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트롯' 최종 6위 박광현
"트로트 좋아하는 딸 때문에 출연"
"꺽기왕자 애칭, 내가 써달라고 요청"
"트로트=가사의 예술, 맛있게 부르고파"
'보이스트롯'에 도전한 배우 박광현/ 사진=서예진 기자 yejin@
'보이스트롯'에 도전한 배우 박광현/ 사진=서예진 기자 yejin@
"여기서 잘되면 트로트 가수로 활동할 생각이었어요. 그래서 일부러 정통 트로트를 주로 선곡했죠. 정말 맛있게 꺽을 수 있는 노래를 연습해서 제대로 불러보고 싶었어요"

MBN '보이스트롯'에서 최종 6위를 기록한 배우 박광현은 트로트에 도전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지난 9월 25일 종영한 '보이스트롯'은 스타들을 대상으로 한 트롯 오디션 프로그램. 사상 최초로 톱스타 80명이 총출동한 서바이벌을 통해 트로트 예능의 신기원을 열었다. 결승전에는 18%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MBN 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경신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1라운드는 통과하겠지'라는 마음으로 참가했다는 박광현은 예상보다 높은 최종 순위에 대만족했다. 그는 "사실 나는 3라운드 때 탈락했다가 와일드카드로 기사회생했다"며 "그래서 그때 부른 ‘여자의 일생’ 무대가 가장 아쉽다. 준비를 제일 많이 했고 가사도 내 마음에 가장 와 닿은 노래였는데 엄마가 앞에 계시니 목이 메더라. 준비한 걸 다 보여드려서 아쉬웠는데 다행히 심사위원들이 기회를 주셨다"고 회상했다.

박광현은 트로트를 좋아하는 딸을 위해 '보이스트롯'에 출연했다. 딸의 반응을 묻자 "아빠가 TV에 나와 사람들과 경연하고 이기는 모습을 되게 자랑스러워한다"며 "나중엔 집에서 연습을 하고 있는데 딸이 '그렇게 하면 안 된다'며 원 포인트 레슨을 해줬다. 웬만한 어른보다 좋은 선생님이다. 너무 뿌듯하고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딸이 트로트에 빠진 계기에 대해 "어렸을 때 동요만 듣다가 '미스터트롯'에서 정동원처럼 어린 친구가 노래하는 걸 보고 동요처럼 받아드린 것 같다"며 "어느날 어린이집 등·하원을 시킬 때 차 뒤에 타서 정동원 군이 부른 '보릿고개'를 따라 불렀다. 물론 음정, 박자는 안 맞지만 가사를 외우는 게 신기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보이스트롯'을 제작 준비 중이라는 소문을 듣고 제가 먼저 노크했어요. 딸에게 아빠도 무대 위에서 '보릿고개' 같은 트로트를 부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순수한 목적이었죠"
'보이스트롯'에 도전한 배우 박광현/ 사진=서예진 기자 yejin@
'보이스트롯'에 도전한 배우 박광현/ 사진=서예진 기자 yejin@
하지만 박광현 역시 트로트를 향한 애정이 남달랐다. 그가 경연곡으로 정통 트로트를 주로 선곡한 이유도 트로트에 대한 사랑 때문이었다. "'보이스트롯'에 출연한 분들 모두 각자 다른 목적이 있겠지만 적어도 저는 트로트가 좋아서 도전했어요. 여기서 잘되면 트로트가수로 활동하고 싶다는 목적이 분명히 있었죠. 그래서 정통 트로트를 정말 제대로 연습해서 맛있게 불러보고 싶었어요"

그의 진심이 통했을까. 박광현은 '꺽기 왕자'라는 애칭을 얻으며 맹활약했다. 별명에 대해 알고있냐고 묻자 그는 "그게 방송 초반 단체 미션 중 자막으로 잠깐 나온건데 그걸 보고 작가님한테 '꺽기왕자가 마음에 든다. 별명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라며 "노래할 때 꺽는 걸 좋아하는 내 이미지에 딱 맞는 것 같았다"고 답했다.

꺽기 비결에 대해선 "이건 아마 타고난 것 같다. 과거 음반 활동을 할 때부터 '뽕끼 좀 빼고 담백하게 불러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근데 그걸 빼면 노래를 못 부르겠더라. 물론 연습으로 체득도 가능하겠지만, R&B도 어려서부터 많이 들은 사람들이 잘 부르는 것처럼 타고난 게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광현은 트로트의 가장 큰 매력으로 가사를 꼽았다. "트로트는 가사의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멜로디가 쉬운 이유도 가사를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인 것 같아요. 다른 장르도 그렇지만 트로트는 가사 한마디, 한마디가 소중하고 표현하기 정말 어려워요. 정말 잘 부르는 가수들은 의미를 한마디도 놓치지 않고 맛있게 부르죠. 처음엔 멜로디가 쉬워서 따라 불렀는데 가사에 빠지니까 멜로디가 잘 안 들어와요"

방송 초반 박광현이 최종 6위에 오를 것이라고 생각한 이들은 많지 않다. 배우인 그가 전문 가수들과 경쟁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박광현은 "선곡에 가장 많이 신경 썼다"고 밝혔다. "제 전략은 누구나 들으면 알만한 노래를 선택하는 것이었어요. 제가 경쟁자들에 비해 노래실력은 한 수 아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유명한 노래는 분명 그만큼 매력이 있어서 알려진 거니까 곡이 가진 힘을 무시하지말자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를 '간대요 글쎄'로 꼽았다. 박광현은 "아무 눈치 안 보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한 공연이었는데 트로트는 이런 맛으로 부르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됐다"며 "결승이라 더 이상 갈 데도 없고, 1등을 노릴 상황도 아니라 준비한 걸 다 쏟아내고 후회 없이 집에 가자는 마음으로 불렀다. 그랬더니 40명의 전문가평가단 점수에서 3위를 했다. 굉장히 의미가 있었고 되게 만족스러웠다"고 설명했다.

1997년 데뷔한 박광현은 신인시절 가수로도 잠시 활동했다. 이에 대해 "2000년대 초 탤런트가 앨범을 내는 게 유행이어서 한 것"이라며 "그땐 욕심이 없었는데 10년 전쯤 뮤지컬을 하면서 노래에 관심이 생겼다"고 털어놨다. 이어 "3년 전 다른 소속사에 있을 때 트로트 앨범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가 '연기나 열심히 하라'며 거절당했다. 그때부터 했으면 좋았겠지만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까 다시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저에게 트로트는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한 도구라고 생각해요. 김신영, 유재석 씨처럼 부캐가 아니라 정식 음악 활동을 하는 것이라고 받아드려 주셨으면 좋겠다. 그래서 '보이스트롯'때 일부러 재밌고 유쾌한 노래를 많이 부르지 않았어요. 가수 비 씨도 연기할 땐 정지훈인 것처럼 저도 가수로서 예명을 쓸 계획이에요"
'보이스트롯'에 도전한 배우 박광현/ 사진=서예진 기자 yejin@
'보이스트롯'에 도전한 배우 박광현/ 사진=서예진 기자 yejin@
이어 박광현은 본격적인 음악 활동 계획을 설명했다. 그는 "우선 올해 안에 새 음원을 출시하려고 현재 작업 중"이라며 "작사, 작곡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어차피 대중적이고 쉬운 노래라면 나도 곡을 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기술적으로 도움은 받겠지만 창작은 얼마든지 입으로도 할 수 있다. 멜로디를 7곡 정도 써 놨는데 나중에 내 앨범에 들어갈 진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광현에게 '보이스트롯'은 어떤 의미일까. 그는 "오랜만에 삶을 긴장감 있게 살 수 있게 해준 프로그램"이라며 "트로트라는 선물을 가져다줬다"고 했다.

"특히 저보다도 부모님이 진짜 좋아하세요. 당신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매주 아들이 TV에서 부르니까 드라마 할 때보다 더 좋아하셨어요. 저는 1등도 아닌데 주변 분들한테 '축하한다'는 연락을 많이 받으셨대요. 저도 이번에 처음으로 댓글을 확인했는데 "박광현 씨 노래 너무 잘해요", "진심 감동이다"라고 달렸어요. 보고 있으면 어색하지만 기분은 너무 좋더라고요. 누군가 제 노래를 들으면서 감동과 치유를 받을 수 있다니…앨범을 내고 싶은 이유도 이런데 있죠. 또 트로트는 한 곡이 뜨면 흘러가는 유행가가 아니라 오랫동안 남잖아요. 그런 의미로도 트로트가 참 좋아요"


정태건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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