 8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복귀는 감감무소식이다.

국내 최장수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도 지난 6월 막을 내렸다. 1999년 첫 방송된 '개그콘서트'는 수많은 인기 개그맨들을 배출한 스타등용문이었지만 몇 년 전부터 극심한 시청률 부진에 허덕이는 등 위기에 빠졌다. 결국 달라진 방송 환경,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한계 등을 이유로 방영을 멈췄다.

◆ 빈자리 채워준 신규 예능 프로그램

장수 예능 프로그램의 아쉬움을 달래준 건 신규 예능의 활약이었다. 그 중에서도 MBC '안싸우면 다행이야'는 올해 선보인 파일럿 프로그램 중 가장 큰 인기를 끌며 정규 편성을 이뤄냈다. 이후 시청률 경쟁이 심한 토요일 저녁 시간대에도 평균 5%대 시청률로 안착에 성공했다. 2002년 월드컵에서 활약한 '국민 영웅' 안정환과 이영표의 티격태격 케미가 큰 호평을 얻은데 이어 박명수·하하, 문희준·토니안 등 연예계 절친들의 출연으로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E채널 '노는언니'는 골프 여제 박세리를 비롯한 여성 스포츠 스타들을 전면에 내세운 최초의 예능으로 화제를 모았다. 운동에 전념하느라 여유를 즐기지 못했던 출연진들은 그간 해보고 싶었던 것들에 도전해 웃음과 감동을 자아낸다. 그간 예능에서 보기 어려웠던 남현희, 곽민정 등 여성 체육인의 반전 매력이 신선함을 준다. 첫 회부터 호평을 얻은 '노는언니'는 넷플릭스에 진출할 정도로 뜨거운 반응 이끌고 있다.

올 한해 예능계 여풍(女風)이 강타한 만큼 '국민 MC' 유재석도 방송 최초로 여성 고정 출연자들과 호흡을 맞췄다. 8부작으로 기획된 tvN '식스센스'에서 유재석은 오나라·전소민·제시·이미주 등 여성 출연진의 돌발 매력에 당황하면서도 남매 같은 케미로 웃음을 안겼다. 제시와 전소민은 유재석 앞에서도 서슴없이 '가슴 크기' 이야기를 하며 그의 혼을 빼놨다. 이 때문에 시청자들은 여성 출연진을 '여고생', 유재석을 '교생선생님'에 비유하며 열렬한 반응을 보냈다. 성공적인 출발을 끊은 '식스센스'는 호평에 힘입어 두 번째 시즌 제작을 논의 중이다.

정태건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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