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여성영화 OTT ‘퍼플레이’
조일지 대표 "여성영화 약진? 아직 멀었죠"
"여성영화가 주목받는 환경이 지속돼야"
성평등·다양성 영화로 확장 '포부'
조일지 대표 "여성영화 약진? 아직 멀었죠"
"여성영화가 주목받는 환경이 지속돼야"
성평등·다양성 영화로 확장 '포부'
남성 중심 영화가 장악한 한국 영화계에 또 다른 선택지가 나왔다. 퍼플레이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 외로이 분투하는 여성 감독과 여성 중심의 이야기를 담은 OTT(Over The Top) 서비스다. 최근 F등급 영화에 대한 관객의 니즈가 높아졌고, 영화계 또한 변화를 도모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조일지 퍼플레이 대표는 “아직 멀었다”고 말한다. 영화계 남녀 감독 비율은 9:1. 조 대표는 이러한 통계를 바꾸기 위해 단단한 유리천장을 두드리고 있었다.
10. 여성이 중심인 플랫폼, ‘퍼플레이’를 어떻게 열게 됐나요.
국내 첫 여성영화 스트리밍 서비스라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어요. 첫 시작은 단순했습니다. 영화제에서 영화를 보고 지인에게 추천을 해줬는데 볼 수 있는 곳이 없더군요. 좋아하는 영화를 볼 수 없다는 갈증 때문에 시작했어요. 마음 맞는 친구들끼리 모여 관객이 쉽게 접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보자고 했죠. 조사를 시작했더니 여성영화는 제작부터 개봉까지 설 자리가 없더군요. 실질적으로 한국 여성 감독의 영화를 극장에서 찾기 힘들어요. 전통적인 방식의 배급 경로로 진입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국내 여성 감독님 작품을 가지고 오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여성영화로 시작했지만 성평등, 다양성 영화 등 극장에서 보기 힘든 영화를 서비스할 계획이에요.
10. 2017년 창업해 지난해 정식 오픈을 했습니다. 5만 양성 프로젝트 등 톡톡 튀는 아이템으로 영화 팬들에게 다가가고 있는데요. 목표는 달성하셨나요?
현재 10%씩 매달 늘고 있어요. 가입자는 여성이 90%, 남성이 10% 입니다. 연령대는 20~40대가 가장 많고요. 저희도 타깃층을 20~40대 여성으로 잡은 상태입니다. 남성 중에서도 여성영화에 대해 관심을 갖는 분들이 차차 늘고 있는 것 같아요.
10. 맞춤형 큐레이션은 모든 OTT 플랫폼의 난제죠.
넷플릭스, 왓챠 등 대형 플랫폼과 차별점이 분명해야 할 것 같아요. OTT는 이제 넷플릭스 덕에 누구나 다 아는 용어가 됐어요. 하하. 어떤 기기에서든 월정액으로 구독할 수 있죠. 기존 OTT 서비스들의 주력은 오리지널 작품과 시리즈물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달 결제를 위해선 시즌이 있는 게 중요하니까요. 여성영화가 주력인 퍼플레이와 목표, 목적 자체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월정액이 아니라 건별 결제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어요. 구독형 플랫폼과는 애초에 영화를 분류하고 추천하는 방식 자체가 다릅니다.
10. 건별 결제는 생소합니다.
가입자가 낸 이용액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이 컸어요. 퍼플레이를 통해 감독에게 돌아가는 수익이 단순하고 명확하게 연결되는 방식이 좋다고 생각했죠. 회원이 결제하면 수수료가 나가고 남은 금액을 퍼플레이와 저작권사에서 3:7 혹은 4:6으로 나누어요. 작품의 가격을 책정할 때도 많은 숙고를 해요. 상영 길이, 제작 연도, 공개 방식 등 항목들을 통해서 결정합니다. 대부분 편당 500원~2000원 사이예요. 10. ‘여성 창작자들에게 많은 수익이 돌아가는 구조’가 퍼플레이의 방향성이군요.
퍼플레이엔 250편의 작품이 있어요. 한국에서 영화를 보는 방식은 개봉을 하면 극장에 가고 그 다음 단계는 IPTV, 온라인 사이트 이런 순서죠. 모든 건 장편 영화 기준이에요. 여성 감독의 장편 진출 비중은 너무 적고, 대부분 단편이죠. 단편 작품에 ‘돈을 지불해서 본다’는 개념이 저희도 처음엔 낯설었어요. 20분 짜리 단편 영화를 보기 위해 결제를 하는 경험은 처음이실 거예요. 퍼플레이가 많이 알려져서 감독에게 많은 수익이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희도 이용자와 감독에게 더 좋은 방식의 결제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고민을 거듭하고 있어요.
10. 퍼플레이를 운영하며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나요?
자본이요. 저희도 스타트업이니 투자를 받아 시드머니가 있어야 하죠. 서울시 지원사업을 받기는 했지만 힘든 건 사실입니다. 유튜브, 넷플릭스를 경험한 관객들은 기술에 대한 충족 커트라인이 높아요. 글로벌 기업들은 막대한 자본으로 인력을 구축하는데 저희는 힘에 부치죠.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2017년 법인을 내고 2년간 앱을 먼저 운영하며 결함 테스트를 했습니다. 인지도를 쌓아가며 가입자도 늘리고, 저희가 서비스하는 작품을 어떻게 더 쉽게 보여드리고 더 많은 수익을 내면서 감독에게 돌려줄까 고민했죠.
쉽진 않아요. 저는 영화 전공자도 아니고요, 프리랜서 디자이너였어요. 그러면서 공동체 라디오, 각종 영화제에서 자원 활동을 했고요. 사회적 기업에 눈을 돌리게 됐고 퍼플레이도 이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기업은 비영리 단체와 영리 기업의 중간에 위치해 있죠. 사회문제를 캠페인을 통해 알리는 게 비영리 단체라면 사회적 기업은 이와 함께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지속 가능한 수익을 얻는 거죠.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거예요. 하하.
10. 최근 여성 중심 영화들이 눈에 띄게 약진하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단편에서 상업으로 보폭이 넓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여성 중심의 서사, 여배우가 주인공인 영화가 늘어나는 것은 굉장히 기쁘고 반가운 일입니다. 영화가 제작될수록 작품 속에 등장하는 여성상들이 다양하게 표현되기 때문이죠. 다양한 여성들의 모습이 노출되는 것은 너무 좋은 일이긴 하지만, 여성영화의 입지를 평가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해요. 한국영화 100년의 역사 중, 여성영화에 이렇게 관심이 쏠리고 니즈가 있고, 상업 진영에서 제작이 되는 일은 불과 얼마 되지 않았거든요. 앞으로 10년, 20년 이런 제작환경과 문화가 지속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10. 지난해 개봉작 기준 감독 성비는 여성 감독이 14% 였다고 합니다. 여성들이 영화계에서 계속 일하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요.
‘촬영감독’이라고 하면 방송, 영화계 통틀어 남성이 대다수입니다. 여성 감독을 찾아보기 어려운 구조이죠. 비단 영화계에 국한된 일은 아닙니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임원직에 있는 비율은 4% 정도라고 해요. 오너일가를 빼면 더 줄죠. ‘상업’적인 영화는 즉각적인 반응과 수익에
민감합니다. 단기간에 변화하기 어려운 부분이지요. 단순히 한 곳에서만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정책도 바뀌어야 하고 유사기업도 많이 생겨 다양하게 노출될수록 좋아요. 관객은 관객대로 목소리를 내주시면 좋겠습니다. 여성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에요. 인재는 이미 준비돼 있다고 생각해요. 10. ‘82년생 김지영’ 이후 정유미의 작품을 ‘페미니즘’이라고 기피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런 글을 쓰는 분들은 일부라고 생각해요. 소수의견이 크게 발화되는 것이 아닌지 조심스럽기도 하고요. ‘82년생 김지영’은 지난해 박스오피스 10위 내에 들었고, ‘보건교사 안은영’은 넷플릭스 많이 본 콘텐츠 1, 2위를 달리고 있죠. 결과가 증명합니다.
10. 여성영화를 ‘F등급’으로 구분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스 영화제’에서 시작된 등급인데요, 처음엔 학점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F라고 하면 어감이 좋지 않기도 하고요. 하지만 현재 여성영화를 구분 짓는 것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성별에 고정관념이 없는 콘텐츠가 세상에 나오기를 기대해요. 거기까지 가기 위해 F등급 영화들이 많이 나와야해요. 언젠가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이 없어졌을 때 점점 사용하지 않게 될 것 같아요.
10. 퍼플레이에서 앞으로 어떤 영화를 볼 수 있을까요.
당분간 여성감독의 영화로 유지할 계획입니다. 다음 단계는 성평등 영화죠. 모든 여성영화에 성차별적인 시각이 없진 않거든요. 성평등 영화로 확장되면 다양한 언어로 볼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여성 영화인들이 퍼플레이의 네트워크를 통해 스태프를 구하고 영화 제작에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10. 퍼플레이가 한국 영화계에 어떤 족적을 남길지 기대가 됩니다.
어떠한 의미를 찾기보다 퍼플레이를 통해 서비스를 하기로 선택한 많은 여성 감독들이 생계 유지는 물론이고, 다음 작품으로 이어지는 원동력이 되고 싶어요. 관객들도 여성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퍼플레이 조일지 대표가 추천하는 여성영화 4편 ◆ 영화 '하고 싶은 아이' (감독 김여정|출연 정희정 기은수 김동휘)
같은 반 민수를 짝사랑 하는 영은은 동생 영지와 민수가 사귀는 것을 알게 된 후 일어나는 이야기. 10대 여성 청소년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과감한 접근이 돋보이는 작품. ◆ 영화 '개학' (감독 김나경|출연 박수연 고유준)
개학을 앞두고 소녀는 낯선 동네를 향해 한 남학생과 아무도 모르는 등교 준비를 한다. 여성의 몸에 대한 자기결정권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가 얼마나 폭력적인지 보여주는 영화. ◆ 영화 '아랫집' (감독 이경미|출연 이영애)
406호 여자는 담배연기 때문에 점점 미쳐간다. 아랫집을 찾아갔지만 그곳에서 남자에게 의외의 말을 건넨다. 넷플릭스 '보건교사 안은영' 이경미 감독의 호흡이 고스란히 담긴 단편영화. ◆ 영화 '해미를 찾아서' (감독 허지은, 이경호|출연 임예은 이태경)
1년만에 학교에 복한한 선아가 교수의 껄끄러운 부탁을 받고 동아리방에 찾아가면서 시작되는 작품. 교내 성폭력 피해 생존자의 목소리에 섬세하게 귀기울인 작품이다.
김예랑 기자 norang@tenasia.co.kr
국내 첫 여성영화 스트리밍 서비스라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어요. 첫 시작은 단순했습니다. 영화제에서 영화를 보고 지인에게 추천을 해줬는데 볼 수 있는 곳이 없더군요. 좋아하는 영화를 볼 수 없다는 갈증 때문에 시작했어요. 마음 맞는 친구들끼리 모여 관객이 쉽게 접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보자고 했죠. 조사를 시작했더니 여성영화는 제작부터 개봉까지 설 자리가 없더군요. 실질적으로 한국 여성 감독의 영화를 극장에서 찾기 힘들어요. 전통적인 방식의 배급 경로로 진입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국내 여성 감독님 작품을 가지고 오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여성영화로 시작했지만 성평등, 다양성 영화 등 극장에서 보기 힘든 영화를 서비스할 계획이에요.
10. 2017년 창업해 지난해 정식 오픈을 했습니다. 5만 양성 프로젝트 등 톡톡 튀는 아이템으로 영화 팬들에게 다가가고 있는데요. 목표는 달성하셨나요?
현재 10%씩 매달 늘고 있어요. 가입자는 여성이 90%, 남성이 10% 입니다. 연령대는 20~40대가 가장 많고요. 저희도 타깃층을 20~40대 여성으로 잡은 상태입니다. 남성 중에서도 여성영화에 대해 관심을 갖는 분들이 차차 늘고 있는 것 같아요.
10. 맞춤형 큐레이션은 모든 OTT 플랫폼의 난제죠.
넷플릭스, 왓챠 등 대형 플랫폼과 차별점이 분명해야 할 것 같아요. OTT는 이제 넷플릭스 덕에 누구나 다 아는 용어가 됐어요. 하하. 어떤 기기에서든 월정액으로 구독할 수 있죠. 기존 OTT 서비스들의 주력은 오리지널 작품과 시리즈물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달 결제를 위해선 시즌이 있는 게 중요하니까요. 여성영화가 주력인 퍼플레이와 목표, 목적 자체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월정액이 아니라 건별 결제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어요. 구독형 플랫폼과는 애초에 영화를 분류하고 추천하는 방식 자체가 다릅니다.
10. 건별 결제는 생소합니다.
가입자가 낸 이용액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이 컸어요. 퍼플레이를 통해 감독에게 돌아가는 수익이 단순하고 명확하게 연결되는 방식이 좋다고 생각했죠. 회원이 결제하면 수수료가 나가고 남은 금액을 퍼플레이와 저작권사에서 3:7 혹은 4:6으로 나누어요. 작품의 가격을 책정할 때도 많은 숙고를 해요. 상영 길이, 제작 연도, 공개 방식 등 항목들을 통해서 결정합니다. 대부분 편당 500원~2000원 사이예요. 10. ‘여성 창작자들에게 많은 수익이 돌아가는 구조’가 퍼플레이의 방향성이군요.
퍼플레이엔 250편의 작품이 있어요. 한국에서 영화를 보는 방식은 개봉을 하면 극장에 가고 그 다음 단계는 IPTV, 온라인 사이트 이런 순서죠. 모든 건 장편 영화 기준이에요. 여성 감독의 장편 진출 비중은 너무 적고, 대부분 단편이죠. 단편 작품에 ‘돈을 지불해서 본다’는 개념이 저희도 처음엔 낯설었어요. 20분 짜리 단편 영화를 보기 위해 결제를 하는 경험은 처음이실 거예요. 퍼플레이가 많이 알려져서 감독에게 많은 수익이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희도 이용자와 감독에게 더 좋은 방식의 결제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고민을 거듭하고 있어요.
10. 퍼플레이를 운영하며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나요?
자본이요. 저희도 스타트업이니 투자를 받아 시드머니가 있어야 하죠. 서울시 지원사업을 받기는 했지만 힘든 건 사실입니다. 유튜브, 넷플릭스를 경험한 관객들은 기술에 대한 충족 커트라인이 높아요. 글로벌 기업들은 막대한 자본으로 인력을 구축하는데 저희는 힘에 부치죠.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2017년 법인을 내고 2년간 앱을 먼저 운영하며 결함 테스트를 했습니다. 인지도를 쌓아가며 가입자도 늘리고, 저희가 서비스하는 작품을 어떻게 더 쉽게 보여드리고 더 많은 수익을 내면서 감독에게 돌려줄까 고민했죠.
쉽진 않아요. 저는 영화 전공자도 아니고요, 프리랜서 디자이너였어요. 그러면서 공동체 라디오, 각종 영화제에서 자원 활동을 했고요. 사회적 기업에 눈을 돌리게 됐고 퍼플레이도 이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기업은 비영리 단체와 영리 기업의 중간에 위치해 있죠. 사회문제를 캠페인을 통해 알리는 게 비영리 단체라면 사회적 기업은 이와 함께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지속 가능한 수익을 얻는 거죠.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거예요. 하하.
10. 최근 여성 중심 영화들이 눈에 띄게 약진하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단편에서 상업으로 보폭이 넓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여성 중심의 서사, 여배우가 주인공인 영화가 늘어나는 것은 굉장히 기쁘고 반가운 일입니다. 영화가 제작될수록 작품 속에 등장하는 여성상들이 다양하게 표현되기 때문이죠. 다양한 여성들의 모습이 노출되는 것은 너무 좋은 일이긴 하지만, 여성영화의 입지를 평가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해요. 한국영화 100년의 역사 중, 여성영화에 이렇게 관심이 쏠리고 니즈가 있고, 상업 진영에서 제작이 되는 일은 불과 얼마 되지 않았거든요. 앞으로 10년, 20년 이런 제작환경과 문화가 지속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10. 지난해 개봉작 기준 감독 성비는 여성 감독이 14% 였다고 합니다. 여성들이 영화계에서 계속 일하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요.
‘촬영감독’이라고 하면 방송, 영화계 통틀어 남성이 대다수입니다. 여성 감독을 찾아보기 어려운 구조이죠. 비단 영화계에 국한된 일은 아닙니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임원직에 있는 비율은 4% 정도라고 해요. 오너일가를 빼면 더 줄죠. ‘상업’적인 영화는 즉각적인 반응과 수익에
민감합니다. 단기간에 변화하기 어려운 부분이지요. 단순히 한 곳에서만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정책도 바뀌어야 하고 유사기업도 많이 생겨 다양하게 노출될수록 좋아요. 관객은 관객대로 목소리를 내주시면 좋겠습니다. 여성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에요. 인재는 이미 준비돼 있다고 생각해요. 10. ‘82년생 김지영’ 이후 정유미의 작품을 ‘페미니즘’이라고 기피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런 글을 쓰는 분들은 일부라고 생각해요. 소수의견이 크게 발화되는 것이 아닌지 조심스럽기도 하고요. ‘82년생 김지영’은 지난해 박스오피스 10위 내에 들었고, ‘보건교사 안은영’은 넷플릭스 많이 본 콘텐츠 1, 2위를 달리고 있죠. 결과가 증명합니다.
10. 여성영화를 ‘F등급’으로 구분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스 영화제’에서 시작된 등급인데요, 처음엔 학점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F라고 하면 어감이 좋지 않기도 하고요. 하지만 현재 여성영화를 구분 짓는 것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성별에 고정관념이 없는 콘텐츠가 세상에 나오기를 기대해요. 거기까지 가기 위해 F등급 영화들이 많이 나와야해요. 언젠가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이 없어졌을 때 점점 사용하지 않게 될 것 같아요.
10. 퍼플레이에서 앞으로 어떤 영화를 볼 수 있을까요.
당분간 여성감독의 영화로 유지할 계획입니다. 다음 단계는 성평등 영화죠. 모든 여성영화에 성차별적인 시각이 없진 않거든요. 성평등 영화로 확장되면 다양한 언어로 볼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여성 영화인들이 퍼플레이의 네트워크를 통해 스태프를 구하고 영화 제작에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10. 퍼플레이가 한국 영화계에 어떤 족적을 남길지 기대가 됩니다.
어떠한 의미를 찾기보다 퍼플레이를 통해 서비스를 하기로 선택한 많은 여성 감독들이 생계 유지는 물론이고, 다음 작품으로 이어지는 원동력이 되고 싶어요. 관객들도 여성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퍼플레이 조일지 대표가 추천하는 여성영화 4편 ◆ 영화 '하고 싶은 아이' (감독 김여정|출연 정희정 기은수 김동휘)
같은 반 민수를 짝사랑 하는 영은은 동생 영지와 민수가 사귀는 것을 알게 된 후 일어나는 이야기. 10대 여성 청소년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과감한 접근이 돋보이는 작품. ◆ 영화 '개학' (감독 김나경|출연 박수연 고유준)
개학을 앞두고 소녀는 낯선 동네를 향해 한 남학생과 아무도 모르는 등교 준비를 한다. 여성의 몸에 대한 자기결정권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가 얼마나 폭력적인지 보여주는 영화. ◆ 영화 '아랫집' (감독 이경미|출연 이영애)
406호 여자는 담배연기 때문에 점점 미쳐간다. 아랫집을 찾아갔지만 그곳에서 남자에게 의외의 말을 건넨다. 넷플릭스 '보건교사 안은영' 이경미 감독의 호흡이 고스란히 담긴 단편영화. ◆ 영화 '해미를 찾아서' (감독 허지은, 이경호|출연 임예은 이태경)
1년만에 학교에 복한한 선아가 교수의 껄끄러운 부탁을 받고 동아리방에 찾아가면서 시작되는 작품. 교내 성폭력 피해 생존자의 목소리에 섬세하게 귀기울인 작품이다.
김예랑 기자 nora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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